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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17.4.22
Rabbit Stew: Printemps En Provence de Henry Bravo
- 글쓴이
- Krohn, Pattie Leo
Createspace Independent Pub
여행갈 때 무거운 종이책 꾸러미를 챙기는 것만큼 이후 고생을 자초하는 선택은 없습니다. 트렁크에 넣어도 부담이며(객실로 올라갈 때 과연 얼마만큼을 챙길지도 부담이고), 잘 분류하지 않으면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튀어 모양이 망가지기도 십상이며, 부피와 공간을 그만큼 알뜰히 차지하며 무겁기까지 한 아이템이 또 없습니다. 전자책의 출현은 특히 여행과 독서를 함께 취미로 갖는 이들에게 진정한 축복입니다.
앙리, 아니 헨리 브라보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외견상 꽤 정상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지만, 그에게는 그가 신뢰를 갖는 여러 가르침들, 따라하고 싶은 모범들, 이전부터 그가 소중히 가꿔 왔던 "스토리"를 제공했던 여러 사진들이 담긴 "종이책"들이 있습니다. 그의 생업이라든가, 현재 충실해야 할 가정과 가족들을 위한 의무와는 무관한,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부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꿈"은, 남부 프랑스에 그만의 아담한 집과 농장을 갖고 전원을 매일 마주하는, 평온하면서도 하루하루가 소중한 땀방울로 가득 젖을 만한 그런 생활입니다.
그는 그의 부인과 썩 좋은 사이가 아니며, 다 자란(아직은 부모로부터 학비를 지원 받아야 할) 딸과도 어째 갈수록 서먹서먹해지는, 소속된 일상으로부터 슬픈 소외를 겪는 위기의 남성입니다. 이제 그는, 몇 권의 책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침과 동기 부여를 얻었고, 그 이전부터 오랜 동안 꿈으로 간직한 전원 생활을 누리기 위해 과감히 생활 근거지를 떠납니다. 미국만 해도 꽤 넓은 땅이지만, 그가 향하는 곳은 프랑스 남부, 따뜻한 햇살과 상쾌한 공기가 연중 거주민을 감싸는 동경의 고장입니다.
농장과 저택을 구입하고 막상 현지에 도착해 보니, 헨리 같은 (자신은 유별나다 착각하지만 알고 보면 꽤 많은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표준화하여 자리 잡은) "귀농의 꿈"을 상업적으로 잘 구현한, 깔끔하고 아담하며 손 볼 곳 하나 없는 멋진, 그가 또 익히 봐 온 잡치책에나 나올 만한 세트형 농장이 그를 기다립니다. 누군가(?)가 미처 계산 못 한 게 있다면, 이 헨리는 여기서 농장 생활을 그저 흉내내러, 기분 내려 잠시 들른 이방인이 아니라, 없는 수고도 애써 만들어 내며 자연 속에 진심으로 묻히고 싶은, 어떤 갈망을 가진 이주자란 점입니다. 이 때문에 헨리나, 수상쩍은 이웃(?) 여러 명이나, 각각의 이유로 예상 못 한 여러 트러블에 부딪히게 됩니다. 현실로부터 탈출하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던(그렇게 보였던) 그는 여튼 어설픈 계획대로 밀고 나가며 사소한 불편은 무시하려 드는데, 그를 둘러싼 수상쩍은 이웃들에겐 그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이웃들은 필사적으로 그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의 서투름은 이 수고와 배려를 매번 무산시킵니다.
하루아침에 남편이란 작자가 비상금까지 챙겨 행방을 감췄으니 그 아내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습니다. 프랑스 현지로 날아가, 역시 뜻하지 않게 새 동료(?)를 만나 여러 조언도 듣고 이 마음에 안 드는 험난한 사태를 해결할 방도를 강구하는데, 새 친구가 가만 보니 이 여성, 문제가 많습니다. 남편이 도망갈 만도 하다 싶게 말이죠. 인생관 애정관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이 남과 여는, 우리 독자들이 능히 예상할 수 있게 새로운 애정을 싹틔우고, 한편 저 프로방스에서 첫봄을 맞으려는 앙리, 아니 헨리 역시 그 이웃 중 한 명과 슬슬 정을 쌓으려는 찰나입니다.
어설픈 남편과 박정한 아내, 정신없는 딸내미가 어쩌다 엮여 한 가정이 희한한 소동과 파탄을 겪는 듯 보이지만, 알고 보니 이 배후에는 엄청난 규모의 음모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처구니없이 스케일이 확 커지는 플롯의 도약 속에, 독자들은 인생의 아이러니가 어느 지점에서 소중한 진리를 평범한 일상인에게 따끔히 깨우쳐 주는지 공감과 웃음과 잔잔한 수긍을 교차하며 반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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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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