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렇게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 이준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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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댓글 1

바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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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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