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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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6.18
작은 기쁨 채집 생활
- 글쓴이
- 김혜원 저
인디고(글담)
-
똑같은 일상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지루해진다.
밥 먹는 것도, TV를 보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모든 것이 새롭지가 않아 지겨워진다.
늘 먹던 밥, 늘 보던 TV 프로그램, 늘 보던 사람들.
기분 전환을 위해 평소 잘 하지 않던 외식도 해보고, 평소 보지 않던 채널을 틀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모임에 나가보기도 하며, 지루한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어 보지만 그것 또한 곧 익숙해짐을...
새로움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젠 어떤 것도 그다지 새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조금 흥미를 보이다가도 금방 시들어버리는 것의 반복.
소소한 일탈을 간헐적으로 시도하지만 돌고 도는 시곗바늘처럼 나는 항상 제 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시간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이렇게 제자리에 남아있는데.
때때로 '나만 이렇게 인생이 재미가 없나?' 싶은 생각이 찾아와 잠 못 들게 하기도 하며,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아직도 철없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린다.
'아, 쉬고 싶다', '놀고 싶다', '일하기 싫어'
어떻게 하면 이 지루한 인생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잊고 지냈던 소소한 행복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작은 기쁨 채집 생활>을 통해 나만의 삶의 규칙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루한 일상들 속에서도 행복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다만 그것들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은 기쁨 채집 생활>의 저자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바라보다 보면 '사람 사는 것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럴 때가 아닌데'라며 현재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 '뭐라도 해야 하는데'라는 강박적인 생각이 들지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며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친구들과 서로 '한심함 배틀'을 벌이거나, 자신이 즐겁기 위해 하는 취미 생활조차 '비교'와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 때문에 온전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 등.
행복하고 싶긴 하지만 갖은 핑계를 대며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하거나, 주말을 보낼 때도,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히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격한 공감을 했다.

'이럴 때가 아니라'도 행복은 셀프이며, 틈틈이 행복을 찾아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뭐라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 한심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남들보다 못해도 괜찮다. 난 이 이상 잘할 수 없으므로, 즉 나의 수준으로는 '잘한 것'이니까.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 괴로움의 집합소가 아닐까 싶다. 생각이 많아서, 게을러서, 기준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두어서. 그래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세상은 간단하게 돌아가고, 시작이 힘들지만 한 발자국을 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가 돌고, 스스로가 기준이 되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는데도 어째서 잊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가 알려주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작은 규칙'들을 읽으며,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많았다.
손바닥 뒤집듯 다짐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도 관점을 달리해서 바라보면, '내가 사는 방식이 옳지 않았다는 걸 빠르게 인정하고 옳은 방향으로 수정한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는 것을 보며 위로와 함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나만의 주관이 없어 똑 부러지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주변 사람의 의견에 따라, 책에서 얻은 교훈에 따라 줏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방황하는 자신을 보며 휩쓸리기 쉬운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단지 내가 사는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빠르게 인정하고 옳은 방향으로 수정했던 것이라고 하니. '나는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려고 고군분투했구나'라며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와 변화하는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반성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하며, 자아 성찰을 해나가는데 괜스레 내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누구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어서.
배불리 밥을 먹고, 책을 읽으며, 여가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을 했다는 증거이고, 일을 해야 이런 평화로운 생활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당연한 사실을 쉽게 잊고, 더 쉬운 길을 찾는 우매함에 빠질지라도 나의 현재는 그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길을 걷다 보면 골목 사이사이, 담벼락 위아래, 보송보송한 털 뭉치들이 보일 때가 있다.
무단 침입을 서슴없이 일삼으며, 인간이 세워둔 사회 질서들을 유연하게 넘나들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 길고양이다.
출퇴근길, 숨은 그림 찾기처럼 곳곳에 숨어있는 고양이를 찾아보며 길을 걷는 때가 많다. 이것이 나의 '작은 기쁨 채집 생활'이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에는 언제나 몸을 둥글게 말고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아무런 고민 없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고양이를 찾을 수 있다.
나는 특히 보송보송해 보이는 털을 가진 동물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짐을 느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면서 절로 흐뭇해진다.
출근길에 이런 고양이들을 마주치면 축 늘어진 입꼬리가, 가라앉았던 마음이 스르륵 올라간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이 좋아지는 작은 규칙'이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정말 아주 별거 아닌 것 같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들어 나갔던 것이다.
소소한 행복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면 평범한 일상도 비범해진다.
귀여움이 세상을 정복하리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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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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