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재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구병모 작가님의 <파과>를 읽었어요.

<파과> 역시 주인공이 60대 여성 킬러예요.

여성 킬러, 60대 킬러도 흔치 않은데 60대 여성 킬러라니 진짜 독특하죠?

책의 시작 부분에 주인공 '조각'이 지하철 안에서 그들이 말하는 '방역' 임무를 수행하는데.

와.... 지하철 내부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정말 너무 현실적이고 실감나서.....

진짜로 그런 사람은 누가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40여 년을 킬러로 살아온 '조각'

현재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과거로 돌아가 

조각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고.

 그래서 현재의 시간에 같은 회사의 동료 '투우'가 왜 조각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갖게 됐는지도 알게 돼요.

현재의 시간에서는 조각이 자신의 나이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가에 대한 불안을 가지면서 차츰 자신을 둘러보게 되고, 

그러다 누군가에게 '감정'이 생기면서 '지켜야 할 것'이 생겨버린 혼란을 묘사하고 있어요.

 "너도 나도, 지켜야 할 건 이제 만들지 말자." (244쪽)

 자신의 인생에 유일한 보호자이자 스승(?)이자 사랑이었던 류의 저 말을 간직하고 살아온 조각에게,

60이 훌쩍 넘어 찾아온 그런 감정의 흔들림은 무척이나 놀랍고 당황스러웠겠죠.

 그 흔들림은 '투우'에 의해 위협받게되는데요.

조각와 투우의 사연도 참.... 기가 막혀요.

 투우는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정말 조각을 죽이고 싶었을까요?

복수가 아니라고 하지만 복수인 셈이었고

그렇다고 복수라고 하기엔 묘한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했고.

어쩌다 킬러의 세계로 들어와서 조각의 정체를 마주했을 때, 투우 역시 혼란스러웠겠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 자신의 약을 정성껏 챙겨주던 그 사람이 아직도 현직에 있다니 

그 미스테리한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실망과 분노와 반가움이 뒤섞였을 것 같아요.

만약 조각이 투우를 알아봤더라면, 조각과 투우는 다른 결말을 맞았을까요?

조각와 투우의 대결 장면도 정말... 영화를 보는 거 같았어요.

영화였다면 저는 보지 못했겠지만요.ㅋ

파과....

처음에 제목을 보고 선뜻 무슨 뜻인지 내용과 연결지어지지 않았는데요.

흠집이 난 과일을 뜻하는 '파과'래요.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야. (342쪽)"

인생에 한번뿐일지 모르는 빛나는 순간.

조각은 그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래서 더 빛나게 살겠죠?

그녀에게 주어진 모든 상실도 끌어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