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와 일상

솔씨의꿈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10.26

<패스트 리스닝 시대의 최종 승자 아이폰. 과연 슬로우 리스닝의 시대에도 왕좌를 유지할까?>
햄버거로 상징되는 패스트푸드가 열풍처럼 번져가던 시대가 엊그제 같더니,
웰빙바람을 타고 슬로우 푸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듯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음악 감상은 패스트 리스닝이 대세인 시대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이어폰을 통해
원하는 곡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고 잽싸게 듣는 시대가 바햐흐로 만개하였으니...
CD를 판매하는 음반 판매점보다는 인터넷 음원싸이트가 더 각광받고
가수들도 새로운 곡의 성패를 주로 이런 음원 싸이트의 내려받기 순위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현재는 차세대 음악 재생장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만큼 대중화된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려고 자사의 기술력을 쏟아붓고 있다.
손가락 마디 만한 음악깡통을 위해 사운을 거는 시장의 거인들의 싸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반면, 하이파이의 시대를 주도했던 과거의 오디오 거인들은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를 내놓고 극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재생음악의 품질은 첨단화되었을까?
패스트 푸드가 대중의 기호를 정량화해서 빠른속도로 제조해서 입맛에 맞게 후딱 먹기는 좋지만, 진정으로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최고 고급요리가 아니듯이
MP3로 재생되는 패스트 리스닝 역시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음악을 듣는 행위는 아닌듯 싶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음악듣기이다.
나도 한때, 예쁘장한 크라프트 디자인의 빨간 아이리버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귀에 딱 꼽으면 긴 시간의 출근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또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아이팟을 두개씩 구입해선, 듣고픈 음악은 모두 집어넣겠다는 일념으로 디지털 클래식 음원을 하나 둘씩 모으곤 했었다. 수백개의 음반을 손바닥만한 아이폰에 집어넣어서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다는 행위가 뭔가 두둑한 용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기분이었으니....

그러길 한 3년 하니까, 가는 귀가 살짝 멀고 두통이 생겨서 도저히 더는 들어줄 수 가 없게 되었다. 조금씩 그 소리가 싫어지더니 한두 해 지나서는 멀리하게 되었다.
길 가다 이어폰 낀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을 보면 멋들어진 개인주의자의 모습이 시크해보이긴 한데, 귀가 피곤하겠다는 안스러움도 들기 시작했다.
대체로 이어폰으로 음악듣는 행위는 무게의 경량성에 비추어 볼때, 음악듣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엔 약간의 함정이 있다. 재생되는 음악이 깡통을 따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게, 딱 들을 수 있을 정도로만 맞추어진 깡통음악이라는 점이다. 나 같은 하이파이 신봉자들이 보았을때, 음악을 이어폰으로만 듣는다는 행위는 거의 귀에 대한 고문으로 여겨질 지경이다.
솔직히 MP3와 이어폰은 뭔가 푸근하고 따스함이 결여된 아이템 같다. 재생되는 음악도 가늘고 차가워서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요즘은 MP3플레이어나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듣기보단, 보다 고음질 디지털 음원을 컴퓨터와 DAC을 이용하여 하이파이 스피커에 연결해서 듣는 PC-FI라는 음악듣기가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나 역시 얼리어답터와 빈티지의 신나고 행복한 만남이라는 취미생활 모토에 딱 들어맞는 PC-FI를 적극 추천하는 입장이다.
좋은 DAC을 통해 아날로그화된 음악은 상당히 점성이 강한 음악으로 바뀐다.

<뮤지컬피델리티사의 DAC. 디지털 음악 파일을 점성이 강한 아날로그 음악으로 바꾸어준다.>
여기에 디지탈 앰프보다는 초소형의 진공관 앰프를 연결하면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음악으로 바뀐다. PC-FI에서 진공관 앰프는 슬로우 리스닝의 핵심 역할을 한다. 진공관의 특성상 어느 정도 예열하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요즘 진공관 앰프들은 5분 정도만 예열해도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10분 정도 빨갛게 달아오르는 진공관 알맹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좋겠다. 정성들여 조리한 좋은 음식을 먹듯이 숙성의 시간을 거친 음악 재생은 그만큼 마음에 푸근하게 와 닿는다.
이왕이면, 무늬목 마감의 소형스피커나 크기는 좀 더 크더라도 30~40년이상 된 빈티지 스피커를 연결해주면 근사한 하이파이 시스템이 완성된다.

<빈티지 AR7 스피커. 빈티지 스피커들은 목질의 향기가 어우러진 넉넉한 울림으로 메마른 감성을 어루만져 준다.>
컴퓨터로 재생되는 음악이긴 한데, 음이 느긋하고 따스하며 목질의 향기가 느껴지면서 슬슬 마음도 이완될듯 싶다. 실제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뭐 나는 오디오파일 계열이라 초소형 진공관은 아니고 거창한 진공관 앰핑에 중대형 빈티지 젠센스피커이긴 하지만...
자녀가 음악을 좋아하고 감성적이긴 한데, 좀 개인주의적이고 차가운 성격으로 자라는 것 같아 염려스러우면 슬로우 리스닝의 세계로 안내하는 건 어떨까?
초소형 진공관 앰프를 중심으로 한 PC-FI가 슬로우 리스닝의 친절한 안내자가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블루오션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전기전자 대기업들 역시 슬로우 리스닝의 시대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시장은 조금씩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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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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