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ama Abroad

dramatique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7.11.19
일본 서브컬처의 상징 ‘오타쿠’
드라마 <전차남>과 <아키하바라@DEEP">아키하바라@DEEP>은 오타쿠들이 주인공이다. 2003년부터 조짐이 보이던 오타쿠들의 파워는 <전차남> 열풍과 함께 폭발하여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 오타쿠, 그들을 정의한다.

‘오타쿠’라는 단어를 설명한다는 건 새삼스러움을 넘어서 구차스럽기까지 하다. 이미 한국에서도 일반화된 어휘인데다, 단어의 유래나 넓은 범위의 사용 방법까지 거의 상식 수준이 되어버렸으니. 그렇다고 ‘오타쿠’를 쉽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여기까지는 오타쿠고, 여기만 안 넘으면 오타쿠카 아니다, 하는 식의 기준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기준에 대해 일본 최대의 싱크탱크이자 도쿄 증시 1부 상장기업이기도 한 노무라 종합연구소(이하 NRI)는 이렇게 말한다. “가처분시간/소득 중, 대상물에 지불하는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사람이 오타쿠”라는 것.
NRI의 정보-통신 컨설팅 2부에서 지난 2004년 여름에 발표한 오타쿠 시장에 대한 연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오타쿠 층의 시장 규모는 약 2,900억 엔에 이른다고 한다. 한창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2003년 전체 규모가 약 2,424억 엔이었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오타쿠들의 상징 키워드 중 하나인 ‘모에’ 시장만 하더라도, 2005년 여름 하마긴 종합연구소의 조사 결과 ‘모에’ 만화와 영상, 게임 시장으로도 약 888억 엔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 조사가 나오자마자 ‘모에’ 계열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급상승한 것은 당연한 결과.
그렇다면 오타쿠들의 구매 파워는 어째서 이렇게 강한 것일까. NRI의 분석에 따르면, 그것은 그들이 이상상(理想像)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들은 이상상을 추구하는 ‘정열’, ‘소비’, ‘창조’의 스파이럴이라는 복잡한 정의를 내리며, 오타쿠들이 이렇게 엄청난 구매 파워를 보이며 움직이게 하는 것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궁극적인 상품(그것이 하드웨어이든, 가상의 캐릭터이든 간에)을 탐구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이상을 추구하는 정열이 소비로 직결되기에, 가격은 그 다음 문제가 되어 높은 가격이나 한정판이라는 구입의 장애물들을 꺼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이렇게 오타쿠들의 소비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경제력이 아니라 ‘정열’을 기본으로 삼기에 경기가 아무리 불안정해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경기가 변해도 서브컬처 콘텐츠와 각종 하드웨어 시장을 떠받드는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한다는 분석.
이처럼 안정되고 높은 구매력에 더해, 오타쿠는 기업들의 마케팅에 있어서도 매우 귀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바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적응력과 분석력. 각종 IT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해가지만, 정작 수익을 회수해야 할 일반인들은 새로운 상품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점이 뛰어난지 이해력이 떨어질 뿐더러 이해하려는 노력도 잘 기울이지 않는다. 새로운 상품을 발매하고 마케팅을 위해 앙케트나 제품 모니터를 하려 해도, 일반인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 ‘필요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 하지만 오타쿠들은 이런 새로운 기술들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시험해본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일본 기업들은 선진 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제작하게 되면 우선 오타쿠 시장에 투입해서 해당 제품이 소비되는 방식이나 피드백들을 관찰한다. 그 후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에 알맞게 개량한 보급형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대량소비 시장에 뛰어드는 식의 마케팅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오타쿠의 이런 ‘자발적인 피드백’ 능력에 거대 기업들이 확신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보급된 ‘HDD 레코더’. TV 프로그램을 하드디스크에 녹화하고 DVD에 옮기기도 하는 이 기계는 오타쿠들의 폭발적인 구입과 피드백에 의해 시장에 정착되었다. 기계 자체의 발상도 심야 애니메이션 등을 효율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컴퓨터에 TV 튜너와 캡처 카드를 넣어 VTR 녹화를 하는 것처럼, 바로바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보관하는 오타쿠들의 행동 패턴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정도.
이처럼 한국에서는 단어의 부정적인 사용에만 매달리며 허우적대고 있을 때, 일본의 오타쿠들은 자신들만의 시장을 확립시키고 능력을 배양하여 거대 기업들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가까운 두 나라에서도 ‘특정 분야를 사랑하는 중증 마니아’들의 소비 스타일은 이렇게 다르고, 그 만들어낸 결과물들도 이렇게 다르다. 허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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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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