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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노 본스
글쓴이
애나 번스 저
창비
평균
별점9.4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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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 스
NO BONES

애나 번스 장편소설
홍한별 옮김
창비 펴냄

일상이 사투가 된 혐오와 폭력의 세계에서 소녀 어밀리아와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법

-

부커상을 수상한 [밀크맨]을 펴낸 애나 번스의 첫번째 소설이다. [노 본스]는 각각의 다른 중심 인물이 펼쳐내는 이야기들은 한군데 모아둔 소설이며, 그 중심 인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이나 주변인으로.) 그 중 가장 많은 얼굴을 보여주는 ‘어밀리아’의 이야기 중, 연달아 나오는 두가지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짧은 서평을 써내려가기에 앞서, 이 책은 분명하게 혐오와 폭력을 담은 이야기여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트라우마나 불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십자포화란, 십자 모양으로 총포를 발사한다는 뜻으로, 하나의 대상을 표적으로 삼아 앞뒤 양옆에서 교차하여 집중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 두산백과 두피디아)

말 그대로 십자포화였다. 어느 한군데 저 사람을 세워두고 마구 때리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나였을수도. 교사는 난폭했다. 난폭하다는 단어 말고는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딴 생각을 했다고 그렇게 호통을 치다니. 그것도 학급 구성원이 가득 차있는 수업 도중에. 다들 그 호통을 받는게 본인이 아니라 안심을 한다니, 한두번 일어나는 일이 아님이 분명했다. 그렇게 몇번 호통을 받고 수업은 계속되었지만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런 수업 중 숙제를 받았다. ‘평화’에 대한 시 쓰기. ‘평화’라… 교사는 ‘평화’시를 쓰는데에는 규칙이 있다고 했고 대여섯개도 더 읊어 주었는데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를 쓰는데 너무나도 많은 제약이 있었고, 마치 전쟁 중에 세뇌를 받는 훈련병 같았다. 규칙을 어기면 폭력으로 돌아왔고 고쳐쓰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한 ‘평화’의 시인가. 십자포화를 읽어 나가며 내 어릴 적 무서웠던 선생님이 귀 옆에서 내내 소리지르는 듯했다. 어떻게 할 도리를 못찾는 흔들리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교실이라는 공간안에 가득한게 느껴졌다.

- 아이들은 기가 죽어서 배도 고프지 않은 채로 식당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우울하게 자기들 감정을 먹었다. 하지만 이걸로 이날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십자포화 중)

이런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있는게 맞을까? 신체적 폭력만이 폭력인 것은 아니다. 끝없는 고함과 ‘평화’와는 거리가 먼 수업. 누굴 위한 수업일까.

-

어밀리아에게는 보물창고가 있다. 여러 개의 작은 물건들이 모여있는 와중에, 가장 중요한 건 영국군이 쏜 고무탄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묻는다면, 이 일 때문이었다. 어밀리아에게는 오빠가 있다. 그의 이름은 믹이다. 믹은 강제 징집을 당할 나이가 가까워져왔고, 어밀리아는 그런 일을 피하기위해 모아온 고무탄을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기려 했다. 괜한 꼬투리를 잡히면 안되니까. 보물창고 박스에 있는 고무탄을 꺼내고 있을 때, 믹이 그것을 보았고 빼앗기 위해 애를 썼다. 실랑이 끝에 믹은 고무탄을 손에 넣었고 어밀리아는 아차 싶었다. 다시 그것을 뺏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를 부르기 위해 소리를 질러도 엄마는 그저 어밀리아의 동생이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어밀리아를 타이를 뿐이었다. 몇번을 반복하고 동생이 잠이 깨버렸고, 엄마는 그제서야 와서 어밀리아를 도와주려했지만 믹의 거짓말은 엄마마저 어밀리아를 도울 수 없게 만들었다. 어린 아밀리아는 세상을 잃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오랜 기간 모아온 보물(고무탄)을 실없이 잃어버린 기분과 믹은 어밀리아를 억울함과 분함으로 만들어버릴 뿐.

“십자포화”에 이어 “보물 창고”까지 학교와 가정을 이어온 폭력은 은은한 분노를 쌓게 만들었다. 그저 허상이 아니다. 나도 몇번은 겪어본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더 분했다. 어밀리아와 내가 다른 한가지는 내가 겪은 세상은 전쟁이 없었다는 것일 뿐이다. 이런 분노를 쌓게하는 책을 왜 추천하느냐고 묻냐면,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이런 차별이 없어지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어밀리아 외에도 믹이나 그의 어머니가 겪는 시점의 이야기들도 있으니 여러분들도 [노 본스]의 책장을 넘겨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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