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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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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육도삼략
글쓴이
황석공 저/조인묵 편저
행복을만드는세상
평균
별점8 (1)
김진철

천하의 꾀주머니였던 장자방도 혼자 힘으로 그런 경지에 오른 게 아닙니다. 장자방은 본디부터 존귀한 가문 출신이었고, 입지전적 출세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던 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마치 전국시대의 책사, 세객처럼 지혜를 갈고 닦으며 "누군가에게 쓰일 몸"이라도 되었다는 양 거사의 풍모를 갖추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사서에 나온 하나 확실한 전거를 들자면, 황석공이라는 신이한 노인에게서 전수받은 <삼략(三略)>을 탐독한 사실을 꼽을수 있겠습니다. 가문 내력으로 이어오던 한(韓) 왕실에의 보좌, 그 중흥을 꿈꾸다 좌절된 의기를 자기 수련의 동기로 승화시켰다는 시각이 유력한 상황이죠.

저자께서도 지적하시는 대로, <삼략(三略)>은 그 기원을 한참 더 거슬러올라가 아예 태공망 여상의 명의로 잡는 입장도 있습니다만 이 설은 많은 이들에게서 지적 받듯 그 근거가 희박합니다. 유래가 오래되었다고 여겨진 많은 저술이 후세의 고증을 통해 드러나듯, 이 책 역시, 장량이 보좌해 건국을 도운 전한이 망하고, 후한 역시 광무제의 출중한 재능과 노력에 의해 건립된 지 이백여년 만에 무너졌으며, 통일의 가망이 보이지 않던 이후 누백년 간의 분열상을 다 거쳐 관롱 집단의 부각이 결국 기반을 마련한 수- 당 초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저술되었다는 지적이 이론적 호응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즉, 실제로는 (강태공은커녕) 장량의 활약기보다도 근 8백년이 지나서야 쓰여진 셈인데, 이는 사실 우리 동양뿐 아니라 서양의 많은 고전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 편입니다. 평판이 확고한 저자의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 풍조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가 없었으며, 따라서 탁월한 내용을 담은 저서라고 해도 위조된 명의를 겉에 걸어야만 독자층의 저변 확대를 기대할 수 있었겠죠.

"병법"이라는 분류 범주, 혹은 제명(題名) 때문에 현대의 독자들은 간혹 혼란에 빠지곤 합니다. 예컨대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는 흔히 병법서로 일컬어지지만, 내용의 실질은 군사 운용의 원칙과 세부 지침에 대한 게 아니라 검법 수련, 자기 연마, 처세와 경륜의 도(道) 등을 논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야모토 무사시가 실제로 그 책을 지은 게 맞다면, 그 저술의 아득한 전범은 그의 시대로부터 천 년 가까이 전에 지어진, 바로 이 책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책은 실전에 임하여 뭇 부하들을 통솔하는 요령,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기법, 방약무인-황음무도를 피하고 부하들과 일체가 될 수 있는 리더십 등에 대해 주로 "도덕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가르침을 잔뜩 담고 있습니다. 편제는 상-중-하의 세 방략(方略)으로 나뉘었다 하여 우리가 보다시피 제목이 "삼략"입니다. 흔히 전국 시대 책사들이 즐겨 원용하는 "상-중-하의 삼책"과는 의미가 좀 달라서, 이 책에 실린 "상중하략"은 그 위계나 경중을 따져 논하기가 어려울 만큼 소중한 가르침과 지혜로 가득합니다.

권변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황에 따라 태세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이 그 본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그게 그 말 아니냐고 착각할 수 있지만,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적응적 기대"와 "합리적 기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변하는 상황이 어떤 대응을 요구할 때, 상황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반응만 보여서는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국면을 바꿀 수 없습니다. A라는 문제 제기에 맞서 으레 A`라는 답을 내놓겠거니 주위에서 예상할 때, 느닷 A``에 이은 B를 내놓을 줄 알아야 그게 참된 임기응변이란 뜻입니다. 인간이 알파고가 두는 상수(上手)를 보고 그저 방어에 급급하면 그건 임기응변이 아닙니다. 컴퓨터가 예비한 모든 국면(경우의 수를 일일이 다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걸로는 도저히 사람이 기계를 못 당해내죠. 종목이 바둑인 이상 어느 국면으로 번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한 수가 꼭 있습니다)을 선제 제압할 수 있는 파훼법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사람의 장기는 계산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임기응변 능력에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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