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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루에서 끄적끄적(어학연수,선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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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1일 페루 리마에 도착했으니 3개월하고 3일이 지났다.


3개월이란 시간은 그 나라 사람들을 알기에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한 곳에 3개월 머무르는 건 꽤 긴 여행에 속한다.


페루는 한국과 14시간이나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곳인만큼


우리와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에 3개월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페루사람들과 기숙사에서, 아파트에서 같이 부대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 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외국인들과는


조금은 다른 체험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1.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던 장례식.


어떤 이벤트가 있거나 화려하게 꾸며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집 앞 마당에서 소박하게 진행된 장례식이었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검은 정장도 제대로 갖춰있지 못한 가난한 마을사람들 전체가 모여서 고인을 애도하러


장례예배에 참석하고, 큰 시내버스 2대를 빌려서 장지까지 함께 했던 기억이다.


젊은 나이에 집안의 가장이었던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서럽도록 펑펑 우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슬픈 감정에 빠지지 않고


진정으로 고인과 가족들을 애도하고 챙겨주는 모습에 눈물이 났었다.


장례식을 마친 후에는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고인의 가족과 볼키스와


포옹을 나누고 묘지 앞에서 한참 동안 음료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었다.


다 끝난 후에는 고인의 아내가 씩씩한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감사하고,


이 순간 진심으로 기쁘다고 얘기했다. 고인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모인 사람들.


그들이 고인의 가족들에게 또 다른 가족들이 되어줄 것이고, 앞으로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되어줄 것이란 확신이 찬 음성이었다. 반드시 함께 우는 것만이 슬픔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걸 페루사람들은 보여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  http://blog.yes24.com/document/7785577 


 


2. 버스 문화


페루의 버스는 한 마디로 열악하다. 소수의 대형버스만 제외하면 거의 다 우리나라 마을버스나


봉고차를 개조한 낡고 작은 버스다. 그 비좁은 버스에 매일 덩치 큰 페루사람들은 온몸을


밀착해서 타고 내린다. 한국같으면 짜증나고 화날 수도 있는 순간들이 정말 많을텐데


누구 하나 불평 불만 없이 최대한 밀착해서 최다 인원이 탈 수 있게끔 배려한다.


사람이 많아 내리기 힘들 때에도 내린다고 한 마디 하면 더더욱 서로의 몸을 밀착해서


비껴주고, 앞사람들은 기사아저씨에게 뒤에 내린다고 큰 소리로 말해주기도 한다.


특히, 노약자에 대한 배려는 세계 최고인 것 같다. 노인과 아이가 버스에 오르면


빛의 속도로 자리를 양보하고 가끔 나같은 젊은 여자에게도 어르신께서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도 있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에 나왔다가 불편해서 짜증이 확 솟구쳤다가도


작은 순간 순간, 무언의 배려와 매너가 몸에 밴 모습을 관찰하면서 흐뭇할 때도 많다.    


 


3. 마음 약한 강도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소매치기나 납치, 강도사건은 비일비재하다.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페루강도는 한국인 학생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려 했는데 일주일 동안 그 학생이 열심히 기도하고 인내하는 모습에 감동해서


결국 풀어줬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지인분의 아드님도 한국에서 새 가방을 사와서


매고 나갔다가 칼든 강도에게 뺏겼는데 가방 안에 책은 돌려달라고 했더니 군말없이


돌려줬다는 이야기. 물론 범죄는 다 나쁘지만 운 좋으면 조금 너그러운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


 


4. 스타벅스와 공사장에 일하는 노동자


어떤 분이 스타벅스에 갔는데 흙먼지 잔뜩 묻은 유니폼을 입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커피마시는 현지인을 봤다고 한다. 남미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페루도 스타벅스는


한국과 거의 동일한 가격이고, 임금수준이 상상못할 정도로 낮다. 교사월급이 200달러 수준.


그 노동자는 자기 월급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값을 지불했고 생계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당장 내일 혹은 몇 년 후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는 우리와는 참 다르다.  


 


5. 최악의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


주로 사업하는 분들이 많이 겪는 이야기인데 직접 듣기도 하고, 어떤 글에서도 봤다.


페루 현지인들을 고용해서 사업하는 분이 예전에 사업이 위태롭고, 집안에 부모님까지


편찮으셔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장이 매일 침울한 분위기인데도


직원들이 초반에만 조금 진지하고 조용했다가 금방 평소대로 농담하고 떠들고 웃더란다.


회사가 기울면 자기들의 생계도 흔들리는데 그렇게 태평하게 웃을 수가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같으면 각자 속으로 이직을 준비하느라 심란했을


것인데 그 사람들은 그랬다고 한다. 계속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다같이 열심히 하면 잘되지 않겠냐고 하면서. 실제로 그 분은 시간이 흘러 사업위기를 넘겼고


그때의 직원들과 지금도 여전히 같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부정적이고 슬픈 감정은 전염이 빠르다.


반면, 긍정성과 낙천성은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페루에 온 외국인들, 특히 리마에 온 외국인들은 흐린 하늘과 불안한 치안, 열악한 환경 때문에


생활에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몇 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곳이


덜 춥고 덜 더워서 좋고, 물가 저렴해서 좋고, 사람들이 순수해서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한국보다 불편하고 힘든 것들이 많지만 한번쯤 뒤집어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많다.


어디에 있든 페루 사람들처럼 마음 먹기 나름이다. 부정적이면,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이 사람들처럼 긍정적이면 극도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버틸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러한 낙천성은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부작용도 낳지만, 각 개인의 삶과


행복에는 확실히 긍정적이다. 물론 여러가지 사회전반적으로 일처리나 시간개념 등등


비상식적인 경우가 무지하게 많다.


하지만 거를 건 거르고, 적당히 넘길 건 넘기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미에서 생활한다는 건, 하루하루가 불행이고 고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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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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