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의 마지막 자존심,

척 로어

 

 

<프렌즈> 이후 미국 시트콤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 시청률 순위 10위권 안에 시트콤은 없다. 하지만 20위 안이라면? <두 남자와 1/2>이 아직 남아 있다!

 

<프렌즈> 이후 시트콤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자잘한 인기작들이야 여전히 존재하지만 <프렌즈>처럼 전체 시청률 1위(2002년)를 기록했던, 방영 내내 꾸준히 10위 안에 자리했던 시트콤은 2000년 이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시청률 20위 안에서 홀로 분전하고 있는 시트콤이 있으니, 바로 한국 케이블 채널(드라맥스)에서도 방영 중인 <두 남자와 1/2(Two and a Half Men)>(CBS, 2003~ )이다.

<두 남자와 1/2>(이하 <두 남자>)의 크리에이터 ‘척 로어(Chuck Lorre)’는 <두 남자> 이전부터 시트콤의 거물로 군림해왔다. 시트콤의 거물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인생역정은 꽤 드라마틱하다. 1952년생인 그는 아버지가 사업 실패에 따른 상실로 세상을 뜨고, 전업주부였던 어머니가 생활전선으로 나서야 했던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SUNY(뉴욕주립대)에서 ‘전공으로 로큰롤과 대마초, 부전공으로 LSD’ 등 방만하지만 당시로서는 보편적인 젊음을 누렸다. 1972년 대학을 중퇴하여 작곡가가 된 그는(애니메이션 <돌연변이 닌자 거북>의 테마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후 1976년 기타리스트로 고용되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역시 방만한 생활에 따른 건강 악화로 1986년 음악 인생을 접었다. 그리고 그가 관심을 돌린 곳은 바로 TV였다.

“나는 작곡가로서 언제나 스토리텔링에 매혹되어왔다. 그리고 사람들을 웃기는 것은 내 타고난 천성이었다”는 말처럼, 그는 그 어떤 시나리오 작업 교육도 받지 않고 애니메이션 대본으로 시작해 단 4년 만에 1990년 시트콤 <로잔(Roseanne)>(ABC, 1988~1997)에 작가 겸 제작자로 참여하게 된다. 과체중에다가 가부장 대신 집안을 휘어잡는 여성 가장을 최초로 주연으로 등장시킨 시트콤 <로잔>은, 당시로서는 <프렌즈>급의 인기를 누리던 시트콤이었다.

이후 <그레이스 언더 파이어>(1993~1998), <시빌>(1995~1998), <달마와 그렉>(1997~2002) 등 히트작들을 줄줄이 뽑아내었고, 드디어 <두 남자>를 선보인다. 결혼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공포증을 갖고 있는 바람둥이 독신남 찰리(찰리 쉰)와 까다로운 성격 탓에 두 번이나 이혼한 동생 앨런(존 크레이어) 그리고 앨런의 조숙한 아들 제이크(앵거스 T. 존스)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시트콤 <두 남자>를 통해, 찰리 쉰은 이혼 등 여러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찰리 쉰의 난봉꾼 이미지마저 시트콤에 적극 사용한 척의 전략도 한몫했다. (하략) 최원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