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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미술을 만나다
글쓴이
한형철 저
제이앤제이제이(J&jj)
평균
별점9.5 (4)
글다솜이

글의 내용만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내게는 여전히 생소한 오페라를 미술 감상과 연관시키는 글을 쓸 정도라면,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이미 오페라 입문서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을 펴냈고, 이번에 두 번째 오페라 관련 책 속에 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저자 소개를 보니 "명퇴 후 오페라 해설가가 된 덕후"라고 나와 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저자는 거의 30년간 금융업에 종사했던 사람이고 직장 생활 중에 좋아했던 오페라를 통해 은퇴 후의 새로운 인생을 펼쳐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다가 연상되는 화가나 미술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힌다. 그러니 독자들은 오페라와 연결된 미술작품을 즐기면 된다고. 오페라의 경우,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 베르디의 <아이다>,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푸치니의 <토스카>,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 벨리니의 <노르마> 등 열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이들 작품이 선정된 것인지 나와 있지는 않고, 베르디와 벨리니 작품이 각각 두 개씩 실려 있는 게 눈에 띈다. 수록된 작품 중 일부는 익숙한 제목이지만 줄거리만 아는 정도이고, 영상을 통해서조차 접해보지 못한 낯선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오페라는 어떤 계기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보게 되지 않는 영역이 아닌가 싶다. (문득 20대 초반에 친구가 오페라 표를 얻어 같이 가자고 말했고 약속까지 했지만 다른 사정이 생겨 결국 오페라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페라의 '오' 자를 알 기회를 놓쳐버린 이후, 스스로 관심이 생겨 이 책을 펼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해당 오페라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시대 배경 등 개요를 서술한다. 다음으로 주요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공연 또는 해설을 보기 전에 등장인물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대 위 오페라에 대해 서술하면서 작품 속 아리아를 소개한다. 아리아의 가사 수록과 함께 QR코드로 해당 동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에는 공연 장면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 사진 자료도 첨부되어 있다. 주제로 정한 오페라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면, '로즈먼 브릿지'(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지붕 있는 다리로, 이 책에서는 오페라와 미술을 잇는 다리를 상징하는 코너명으로 쓰였다.) 페이지를 통해 미술작품을 소환한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에 나온 아리아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아'에서는 찬란한 피렌체를 일군 위인들을 찬양하는데, 저자는 거기서 언급한 '메디치'를 단초 삼아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간다. 르네상스의 후원자로서 메디치 가문의 실력자였던 메디치(1449-1492)가 후원했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그와 각별한 사이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작품과 특징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런 다음, 종합적으로 세 사람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을 서술하면서 마무리한다. 미술작품 소개와 해설이 앞서 나온 오페라 못지않다. 물론 전체적으로 오페라 설명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미술작품이 단지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 위주로 짧게 들어간 게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 바로크 미술, 로코코 미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을 조망하도록 구성하였다.



 



음악과 미술 전공자가 아닌 '오페라 덕후'가 쓴 책이라서 솔직히 개인의 감상이 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책의 구성이 꽤 체계적이고 배경 설명도 지식 전달과 감상을 적절히 안배한 느낌이다. (저자가 현재 오페라 해설가로 활동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도슨트로도 나서지 않을까.)



 



여기에 수록된 오페라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 캐릭터에 주목해서 읽게 됐다. 라우레타는 잔니 스키키의 딸이고 연인 리누치오와 얼른 결혼하고 싶어 한다. 아버지에게 리누치오를 도와달라며 아리아를 부르는데 저자에 따르면 "사랑에 빠져 아빠를 협박하는 노래"다. 레일라는 브라만교 사제로 운명적인 사랑과 재회한 후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인이다. 마리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연대(어릴 때 버려져 21연대 병사들이 딸처럼 키워서 모든 병사들은 그녀의 아버지라고 말한다.)의 딸로, 발랄한 매력덩어리 아가씨다. 아이다는 에디오피아 공주였다가 노예가 되어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시녀로 살고 있다. 그녀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를 사랑하는데 암네리스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자기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돈나 안나는 명예를 소중히 지키는 여인, 돈나 엘비라는 사랑에 정열적인 여인, 체를리나는 사랑과 명예 모두 움켜쥐려는 여인이다. 몽유병을 앓는 아미나, 옛 사랑을 만나고 다니는 남자를 둔 산투차도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등장인물을 먼저 알고 나서 오페라를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실제 영상에서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등을 비롯한 성악을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복적인 때로는 우울해지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낯설지만 궁금해지는 '오페라 산책'을 나서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다. 이 책의 끝부분에 실린 저자의 말을 통해, 다음 오페라 책의 내용도 기대하게 된다.



 



"기분 좋은 느낌과 설렘이 있는 예술. 그 예술을 반영하는 시대의 큰 흐름인 역사. 그 역사와 함께 유럽 문화를 따라 오페라를 감상하는 과제는 다음을 기약하며 산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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