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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 이준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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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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