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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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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P. 177
단 하나, 조각은 일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의뢰인이 스스로 세상을 떠날 것만 같다는 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확하게는 그 의뢰인이 한때 갖고 있었던 가족, 그것을 불의의 방식으로 잃었을 때 한 사람의 정신이 얼마나 한 손상을 입는지, 과육에서 떨어져 나온 사과껍질 같은 생의 잔여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것이다. 비록 두꺼운 선글라스 너머에 자리한 슬픔의 심연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있어야할 동공 대신 지지대를 잃은 반여물의 정처 없음을 포착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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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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