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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5.5
당신의 월든은 어디입니까?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에세이 [월든]을 작가의 시선으로 쫓아가며 그의 눈부신 행보를 알기쉽게 풀이해 준 저자의 애정어린 결과물이다.
1부는 소로에 대한 인생 전반적인 이야기,
2부는 소로의 삶을 통해 느꼈던 작가의 에세이로 이어진다.
혹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워낙 유명한 책이라 필자도 여러 번 들었다 놨다, 펼쳤다 닫았다 한 책이다.
솔직히 잘 읽히지는 않는다. 여러 정황들의 묘사가 많아 그 장면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는 월든으로 가는 힘든 여정에 손을 내밀어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제목이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일까?
그것은 작가님 스스로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월든과 소로를 통해 안정 온도를 찾았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타인을 신경 쓰며 매일같이 감정노동에 지쳤을 독자들에게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고, 내려놓아도 된다고 월든 존(Walden zone)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라고 친절히 손을 내밀고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느낌.
남몰래 서랍 속에 우주를 숨겨놓은
기분이었다.
- p18. 책 중에서
평화와 안정을 주는 월든을 작가는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월든 호수 사진을 '월든 부적'이라 표현하며 지치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안식처가 되었다고 한다.
월든을 읽고 월든 호수를 여행하며 관련 책을 쓰고 싶었던 작가는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책을 완성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가장 적게 노동하고,
가장 적게 자연을 파괴하며,
가장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삶을 살 것인가?
- p31. 책 중에서
이 대목은 하루 몇 시간만 일하고 경제적인 자유를 느끼자는 단순함을 뜻하지 않는다.
죽지 않을 만큼만 최소한으로 소비하고, 먹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유지하며
나머지를 자신의 삶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유행이나 낭비는 월든과는 아주 동떨어진,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따라서 월든으로 가는 길에서는 당신의 모든 짐을 내려놓아도 좋다고 표현하고 있다(p48).
나는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이란 그토록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의 골수 깊은 곳까지
모조리 빨아들이고 싶었고,
스파르타인처럼 강인하게 살아가며,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제거해
버리고 싶었다.
- p50. 책 속에서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제거하는 것, 이것은 소로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자유의지'였다.
깨어있는 삶, 간결한 삶, 그 어떠한 사회적 시선이나 비교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삶.
걷고 또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듣고 풍경을 즐길 줄 알며,
홀로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도 전혀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은, 자연과 친구가 되는 삶.
그는 정녕 그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인'이었다.
감정노동을 반복하는 삶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권리
p85. 책 속에서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통제하려 든다.
오롯이 그 사람 일거수일투족을 건드리려 한다.
건강한 거리 두기와 나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말하고 있다.
제아무리 소중한 친구, 이웃, 가족일지라도 '건강한 마음의 거리 두기'는 오히려 사랑으로 둔갑한 옹졸한 간섭 대신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더욱 견고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역설한다.
끝없는 자아의 탐구
진정,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요새 더욱 화두가 되고 있는 나다움,
나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나다움을 찾아 나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할 것인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때,
소로의 첫 번째 생존의 길,
두 번째 순수한 기쁨의 길,
세 번째 그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나만의 길에서 영감을 얻어보자. (...)
이 세 가지 길 중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가만히 되돌아본다.
p114. 책 속에서
학벌, 경력, 사회적 위치를 모두 벗어던지고 나와의 진정한 만남을 이루는 일이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고민과 번뇌가 휘두를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내려놓기에 현실적인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소로처럼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질 당한다.
그러면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을 덤으로 얻는다.
있는 자와 없는 자,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고용을 하는 자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 현실이 그러하다. 이상만 좇기에는 이는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차라리 경제 서적이나 돈벌이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 빨리 경제적 자유부터 누리고 그다음을 이야기하는 게 낫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소로의 삶을 완벽히 재조명한 작가는 말한다.
하루에 몇 시간 만이라도 자기만의 월든 시간을 가지라고.
비움, 내려놓음, 지친 나를 어루만지는 시간.
이 정도도 하지 못하면 치열하고 험난한 인생에서 번아웃과 우울감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고.
다시, 묻는다.
당신의 월든은 어디입니까?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정보와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오롯이 나를 존중하며 나답게 살 것인가.
이것에 대한 물음과 대답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하지만 쉬이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자신만의 '월든 타임'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그것은 미래에 자신이 만든 자신만의 안식처'를 이야기하는 정여울 작가.
그곳이 생긴다면 나도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런 안식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꼭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도 내 안의 안식처를 견고히 다질 수만 있다면 여느때나 꺼내볼 수 있으니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물이기에 언제든 실패와 역경에 노출될 수 있다.
때문에 나만의 월든과 같은 안식처를 현실적으로 마련해두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없이 위로 자라는 성장에만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서로 도울 수 있기에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삶의 햇빛이
우리 마음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야 했다.
- p181. 책 속에서
소로의 발자취를 따르고, 그의 행적 하나하나를 소중한 구슬을 꿰듯 엮으며 우리를 소로의 인생과 월든으로 초대를 하는 책,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에서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한없이 미천한 존재인가를, 그러나 자신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가 그 또한 자신임을 나긋나긋 일깨워 주는 책,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책 속에 있는 사진들은 마치 직접 월든 호수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해준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내 마음을 도통 다잡을 수 없을 때, 인간의 행동들로 결국 기후 재앙이 일어난 이 시점에, 자연의 위대함과 최소한의 소비생활, 소박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오히려 충만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이 책을 꼭 한 번은 마주해 볼 것을 권한다.
읽기 어려운 고전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이
펼쳐집니다.
- 정여울 작가
그렇다, 이것이 정 작가가 애정하는 모든 예술과 작품, 장소를 대하는 자세이다.
무조건적인 예찬이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을 소중히 대하려는, 그 속에서 의미를 밝혀내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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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월든을 읽을 차례이다.
그녀의 따뜻한 월든으로의 초대장을 받았으니, 소로가 지은 [월든]의 세계에도 눈길을 담가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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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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