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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 작성일
- 2023.3.16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 글쓴이
- 아닐 아난타스와미 저
더퀘스트
내려놓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하지만 궁금하다.
'누가' '무엇을' 내려놓으려는 것일까?
누가 무엇을 내려놓는다는 것일까?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누가'와 '무엇을' 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자아를 내려놓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 우리가 자아를 내려놓지 않고 유지하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는 위대하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자아란 무엇인가?
자아는 내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감각, 나를 온전히 나로 만드는 행복의 핵심이다. 동시에 자아는 뇌의 어느 곳에서도 고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아를 인지할 때 정서적인 영역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영역 등 나를 나 자신으로, 오롯이 하나의 존재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영역은 서로 얽혀 있다. 인간이 복잡한 유기체인 것처럼 자아를 이해하는 일도 복잡한 미로를 찾아가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자아와 관련된 8가지 사례가 실려있다. 처음 보는 질환도 있고 잘못 알고 있는 질환도 있고 다양하다. 내 자신과 뇌의 어떤 부분에서, 연결된 어느 지점에서, 프로세스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이해했다. 보통의 독자가 나처럼 의학적 지식이 깊지 않다는 가정하에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꼼꼼히 읽어볼 만하다. 사례의 사연자들의 공통점은 자아를 - 거의 높은 확률로 자의에 의해, 선천적인 원인으로 인해 - 내려놓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자아를 내려놓은 사람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역설적이게도 자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내 몸을 움직이고 감정을 조절하며 살아있다고 느끼는 게 누군가에는 당연하지 않았다. '나'를 인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뇌가 죽었다는 망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그레이엄. '내가 누구인가'를 잊게 만드는 무서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앨런. BIID(팔과 다리가 낯설게 느껴지는 증후군)라고 불리는 질환을 앓고 있어 자신의 다리를 절단하려고 시도하는 데이비드. 조현병을 앓는 소피와 이인증(몸 안에 머물러 있지만 몸으로 존재하는 생생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함)을 앓는 제프. 타인의 마음을 읽기 힘들어하고 자신을 이해하기 힘든 자폐증을 앓는 제임스. 유체이탈 현상을 경험한 어슈윈. 발작을 할 때 가장 짜릿한 순간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황홀경 간질. 조현병과 자폐증을 제외하고는 처음 접하는 질환들이 많았다. 책을 읽게 된다면, 나를 지키면서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있는 지금에 계속 감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일부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BIDD의 사례는 몹시 충격적이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신체가 이질적이고 없애버리고 싶어 참을 수 없다는 건 어떤 것일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책을 넘기다가 종이에 손을 살짝 베여도 고통을 느끼고 손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걷다가 삐끗했을 때 걸을 수 있는 다리의 소중함을 깨달은 경험은 꽤나 많지 않을까. 나를 이루고 있는 신체를 제거하고 싶다는 욕구, 뇌의 환각에 빠져 버린 데이비드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데이비드의 사례에서 나의 신체를 나 자신으로 지각하며 살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소피의 사례에서는 뉴스에서 접하던 조현병의 실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나는 조현병을 우울감이 지구 내핵 안까지 찍었다가 텐션이 저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병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조현병은 주체감의 장애였다. 내가 하는 행위의 주인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자아가 무너지는 무서운 병이었다. 자아가 무너지는 사람들이었기에 뉴스에서 보았던 범죄자들에게서도 발견된 것이었을까? 내가 하는 행동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의 일부인 기억이 소멸해가는 알츠하이머 병처럼 너무나 슬픈 질환이다.
영원히 나는 내가 낯설 것이다.(알베르 까뮈)
알베르 까뮈의 말은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로 보였다. 나를 구성하는 것들은 많다. 경험, 의식, 상호작용, 자기감, 자의식, 몸, 감정, 주체감, 기억 등 자아를 상징하는 것들로 나는 구성된다. 용어는 어렵지만 결국 나 자신을 구성하는 것은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병이 곧 자아다.', '자아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등 알쏭달쏭한 결론들에 도달하게 된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기에 태어났을 때는 아니었어도 추후에 나를 잃어버리게 될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존엄성을 지키며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바로 여기를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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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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