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이의 아름다운 끄적끄적(도서필사)
비키언니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7.6.20
본문 중에서:
증오는 뭐니뭐니해도 두려움과 섞어 놓았을 때
최고다.
비겁함은 그 어떤 것보다 순수하게 고통스러운
악덕이지.
미리 생각할 때도 끔찍스럽고, 막상 겪을
때도 끔찍스럽고,
나중에 뒤돌아볼 때도 끔찍스럽거든. 증오에는
그래도 쾌락이 따르기 때문에,
겁에 질린 사람은 공포의 참담함을 상쇄하기
위해 증오라는 보상물을 애용하는 법이다.
증오는 수치심에도 훌륭한 해독제 노릇을
해준다.
용기란 단순히 수많은 미덕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시험의 순간, 즉 가장 첨예한 현실과 마주치는
순간에 모든 미덕이 하나같이 취하는 형태라는
사실을 원수도 너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
위험에 굴복하는 순결이나 정직이나 자비는
조건부의 순결이나 정직이나 자비에 불과해.
빌라도도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자비로운
인간이었지.
미신에 기대는 마음을 일깨우는 방법도 있지.
요점은 원수 자신과 그가 공급해 준 용기 말고도 기댈 곳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공포 자체가 아니라 비겁한
행동이야. 공포의 감정 그 자체는 죄가 아닐 뿐더러, 보기엔 즐거워도 소득은 별로 없다.
인간은 단지 피로하다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피로한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요구를 받을 때 화를 내거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시간만 좀 지나면 자기는 당연히 그런 기대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버리지.
인간들이 자기한테 '맞는' 교회를 찾아다니다
보면 원수의 바람대로 학생이 되는 게 아니라 비평가가 되어 버린다.
요즘은 목사가 교인의 믿음 없음에 충격받는
게 아니라 외려 교인들이 목사의 믿음 없음에 충격받는 처지가 되어 버렸지. 이 목사 덕분에 참 여러 영혼이 기독교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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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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