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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 Kim
  1. Wolf의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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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기다려야 해요?"

"호텔체험은 15분 기다리셔야 해요."

"아빠, 나 그럼 마트갈거야."

"아니, 효현아 마트도 15분은 더 기다려야 돼."

"그래도 마트 갈거야."

"아니..."

딸아이는 저를 남겨두고 마트 체험장으로 가버립니다. 저는 옷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딸아이를 쫓아갑니다.


<마트 매니저 딸양>


아이들을 데리고 직업체험 놀이장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며칠전부터 어떤 곳을 가보겠다고 메모를 했었지만 막상 놀이장에 들어가자 다른 아이들에 휩쓸려버렸습니다. 처음 들어갈 때는 아이들이 알아서 놀게 하고 저는 우아하게 부모라운지에 가서 책을 보려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첫 코스부터 갈등하는 모습에 두 아이를 챙기는 열성 아빠가 되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두 녀석이 체험하는 박자를 못 맞춰서 저는 이쪽에 있다가 저쪽으로 계속 뛰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요령이 생겨서 한 녀석씩 자기가 좋아하는 체험장 줄에 세워두고, 한 녀석이 체험을 시작하면 조금 있다가 다른 녀석은 체험이 끝나게 해서 사진도 찍어주고, 간식도 먹이고, 체험장 고르는 것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따라서 이리저리 다니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같이 입장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부모들도 정오를 넘어가니 밝았던 표정도 굳어지거나 자주 의자에 앉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육체적인 피곤함보다 더 힘든  것은 아이들과 체험장을 놓고 실강이하는 것입니다. 놀이체험장을 자주 올 수 없기에 부모 입장에는 재미도 있고 특색있는 것을 해봤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한 번 해봐서 재미있는 것을 다시하려고만 합니다.


"아들, 영화에 보면 야간 투시경이 나오잖아. 그렇지 너 그거 한 번 해볼래?"

"그래요. 그거 무섭지 않지요?"

"그럼. 아빠가 보장한다. 분명 재미있다."

"알았어요. 이번에는 아빠가 시키는 것 해볼께요."

다행이 아들녀석은 제 꼬임(?)에 넘어와서 군복을 입었습니다.

<특수부대 체험 아들군>


아들 녀석을 체험장에 보내고 앉아서 시계를 보니 이제 마감이 한 시간 남았습니다. 뭘 더 시킬까 하고 체험장을 기웃거리는데,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듭니다. 지쳐서 의자에 앉아 둘러보니 저와 같은 많은 부모들이 눈에 띕니다. 다들 다리를 주무르거나 벽에 기대거나,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아직도 지치지 않은 열성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뭔가를 더 시키려고 손을 잡고 이쪽 저쪽으로 뛰어갑니다. 저는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에 벽에 등을 기대고 잠깐 한 숨을 쉽니다.

"아빠~"

"아들군 왔어. 어때 재밌지?"

"예, 무서웠지만 재미있었어요. 아빠 다음에 뭘 할까요?"

"이제는 너 하고 싶은 거 하나 해라. 하나 하면 나가야 될거야."

"예~"

아들 녀석은 또 뭔가를 해보려고 뛰어갑니다.

"아빠~"

"오야~ 마트 다 했어?"

"응! 나 아이스크림 사줘!"

"자 아빠가 돈 줄테니까 사먹고 빨리 하나 더 해라. 시간이 없으니까, 너 하고 싶은 것 빨리해."

딸아이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뛰어갑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시 나타납니다.

"딸아~ 마감이 얼마 안남았다. 어서 가야지 하나 더 할 수 있는데."

"응 알았어. 은행에 가서 카드 만들고 할께."

"그래라. 아빠는 여기 있을테니 다 하고 이리와."

"응~"

딸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천천히 길을 갑니다.


느리게 걸어가는 딸이이를 보며

"야~ 빨리 가야지!"

라고 말이 나오는 것을 참았습니다. 저기 치쳐서 앉아있는 부모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한 가지라도 더 하려고 뛰는 부모들과 제가 똑 같았으니까요. 딸아이에게 한 가지라도 더 시키고 싶은 것이 부모의 바람이지만, 지금 우리 딸에게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작가님께서 가르쳐 주시길 부모에게 있어 아이에대한 '기대'와 '희망'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기대'는 깨어지면 그것이 고통이지만 '희망'은 깨어져도 다른 '희망'이 있어 고통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항상 '희망'보다는 아이에게 '기대'를 하니때문에 아이과 문제 발생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놀이체험장에서 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기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마지막에야 다음에 오면 더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다음에 와서 그 '희망'이 깨어진다 해도 그 다음에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빠, 정말 다음에 또 올거죠?"

"그럼! 다음에는 봄에 오자!"

"봄이면 언제인데요?"

"4월 정도~"

"이야~ 다음에는 더 돈을 많이 버는 것 해야지!"

아들이 이야기 하자, 딸은

"그래. 나는 다음에 와서는 돈 쓰고 가는 것 해야겠다. 이번에 돈 많이 벌었어."

라고 이야기합니다.

"딸~ 다음에는 아빠가 이야기한 것도 해보자!"

"응~ 알았어."


어쩌면 다음에 올 때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로 충만한 아빠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품은 아빠로 변신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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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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