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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솜이
- 작성일
- 2020.7.27
튀김의 발견
- 글쓴이
- 임두원 저
부키
이 책은 바삭하고 고소하며 촉촉한 튀김에 대한 궁금증을 거의 대부분 풀어준다. 한두 번쯤 '튀김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왜 튀김은 계속 먹어도 질리지가 않지? 어떻게 하면 더 바삭하고 맛있게 튀길까?' 등의 질문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튀김을 소울 푸드로 삼아왔고, 돈카츠 전문점을 운영해오는 가족 덕분에 튀김과 요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자랑한다. 또한 공학 전공자답게 튀김의 원리에 대한 과학 지식을 풀어내는 한편, 튀김을 둘러싼 역사적, 인문학적 소양도 펼쳐 보인다.
튀기는 조리법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충분한 양의 유지가 생산된 이후로 추정한다. 인류가 처음 대량 생산한 유지는 올리브유로, 올리브는 기원전 8000년경 재배되기 시작했고, 항아리에 담긴 올리브유는 기원전 4000년경 발견됐다. 튀김 요리가 처음 등장한 문헌은 1세기경 편찬된 최초의 요리서 <요리에 대하여>이다. 이 책에 나오는 튀김 요리 이름은 '알리테르 둘키아'로, 오늘날 프렌치토스트와 유사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문화권에는 16세기 서양 문명과 접촉한 이후 튀김이 등장한다.
왜 튀김이 자꾸 당기는 것일까.
식재료를 튀기면 식감과 풍미가 좋아지고 지방 함량도 증가한다. 지방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몸속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저장이 가능한데, 이는 생존 본능과 연관된다. 우리의 DNA에 지방을 선호하는 본능이 내재된 셈이다. 튀김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가열 과정에서 식재료 조직이 연화되기 때문이다. 한층 더 부드러워져서 몸이 소화 흡수하기에 좋은 요리가 된다.
'겉바속촉'의 비법은 무엇일까.
사실 이 책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겉바속촉'을 완성하는 튀김의 과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장이다. 저자는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를 완성하는 과학의 비밀, 튀김만의 독특한 풍미와 색감, 최적의 튀김 조건을 결정하는 요소 등 튀김 요리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소개한다.
고온으로 가열하면 재료 표면의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가 부풀어 올라 표면에 작은 구멍들이 생긴다. 일명 '다공질 구조'가 된다. 이때 식재료에 포함된 수분의 양이 적당해야 바삭해진다. 그래서 튀김옷이 중요하다.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반죽하면 공기도 같이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얇은 막 구조의 글루텐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것이 다공질 구조를 만든다.
글루텐이 너무 많이 생기면 튀김이 눅눅해진다. 글루텐은 고온에서 많이 촉진되므로, 튀김옷을 반죽할 때는 찬물을 사용한다. 맥주를 섞어 반죽한 튀김옷은 조리 과정에서 기포 배출이 더 쉬워진다. 그러면 수분 배출도 활발해지고 튀김옷 표면에 더 많은 다공질 구조가 형성된다. 사이다, 탄산수, 탄산수소나트륨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특유의 색감과 향 때문에 맥주가 애용된다.
튀김 속살이 촉촉한 이유는 재료 겉에 형성되는 보호막 때문으로, 밀가루의 전분 성분이 그 역할을 한다. 전분이 수분을 흡수하여 부피가 늘어나면서 튀김옷의 겉에 넓은 피막이 형성되는데, 튀기는 과정에서 피막의 수분이 제거되면 더 단단한 보호막이 완성된다.
전문 매장에서 만드는 튀김이 맛있는 이유는 온도 조절 때문이다. 열에 의한 수분의 기화, 이에 따른 내부 기포의 팽창, 수분과 기름의 교환 과정이 원활해야 튀김이 바삭해진다. 그런데 기름 온도가 적정 상태로 유지되지 못하면 이러한 과정이 삐그덕거린다. 정밀한 온도 센서와 컨트롤러가 장착된 업소용 튀김기는 세밀한 온도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집에서도 반죽을 조금 떼어 내어 기름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반죽 조각이 기름 중간까지만 가라앉았다가 곧 떠오르면 튀기기에 적당한 170도로 본다.
저자는 꽤 많은 내용을 다룬다.
덴푸라, 돈카츠, 라면, 프라이드치킨, 프렌치프라이, 피시앤칩스, 탕수육이 각각 등장한 배경과 저마다의 튀김 기술 등을 서술한다. 그리고 식용 유지의 제조 과정, 기름의 산화 현상과 이를 막는 방법, 단백질 함량에 따른 밀가루 종류 등 튀기기의 핵심 요소인 기름, 밀가루 등을 설명한다. 나아가 오늘날의 에어 프라이어를 비롯해, KFC 창업자 커널 샌더스가 고안했다는 압력 튀김기, 이와 상반된 진공 튀김기, 대형 업소용 튀김기의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이 책은 튀김 같다.
인문학과 과학, 튀김의 문화사와 원리, 에피소드와 전문지식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튀김을 둘러싼 지식의 향연이자 튀김 애호가의 순애보이기도 하다. "바삭함과 촉촉함의 상반된 감각"이 튀김 요리 안에서 일치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저런 튀김을 맛볼 때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겉바속촉'의 과학을 일부라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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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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