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자화상, 노먼 록웰

 

 

며칠 전 부터 노먼 록웰의 그림들을 찾아 보고 있었는데,스필버그 영화 속에서 비슷한 장면을 만나기 위한 준비 였던 걸까? 영화를 나름 많이 보았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영화의 첫장면에서 아벨이 열심히 자화상을 그리던 장면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 될 것이란 힌트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노먼 록웰의 그림까지 연상을 했던 것은 아니였는데,＇스파이 브릿지＇에 대한 기사를 노먼 록웰의 그림과 소개하는 기사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물론 영화 속 그림 장면을 소개해 주는 혹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림을 공유할 수 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말이다.) 영화의 첫장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그리는 아벨의 모습이 등장한다.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는 건 램브란트나 고흐처럼 모델을 구할 비용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고 싶은.그야말로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들여다 보고 싶은 갈망 때문은 아닐까? 영화에서 아벨(마크 라일런스)은 스파이로 나오지만 그가 정말 스파인지 혹은 이중스파인지 왜 스파이란 직업을 선택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아무리 똑같이 그린다도 해도 결코 같은 얼굴을 그릴수는 없다.그러나 마음을 표정을 담아낼 수는 있을 게다.보험전문 변호사인 도노반(톰 행크스)가 아벨의 변론을 맡겠다고 한 것도 인권에 대한 소명의식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리는 아벨의 모습에서 뭔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1957년 은 냉전의 시대로 미국과 소련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혈안이 되였던 시기다.당연히 미국의 반공운동의 절정에 있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것은 매국에 가까운 일이였으나.정말 그랬을까? 이념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오로지 인간만을 놓고 생각했던 도노반은 그야말로 소신있는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신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는 협상의 귀재였던 것 같다.물론 그 바탕에는 정치적 논리 보다 사람을 우선 생각하는 휴머니즘이 분명 깔려 있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스파이 아벨도 변호사 도노반도 서로의 그런 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변호를 하고,변호를 맡길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실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여서 긴장감도 있었고 냉전의 시대 그리고 정치적 목적으로 활동한 스파이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운 점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였다고 말하고 싶다.자신을 더 잘 알고 싶어서 혹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거울을 들여다 보며 그림을 그리던 첫장면과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도노반에게 준 선물이 변호사의 자화상이였다는 것.이 장면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던 건 양국의 포로가 서로 교환이 된 후 파워스중위는 변호사에게 묻는다.자신은 기밀을 누설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믿어줄까요? 라고 그러자 도노반은 말한다.자신에게만 떳떳하면 된다고.거울 속에 모습을 들여다 보며 참회록을 썼던 시인윤동주처럼.아벨이 도노반에게 준 초상화는 그저 그림이 아닐수도 있다는 느낌 말이다. 영화는 분명 냉전시대의 복잡한 그림과 도노반의 영웅적인 업적이 그려지지만 자화상과 초상화는 또 다른 화두를 던져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우리에게 있다면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질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