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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 작성일
- 2015.10.13
해리 포터와 피터 팬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글쓴이
- 이남석 저
자음과모음
해리 포터와 피터 팬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해리 포터와 피터 팬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책제목 참 기발하다. 해리 포터와 피터 팬은 아이들도, 어른도 좋아하는 캐릭터 아닌가. 우선 눈길을 끄는 책제목과 알록달록 표지부터 살펴보게 하고 아이들 스스로 펼쳐보도록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짜 해리포터와 피터 팬이 노는 이야기를 상상한 청소년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 갸웃거릴 거 같아서다. 책을 좋아하는 청소년이라면 이 책의 진면목을 금방 알아챌 수 있으리라.
이 책은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두 번째 밖에 안됐어?라고 하기엔 이 책은 꽤 정리 잘된 인문교양서 같다. 그런데, 청소년들에게 읽히기엔 너무 심오한 게 아닌가. 저자 이남석은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변화행동연구소장으로 청소년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었다. 서문에서도 프루스트와 니체의 글을 인용하여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독서가 중요한지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해 쓴 ‘독서행’ 책이라고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해리 포터와 피터 팬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는 고전이라면 하품하며 재미없어하는 오늘 날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책 읽기를 보여 주는 책이다. 질문법으로 깊이 읽도록 유도하거나 탐정처럼 분석적으로 읽기, 1인칭 시점으로 바꿔 읽기, 배경지식으로 넓게 읽기 등 총 여섯 가지 방식으로 같은 책이지만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취지인 거 같다.
책은 처음 읽었을 때 흥미진진한 재미를 찾거나, 다시 읽었을 때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이외에도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동화를 다시 읽음으로써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청소년에게 인문학의 가치를 소개해 온 저자가 직접 선정한 도서 목록이 담겨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각 장 마다 다양한 방식의 책 읽기에 맞는 책들도 추천하고 있어 직접 아이들이 책 읽기 방식을 응용할 수 도 있게 되어있었다.
첫 번째 읽기 : <괴물들이 사는 나라> 질문법으로 깊이 읽기
첫 번째 읽기에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질문법으로 깊이 읽기를 하여 주인공 아이 맥스의 심리상태를 분석하여 흥미로웠다. 엄마한테 혼난 맥스가 자기 방 안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갔는데, 그 곳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고 왕을 하던 맥스가 엄마의 음식 냄새에 저녁밥을 먹으러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나도 읽으면서 맥스의 심리가 괴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추측했었는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잘 맞출 지 궁금해졌다. 저자의 분석을 보니 역시 괴물은 맥스의 화가 난 심리상태이며, 맥스 바로 자신이라는 해석이 재미있었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감정싸움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빚대어 표현한 원작자 모리스 센닥도 대단해 보였다.
저자는 각 장마다 보리 오빠와 함께 읽기라는 독후행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책 읽기에 맞는 책들도 추천하고 있다.
두 번째 읽기에는 여자아이들의 필독서 <인어공주>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꿔 읽기였다. 1인칭이라니, 인어공주가 본 왕자와 세상은 어떻게 그려질까. 책에서는 인어공주가 왕자에게 연정을 품고 구애하다가 마녀를 찾아가게 되고 인간이 되고 싶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꿔 놓았다. 색다른 인어공주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몰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은 대부분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켜 상상해서 글을 읽어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꿔 읽기는 재미있는 발상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읽기인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을 <인어공주>와 <심청전>, <빨강머리앤> 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글을 지어보라고 하고 싶어졌다.
세 번째 읽기 : <80일간의 세계 일주> 배경지식으로 넓게 읽기
세 번째 읽기에는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배경지식으로 넓게 읽히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무슨 배경지식? 소설을 읽는 데, 배경지식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궁금하던 차에 읽어내려 가니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72년 영국, 즉 19세기 영국의 상황이 자세히 나왔다. 당시 영국은 식민지를 많이 건설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전형적인 귀족 계급인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는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감행한다.
맙소사. 그런데 말입니다!! 그 당시 필리어스 포그가 갔던 여행지가 영국의 식민지만 돌아다닌 것이 충격적이었다. 동인도 회사가 활동하던 곳을 찾아 다녔으니, 2만 파운드의 영국 돈으로 세계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는 어두운 이면이 있었다. 결국 영국의 괴짜 귀족이 영국의 제국주의 덕분에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놀라웠다.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넓게 읽지 못했을 이야기였으리라.
네 번째 읽기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탐정처럼 분석적으로 읽기
네 번째 읽기에는 우리나라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탐정처럼 분석적으로 읽으라고 되어있었다. 탐정이라 이번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번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해석한 저자의 글이 사실 제일 파격적이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를 통해 남매의 아버지를 읽어내다니, 심리학자인 저자의 전문지식이 총동원되는 장이라 청소년에게는 약간 어렵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프로이트적 접근은 놀랍기도 했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풀어낸 저자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했다. 결국은 전래동화를 통해서도 탐정처럼 분석적으로 읽어내어 다양한 책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자극을 받게 되었다. 단순히 읽히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담아 다른 해석도 해보고 아이들의 마음도 읽어낼 수 있는 책읽기 방식이 흥미로왔다.
다섯 번째 이야기 : <해리 포터> vs <피터 팬> 작품 비교로 가치를 발견하는 읽기
다섯 번째 이야기에는 드디어 책제목인 <해리 포터> vs <피터 팬>이 나온다. 이 두 작품을 비교하여 각각의 가치를 발견하는 읽기에 도전한 장이다. 먼저 <해리포터>에 대한 저자의 판단은 책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시대적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해리 포터의 나르시시즘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평범한 해리 포터를 주변에서 인정하고 특별함과 명성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간파하여 이 책이 쓰여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인기는 해리 포터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고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현대사회는 피터 팬이 많은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피터 팬>은 네버랜드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억압된 욕망을 분출시키는 환상일 뿐 현실 속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인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땅의 피터 팬들이 다섯 번째 이야기를 읽어보고 환상과 현실을 적당히 구분하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젊은 베르터의 고통> 종합적으로 읽기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 저자는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을 종합적으로 읽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괴테와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라니,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 사랑, 시대배경, 모험, 고통이라는 감정까지도 읽어내길 바라는 것일까. 저자는 독자에게 젊음의 고통에 맞서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괴테처럼 베르터와 달리 젊음의 고통을 이겨내고 찬란한 삶을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되어준다.
저자는 청소년에게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그 과정에서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라고 말한다. 진정한 성장이란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움직여보는 것이리라. 책 속의 주인공이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행동으로 실천해보자. 그리하여 독후감을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닌 ‘독후행(讀後行)’을 하는 것이야말로 독서의 완성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 책을 청소년을 위해 쓴 ‘독서행’ 책이라고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청소년과 어른들에게도 <해리 포터와 피터 팬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를 권해주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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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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