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의사 선생님과 약속이 있어 만났는데 갈 곳이 있는데 함께 가잔다.

 

두 달 전 진보신당의 미디어팀인 칼라TV에 유기견이 들어왔는데

가서 건강도 살펴보고 사료도 전해주자고.

 

그래서 쭐레쭐레 따라나선 길.

 

 

"성훈아, 성훈아!"

칼라비티에 입사한 지 두 달 됐다는 성훈이를 불렀다.

그러자 나와 반기는 녀석.

얼마나 꼬리를 흔들어대는지 사진 좀 봐라 ^^;;

 

 

"헉~!

그런데 이 사람들이,,,다짜고짜 뭐하는 짓이야?"

반가운 인사도 잠시 이곳저곳 건강 상태를 살피는 수의사 선생님의 손길에 당황한 성훈이^^;; 

 

 

 

성훈이는 유기견으로 떠돌다가 두 달 전에 칼라TV에 입사했다.

사람들은 두 달 만에 성훈이 팔자가 폈다고 했다.

거리를 떠돌던 녀석이 따뜻한 곳에서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두 달 사이에 건강하고 밝아졌으니까.

내가 봐도 성훈이는 행복해 보였다.

게다가 올 때부터 눈에 문제가 많았는데 두 달 동안 병원을 열심히 다닌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그런데 수의사 선생님이 대략 살펴본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눈에는 백내장이 왔고 각막궤양도 심하고

길에서 살다가 사람에게 걷어차였는지 이빨 하나는 반이 나가 있었다.

내가 봐도 치석도 엄청나고..

적게 봐도 8살 정도? 꽤 나이가 많은 녀석이었다.

거리에서 이 나이까지 견디다니 장하다, 성훈. 

 

 

수의사 선생님은 조만간 병원에 데려가서 스케일링도 해주고 다른 곳도 살펴주기로 성훈이와 약속을 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니까.

 

요즘 같은 취업난에 가난한 일터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입사한 것을 축하한다, 성훈아.

입사 기념으로 건강검진도 해주니 정말 좋은 회사지?^^

 

따뜻한 차를 얻어 마시고 가보려 일어나는데

성훈이는 아쉬운 가 보다.

"벌써 가게?" ^^;;

 

 

 

배웅도 할 줄 아는 착한 녀석.

거리에서 살았어도 너, 굉장히 예의바르게 살았구나.

 

 

거리에서 떠돌던 성훈이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좋은 일터에 자리를 잡았다.

주거와 노후를 한꺼번에 보장받은 나름 진보적인 곳에 ^^;;

 

개발에 미친 이 나라는 이 추위에도 세입자들을 쫓아내고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도 인권도 없는 나라에 살고 있구나, 우리는.

용산 참사도 아직 해결하지 않고 또 다시 맞은 이 겨울에 말이다.

잊은 듯 살다가도 용산 사고 현장 앞을 지날 때면 죄인이 된다.

침묵하는 나도 유죄아닌가.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

 

올 겨울 유기견 성훈이는 추위를 피하고 보살핌 받을 수 있는 쉼터를 마련했다.

겨울이라 그런가,

'주거복지'라는 말이 참 절실하구나.

 

성훈이가 저렇게 입을 크게 벌리고 뭐라고 포효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