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學

waterelf
- 작성일
- 2017.7.20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 글쓴이
- 이철수 저
문학동네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이 작품을 보면, 신라의
향가 <제망매가(祭亡妹歌)>가 떠오른다.
삶과 죽음의 길은[生死路隠]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此矣有阿米次肹伊遣],
“나는 간다”는 말도[吾隐去内如辝叱都]
못 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毛如云遣去内尼叱古].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於內秋察早隠風未]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한 가지에 나고[一等隠枝良出古]
가는 곳 모르온저[去奴隠處毛冬乎丁].
아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나[阿也, 彌陁刹良逢乎吾]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道修良待].
두 작품 모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죽음이라는 ‘이별’로 그려내고 있다. 신라의 승려 월명사(月明師)는
누이를 기렸는데, 대한민국의 판화가 이철수는 누구를 기리며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
사실 이 책,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는 시집(詩集)처럼 리뷰쓰기가 난감한 글이다. 작품마다 이렇게 간략한 느낌을 달기도
그렇고, 반대로 하나로 뭉쳐서 감상을 늘어놓기에는 각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도 소재도 모두 다르다.
마치 사람의 일생을 요약해서 감상을 적으라고 하면, 한참 머리를 싸매다가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다’ 혹은 ‘태어나서 아이를 낳고 살다가 죽었다’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렇기에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호기심에 구입했지만 막상 책을 펼쳤다가 덮고 나니 막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삶에 대한 자습서랄까? 한번에
읽어 내릴 수는 있지만, 진도에 따라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는 자습서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틈틈이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책 소개에
언급된 것처럼 저자의 판화가 선(禪)의 세계를 일상적인 삶으로
끌어들인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반대로 일상을 선(禪)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입시교육에서 비롯된 분석에의 강박 때문일
수도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자기 작품에 대한 ‘저자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맞추지 못하는 것처럼, 있지도 않는
허상을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명확한 것 같다. 불교의 ‘화두(話頭)’처럼 곱씹으면서 보고 읽고 느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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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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