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마음 저런 생각

낙화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4.10.21
독서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야 하고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다.
지금이야 눈을 뜨면 책을 맨 먼저 손에 잡는 것이 습관이 되었지만 처음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약속 장소에 갈 때에도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을 들고 나가고 쇼핑을 따라갈 때는 물론이요 심지어 집 근처 미용실이나 마트를 갈 때에도 책을 들고 나갔다.
그러다 보니 조문 갈 때도 책을 들고 가서 사람들의 야릇한 눈총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여자들이 밖에 나갈 때 당연히 핸드백을 메고 나가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장소에서 책을 읽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중에서 의외로 집중이 잘 되는 곳이 전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소음에다 장내방송과 잡상인에 교회 전도 관련 사람까지 더해서 아수라장을 방불하게 하지만 그 속에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샌가 주변 소음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책 속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문득 느낄 때가 많다.
그렇게 전철에서 푹 빠지게 되는 독서 경험은 생소하고도 신선함을 주었다.
언젠가는 책을 읽기 위해서 도서관으로 가지 않고 애들 둘을 데리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탄 적이 있다.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이라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차량기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순환하는데 1시간이 훌쩍 넘는다.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덜컹덜컹 하는 순환선 전철에 몸을 맡겨놓은 채 흔들리며 책을 읽다가 졸리면 그대로 뒤에 기대어 잠들면 되고 또 배고프면 내려서 전철역 입구에 널린 저렴하고도 맛있는 음식들로 요기를 한 뒤고 또 다시 전철을 타고 흔들흔들, 덜컹덜컹 독서를 할 즈음이면 어느새 몇 바퀴를 돌아 차량기지로 들어간다는 안내 방송이 온다.
요즘엔 전철 안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거의 책이나 역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무가지 신문을 읽었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것도 전철 승객을 통한 시대 변천사의 한 가지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전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철이 의외로 독서에 집중하기 좋은 것은 주변사람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전철의 덜컹거리는 느낌이 우리의 몸의 리듬과 맞아 편안하게 이완시켜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극도로 조용한 도서관에서 작은 소리 하나도 예민해져 독서에 방해가 되던 기억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건가?
덜컹거리는 전철 한 쪽 구석에서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다가 어둠이 뉘엿뉘엿 내리는 전철 역 계단으로 책 한 권을 들고 내려오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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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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