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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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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A Cold Heart
글쓴이
Jonathan Kellerman
Random House Large Print Publishing
평균
별점10 (1)
김진철

여성은 "창조하는 인간, 젠더, 혹은 성(性)"입니다(sex라고 쓰는 게 본래 의도였으나 이상할 것 같아서). 어떤 여성도 무엇인가를 만들기 좋아하고, 창조의 모태를 다 간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남자들은 "만드는 것"보다는 대개 고치거나 수리하는 걸 즐기지만, 이마저도 사람마다 편차가 심해서 일률적으로 단정 못 합니다. 반면 여성들은 확실히, 별 예외 없이, 대개는 (뭐라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그림을 그린다거나, 조각을 한다거나, 요리를 한다거나, 하다못해 일기를 쓰고 편지를 작성하는 것도 다 일종의 "창조'입니다. 물론 남자도 요리의 대가가 있고 미술의 거장 중 많은 수가 남성입니다만, 요리 잘하고 예술에 능한 건 남자들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는 도저히 없죠. 빼어나게 그 재능과 적성만 타고난 소수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것뿐이고요.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여성은 대개 예비 어머니들입니다. 뭐 물론 여러 이유로 아기 갖는 걸 생각 않으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대체로는 여성은 자신 안에 모성, 혹은 그 잔여나 대체라 부를 만한 무엇인가를 갖고 태어나며,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이를 재확인합니다. 여성은 그래서 어린이들, 작고 약한 동물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좋아하고 달려가서 안아 주고 싶어하죠. (남자들은 반면.... 흠) 아마 여성들이, 그림 잘 그리고 요리 잘 하고 뭔가 창조의 적성이 있는 남자들에게 특별히 끌리는 건, 그런 "짓고 만드는" 자질을 닮고 싶어하는 충동도 있을 것입니다.

대개, 우리의 주인공 알렉스 델라웨어는 뭘 처음 만들어낸다기보다는 "고치는" 쪽이었습니다. 범죄자들의 잘못된 충동과 마음 씀씀이를 고치고(교정), 어그러진 사회 질서를 고치고(정의 구현),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를 고치고(힐링),... 이런 델라웨어와,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로빈 카스타냐는 남녀 커플로 멋진 앙상블을 이룰 만합니다. 카스타냐는 그런 델라웨어가 좀 더 자기 곁에 머물러 주고, 남들보다는 특별한 옆지기인 자신의 상처와 요구에 더 집중하고 케어해 주길 기대했죠(아니, 카스타냐뿐 아니라, 세상 어떤 여성이 안 그러겠습니까?). 여튼 지난번에 혼이 난 후 델라웨어도 자기 마음씀씀이나 자세에 대해 크게 반성한 바 있습니다. 비록 시기가 조금 늦긴 했지만 말입니다(... 깊은 위로를 전하며ㅋ).

이 장편은 어느 갤러리에서, 교살(목이 졸려 죽음)된 한 젊은 여성 아티스트의 참혹한 시신을 그들(당연히, 닥터 델라웨어와 형사 마일로 스터지스)이 마주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야심과 꿈으로 가득했던 이 여성은, 선망해 오던 갤러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어, 홀을 자신의 작품으로 가득 채우게 된 바로 그 꿈을 이루던 날,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앗깁니다. 만약 이 여성과 이루지 못한 사랑, 질투, 치정 따위에 의해 끔찍한 짓을 저지른 자의 소행이라면, 델라웨어 박사와 스터지스가 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유능한 LAPD의 루틴 스탭 선에서 충분히 해결을 볼 사항이죠. 그런데 왠지, 전에 죽은 어느 예술가의 죽음, 그 현장에서 포착된 모종의 패턴과 "개성"과 이 건이 서로 많이 닮았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지능적이고 비뚤어진 성품의 시리얼 킬러가 배후에 도사린다는 암시도 됩니다.  직전 권에 앨범을 보내 온 그자처럼, 이 범인 역시 공권력과 탐정에 뭔가 도전하는 듯한 태세를 굳이 감추지도 않습니다.

티모시 플라셰와 이미 한 살림 차린(헉!) 로빈을 자꾸 떠올리며, 뭐 바람기로는 세계 어느 남자 못지 않을 알렉스는, 이 책에서 또 몇 분 여성과 잠시 순간을 함께합니다. 그를 선망해 온 여러 여성들에게 공덕도 쌓겠다 눌러 왔던 회포도 풀겠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이 "외도 아닌 외도"가 이제 그에게는 죄의식으로 다가옵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는 그 까닭을, 왠지 전여친 로빈과 동일시될 이유가 많은, 저 젊은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범인을 잡는 과제는 이제 로빈에 대한 (간접)미안풀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고 냉혈한 범죄자를 잡아들여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일은, 닥터 디의 내면에서 동일한 동기와 추동력에 의해 진행됩니다. 영어에서 cold-blooded란 말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동정, 여유, 연대의식, 사랑을 전혀 결여한 채, 제 개체의 생존만 냉혹하게 추구하는 성질이나 행태를 가리킬 때 쓰이죠(보통 뒤에 bastard도 붙습니다만ㅎ). 닥터 디는 이 사건을 해결하며, 자신 속에 슬쩍 감춰진 한 가닥의 이기심, 공감 회피 본능도 함께 마주하여, 이를 고치고 다스리려 애 씁니다. 이 작품은 그래서, 다른 요소가 최소한으로 개입 자제된, 닥터 알렉스 델라웨어 혼자의 분투기라는 시리즈 원 색깔에 최대한 복귀한 구성이기도 합니다. 이 권만 우연히 큰글씨 판으로 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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