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學

waterelf
- 작성일
- 2023.7.8
파운데이션
- 글쓴이
- 아이작 아시모프 저
황금가지
SF의 3대 거장 중 하나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은하 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는 대하 소설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된 작품이라서 그런 것일까? 특정한 주인공이 없고 시대 혹은 역사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드는 기묘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파운데이션>은 인류 문명의 암흑기를 단축하기 위해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의 계획부터 시작한다. 그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변방에서 온 가알 도닉을 비롯한 한 무리의 과학자들과 그 가족들을 은하계 끄트머리에 있는 ‘터미너스’라는 별에 추방의 형식으로 보낸다. 이들은 표면적인 목적인 백과사전 편찬에 전념한다.
5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은 은하 제국의 영향력에 벗어나 독자세력화를 시도하는 이웃들의 압력 속에서 파운데이션이 설립된 진실된 목적을 알게 된다. 이때 백과사전 편찬만을 우선시 하는 위원회로부터 초대 시장인 샐버 하딘이 파운데이션의 실권을 탈취하고, 주변 세력들 간의 세력 균형을 이용해서 위기를 극복한다.
다시 30년이 흐른 뒤에는 샐버 하딘이 아나크레온 왕국의 파운데이션에 대한 공격을 종교를 이용해서 물리친다.
파운데이션이 건설되고 150년이 지난 후, 종교와 교역이 결합된 영토 확대를 꾀하는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시장이 된 무역상인 출신의 호버 말로가 교역을 이용해서 코렐 공화국과의 전쟁에 승리한다. 이렇게 <파운데이션>에서는 3차례의 각기 다른 ‘셀던 위기’로 표현되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한다.
언뜻 보면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처럼 위기가 다가오면 영웅이 등장해서 손쉽게 해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래서 어렸을 때 읽고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심리 역사학’에 흠뻑 빠져, 실제로 가능하다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심리 역사학’에 의한 미래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비슷한 디스토피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 해리 셀던은 시간 유품관에서 이렇게 말했네. 위기가 닥치는 순간마다 우리가 누리는 행동의 자유는 단 한 가지 행동만 취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시켜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좁은 길만 따라가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곁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네. ……” [p. 131]
이처럼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심리 역사학’은 새로운 제국 수립을 위한 설계도이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이것은 ‘파운데이션’의 시민들, 나아가 은하 제국의 신민들에게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주어진 미래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삶이 예정되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심리학 실험이 그렇듯이 대상자가 실험의 의미를 알 경우 결과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변수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는 것은 이해한다. 그래서 해리 샐던도 변방의 행성 ‘터미너스’에 ‘파운데이션’, 즉 제1 파운데이션을 설립하면서 심리학자를 제외시켰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통제는 ‘암흑시기의 축소’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통제 받는지도 모르고 다른 이가 규정한 삶을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 여기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노예의 삶이 아닐까? 자신의 의지로 행동했다고 믿었던 것이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통제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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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