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예뽀에서 얻은 영화보기 찬스는 타셈 싱이 감독한 영화 <백설공주>였습니다. 싱감독은 모티브와 주인공의 이름 백설공주(snow white)와 일곱 난장이만 빌어 왔을 뿐 제목마저도 '거울아 거울아(Mirror Mirror)'였습니다. 백설공주의 주요 등장인물인 마녀가 부르는 주문이죠. 영화 제목 <백설공주>는 이 동화의 유명세를 고려해서 우리나라 수입사에서 붙인 이름일 뿐입니다.

 

동화의 후반부에 등장해서 독사과를 먹고 잠에 빠진 백설공주(릴리 콜린스 扮)를 깨우는 역할을 하는 왕자(아미 해머 扮)는 영화 초반부터 등장해서 망신만 당하다가 급기야는 파탄에 빠진 왕궁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정략결혼의 상대로 찜을 당하게 되는데, 왕비(줄리아 로버츠 扮)의 마법에 걸리는 것은 백설공주가 아니라 왕자라는 기발한 발상이 가상하다고 할까요?

 

왕비의 사치가 극에 달하여 나라가 도탄에 빠지기 전까지, 백설공주가 태어난 나라는 풍요 속에 모든 백성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는 나라였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커다란 호수 가에 아슬아슬한 절벽에서 톡 튀어나온 바위 위에 세워진 왕궁은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다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성곽구조는 외적들의 침입이 잦은 나라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백성들과 가까이 해야 할 왕이 자신의 성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나라가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만약 외적이 침입한다면 절대로 오래 버틸 수 없는 구조라는 점도 간과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물입니다. 밥은 걸러도 물을 마시지 못하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권율장군은 왜군에 포위된 행주산성에서 말 등에 쌀을 부어 마치 물로 말을 씻기는 것처럼 보이는 위장전술로 왜군을 속였고, 광개토태왕 역시 후연의 성으로 들어가는 강물을 막는 전술로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인류의 미래에 가능할 수도 있는 기술(?)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왕비가 ‘거울아 거울아’라는 주문을 외우고 거울을 통하여 호수 안에 있는 자신만의 마법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기술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세계에 시간이 더해진 4차원 공간에서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차원의 공간이 발견된다면 가능한 일이 되겠지요.

 

동화에 등장하는 일곱 난장이는 숲속 광산에서 일하는 착한 사람들입니다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난장이는 마을사람들의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숲으로 떠나 산적이 된 사람들입니다. 이들 속으로 들어간 백설공주 역시 동화에서처럼 난장이들의 살림을 맡는 피동적 역할에서 산적들의 리더가 되는 능동적 역할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을 강탈한 난장이들을 설득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는 설정은 크게 난장이들의 위상을 높여 마을사람들과 친화를 이룬다는 통치철학의 단면과 백성들을 위하는 도적 로빈 후드의 이미지를 살려 백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설정이라 보입니다. 난장이들과 백설공주의 관계에서 원전동화와는 다른 성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장면들은 이설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해석을 따온 것일 것입니다.

 

영화는 가볍고 톡톡 튀는 대사로 일관하여 그림형제가 동화에서 그리는 스토리 전개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혹자는 동화의 스토리에 충실한 디즈니판 해석이 아닌 헐리우드식의 해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헐리우드식이 아닌 전형적인 발리우드식의 해석과 장면구성이라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 나이와는 한참 차이가 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관객들은 장면장면마다 킬킬거리며 즐기는 분위기였다는 것입니다.

 

기대했던 독사과가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데, 백설공주가 숨어살고 있는 숲속 오두막에 찾아온 왕비가 건넨 독사과를 먹고 잠에 빠진다는 원전과는 달리 백설공주를 살해하기 위하여 왕궁으로 스며든 왕비가 건넨 독이 든 사과를 받아든 백설공주가 주름이 쪼글쪼글한 왕비의 모습을 알아보고는 독사과의 한쪽을 칼로 베어내 왕비에게 건네주죠. 졌다는 사실에 승복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라는 암시와 함께...

 

원전동화에 등장하는 독사과는 아직까지는 마법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마녀 왕비가 건넨 독사과를 한입 베어 먹은 백설공주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왕자의 키스를 받고서 깨어난다는 이야기죠.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숨쉬기 뒤척이기 등과 같이 몸이 망가지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기본적인 생리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생리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받아들여야 히기 때문에 내쳐 잠에 빠져든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온몸을 급속냉동시켜 생리활동을 정지하게 하는 기술은 개발되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신체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동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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