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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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11.27
지하 생활자의 수기
- 글쓴이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문예출판사
고전독서회에서 11월에 읽은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입니다. 금년에는 유난히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유래가 없는 긴 독백 형식으로 된 소설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예술적 주제의 밑바탕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도스토옙스키의 전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1. 화자는 매사에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내어 혼란스럽고 논리적이지 않은 말들을 쏟아 내면서 도저히 납득 되지 않는 돌발적 행동들을 합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한 여러분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어 봅시다.
2부로 구성된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1부는 어떻게 보면 자기 비하인 듯하면서 당시의 러시아 사회에 대한 작가의 날선 비판을 담았습니다. 지하실이라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공간에 숨어 삶에 대한 불안과 사회에 대한 은밀한 증오를 독백으로 내뱉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으로는 못내 불안했던 모양으로, 2부에서는 친구 즈베르코프의 송별연에 참석했다가 자신과 타인에게 불쾌감과 고통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도 모자라서 매음굴로 향하는 친구들을 따라나섰다가 만나게 되는 리자라는 여인에게 훈계조의 설교를 장황하게 늘어놓게 됩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화자는 다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혼자서는 자기비하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강한 자들에게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감추고 강한 척하며, 약한 자에게는 고고한 척하는 것으로 이해하였습니다.
2.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 봅시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1부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대목입니다. “나는 의학이나 의사를 존경하고는 있지만 치료라는 걸 받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여태까지 받아본 적도 없다. 더욱이 나는 극단적인 미신가이다. 이를테면 의학 따위를 존경할 만큼 미신가란 말이다(나는 미신가가 되지 않아도 될 만큼은 충분한 교육을 받았지만 그래도 역시 미신가이다). 좋다. 오기로라도 의사의 치료 같은 건 받지 않을 작정이다.”
모두에서 간장이 나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병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어디가 나쁜지 확실히 모른다고 하면서도 치료를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멀쩡한 것 같습니다만, 의사를 만났을 때 혹여 중병에라도 걸렸다는 것이 밝혀질까 걱정하는 심사가 감춰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의 질병관리의 핵심이 예방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늘 건강에 신경을 써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을 피할 수 없다면 가급적 일찍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서 중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애써 무시하지 않고 그때마다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은 갈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병원을 멀리할 이유는 없습니다.
3. "이봐, 리자, 내 얘기를 해주려는 거야! 나도 어렸을 적부터 가족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놈이 되진 않았을 거야.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곤 해. 사실 가정이 아무리 원만하지 못해도 어쨌거나 어머니 아버지인데 원수도, 남도 아니잖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사랑을 표시할 때가 있겠지. 그럼 어쨌거나 넌 자기 집에 있다는 걸 알 테고. 하지만 나는 아예 가족도 없이 자랐어. 그 때문에 이런 놈이.... 이렇게 무감각한 놈이 된 게 분명해."(p147,민음사. 2부, 6) 화자가 리자에게 한 말입니다. 고아라는 성장배경과 지하인의 삶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물론 양친 부모의 지원을 받아가며 성장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들을 제 때 배우고 익히는 것이 순탄한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처지를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화자가 지하생활자가 된 것은 다니던 직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하공간으로 고립시킨 것을 보면 스스로를 사회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매음굴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결국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이라고 리자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부족함으로 초래한 현재의 상황에 대한 변명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4. 모욕적인 환송회의 두 번 째 장소인 유곽에서 매춘부 리자를 만납니다. 그녀에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후 주소를 알려주며 찾아오라고 하지만 곧 후회합니다. 하인과의 갈등 중에 갑자기 리자가 찾아오고 복잡미묘한 분위기의 시간이 흐른 후 화자는 리자의 손에 돈을 찔러 넣어 주지만 그녀는 책상 위에 그 돈을 두고 갑니다.
화자와 리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화자는 리자에게 왜 돈을 주었으며, 리자가 그 돈을 두고 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화자가 리자에게 건넨 돈도 결국은 친구 시모노프로부터 빌린 돈입니다. 화자가 리자에게 돈을 준 것은 자신이 리자의 앞날을 걱정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자가 그 돈을 두고 간 것은 화자가 살고 있는 지하실의 분위기로 보아 그 돈은 자신보다는 화자에게 더 절실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5. 화자는 인간을 계몽해주면 필연적으로 선량하고 고결한 인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 젖먹이같이 순진하다고 비웃으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독립적인 욕망 하나뿐이다, 이 독립성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든,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간에. 거참, 대체 욕망이라는 게 뭔지...'(p44, 민음사. 1부 7)
라고 말합니다.
약 160년 전에 쓰여진 화자(작가)의 이 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나누어 봅시다.
문예출판사 판에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독자적인 자유로운 의욕뿐이다. 이 자유로운 의욕의 대가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더라고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참으로 이 의욕만큼 처치 곤란한 것도 다시없을 것이다.(39쪽)”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떻든 각자의 의욕이나 욕망을 자유롭게 행하는 그런 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의욕이나 욕망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일상처럼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타인의 의욕이나 욕망을 꺾지 못하면 자신의 의욕이나 욕망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는 극도로 불안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서로의 의욕이나 욕망을 적정선에 맞추도록 조정하는 기전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교육 혹운 계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젖먹이같이 순진하다고 보는 작가의 생각이 옳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간은 진짜 고통을, 다시 말해서 파괴와 혼돈을 결코 거부하지 않는다(52쪽)”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반어적으로 수정궁이라고 부르면서 냉소를 퍼부은 공산공동사회를 추구한다는 당시 소비에트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주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6. 지하로 부터의 수기를 읽은 후 느낀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봅시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가 당시 소비에트 사회가 명목상 추구한 공산공동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20녁 가까이 지하생활을 이어온 화자를 통하여 반어적으로 비판했다고 해석합니다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현대사회에서도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변명하는 구실을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구하려 할 수도 있다고 보여 우려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롬 그루프먼은 <희망의 힘>에서 긍정의 심리학이 세상의 난관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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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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