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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kchun
  1. 역사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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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색 샤라쿠
글쓴이
김재희 저
레드박스
평균
별점8 (32)
yakchun

김홍도의 샤라쿠 잠입설은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렸던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였다. 정조의 밀명을 받아 일본에 첩자로 들어가 비밀리에 지도 제작을 하면서 신분을 희대의 천재 화가 샤라쿠로 위장했다는, 그래서 140여 점에 달하는 우키요에를 남긴 인물이  단원 김홍도였다는 사실은 애국주의를 떠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사건이었다. 나 역시 일본에 갔던 길에 샤라쿠 연구서를 한 권 사서 읽어볼 만큼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이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입해 읽었다.




이미 작가의 이전 장편 두 권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두 권 다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아직 미숙하다는 느낌 때문에 읽는 도중 중단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끝까지 다 읽었다는 점에서 나아졌다고 해야할까?



누구보다 김홍도와 샤라쿠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던 처지기에 기대와 함께 염려도 하고 있었다. 읽고 난 뒤 느낌은 도무지 변죽만 울렸다는 것이었다. 얘기에 분명한 촛점이 없이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엮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작가가 제시한 주제를 치밀하게 밀고 나가는 패기가 부족해 보였고, 이는 소설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처음부터 정조의 갑자년 계획을 거론해 소설의 긴장감을 다 풀어놓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것도 추리소설 형식인데, 결과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없이, 그대로 작가가 스스로 또는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다 발설해 버리는데, 이는 소설의 큰 흠으로 보인다. 몇몇 살인이(제 건 가운데 두 건) 미륵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데, 미륵교는 소설의 핵심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소재일 뿐이다. 또 신가관이 일본까지 잠입하게 되는 과정이 소설의 1/3을 차치해 불필요하게 길다.



결론에 가서도 문서는 가짜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면 독자는 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가설을 너무 크게 잡아버려 생긴 한계일 것이다. 조선의 일본 침공이라는 것은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당시 여건상 전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가상을 잡았으면 소설이 훨씬 생동감 넘치고, 작가 역시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았을까?



주인공 가관(신윤복)은 성격에 일관성이 없어보인다. 어떤 때는 10대 청소년의 치기를 보여주면서 어떤 때는 20대의 고뇌도 있고, 30대의 자기 반성과 40대의 관조, 50대의 해탈까지 모습이 자주 바뀌어 생동감을 떨어뜨린다. 또 깜짝쇼처럼 갑자기 알려주는 비밀들도 복안이 별로 없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내용 같아 생소했다.



에도 시대의 풍경과 게이샤나 닌자 이야기, 또 사무라이의 남색 소재는 분명 그 분야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를 끌 만한 소재긴 하지만, 뭔가 설 익은 상태에서 지식이 나열된 느낌이다. 에도 시대와 샤라쿠에 대해 아직 많은 공부를 하지 않은 나로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이었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와있는 관련 서적도 아주 없지는 않은데, 분명 참고했겠지만 숙성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너무 나쁜 쪽만 얘기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도 미덕은 있다. 에도시대 후기의 풍속도를 잘 그렸다는 점, 에피소드가 다양해서 읽는 재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는 점, 곳곳에 배치된 그림 자료가 소설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 등등.



요즘 여기저기서 독서계의 분위기에 맞게 한국형(?) 팩션들이 출간되고 있다. 이 소설도 그런 흐름에 일조하리라 여겨지지만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소설을 다듬고 정리한 뒤 발표했으면 좋은 뻔 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어려운 소재를 그래도 잘 담아낸 작가의 노력과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또 일독을 해도 좋다는 권유를 독자들에게도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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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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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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