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와의 만남

waterelf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5.21
복학한 해인 1994년, 기말고사를 보고 만난 후배가 “생일 축하해요. 이 책 형한테 어울려요.”라는 멘트와 함께 건네준 책이
아직도 그 후배가 왜 나와
그래서 yes24에서
저녁도 굶고 헐레벌떡 달려가서 시작하기 전에 겨우 도착했다. 우선 <도착하지 않은 삶>이라는 신간 시집을 받고, 자리에 앉자 곧바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주빈이 시인이어서인지 전에 가 본 저자와의 만남과는 진행방법이 달랐다. 최영미 시인이 먼저 4편의 시를 읽고, 참석자들이 답사로 하고, 간단한 질의응답후 싸인을 하고 마무리 하기로 했다.
원래 하나의 시를 나눈 것이라는 “일요일
아래에 인용된 시는 그날
“2008년 6월, 서울”
광장엔 옛날 사진들이, 피 묻은 신문들이 붙어 있고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도
어쩜! 이십 년 전과 똑같지만,
~ 중략 ~
친구와 수다를 즐기며 이탈리아 식당에서
칼을 들고 연어의 생살을 갈랐다.
입 안의 죄의식의 거품을 품지 않고
좋건 싫건 소위 386세대의 막차에 실려진 우리 또래에게는 은연중 운동하는 사람에 대한 원죄의식이 있었는데, 시인의 말처럼 이제는 그들에 대한 죄책감을 의식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마치 조선시대 산림(山林)에 대한 정신적 부채 혹은 존경심이 효종 때 산림(山林)의 현실참여 결과 사라져버린 것처럼.
나는 보았다.
일찍이 고결(高潔)했던 것들이
부패해버린 것을.
나는 보았다.
일찍이 이상(理想)을 외치는 순결한 입술이
음탕한 말과 거짓으로 썩어버린 것을.
나는 보았다.
일찍이 신념에 찬 행동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던 이가
다른 이의 피와 살로 만찬을 즐기고 있는 것을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해버린 루터의 초상화처럼
짧고 긴 세월 속에 금이 간 가면 속의 그 무엇이
어느새 우리도 프랑스 요리를 죄책감 없이 즐기게 해주었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