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1. - [스크랩]사랑은 시작되면 방법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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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어도, 좋은 차는 타고 싶어." S와 연애를 한지 4년쯤 되었을 때였나? 멀쩡히 잘 나가는 차를 나두고 어느날 차를 바꾸고 싶다며 '집보다는 차'에 대한 논리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의 대부분도 차고, 난 집에 있는 시간보다 차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단말이야. 생각해봐. 우리가 한 데이트의 꽤 많은 시간을 차에서 보냈을껄? 그러니깐 더 안전하고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어."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맞았다. S의 집은 일산(에서도 가장 서울에서 먼 대화)이고 내 집은 송파(에서도 강동에 가까운 쪽). 네비 찍고 킬로수로 따지면 50킬로미터 남짓이고 시간으로는 따지면 한 시간정도의 거리였다. 우리는 연애를 하는 7년이라는 기간동안 그 거리를 오가며 매주 주말 만났다. 내가 일산으로 갔을 땐 데이트를 하고 날 데려다 주러 왕복 100킬로미터를 달렸고, 우리 동네에서 만날 때 역시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달려와 또 다시 한 시간 걸려 돌아가곤했다.


 


S는 나를 만나고 연애를 하는 7년이라는 기간동안 단 한번도 빼지 않고 나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는 남자는 당연히 여자를 데려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한번은 데이트를 마치고 이제 집에 가자며 여기서 헤어지자고 내가 말하자 그는 토끼눈을 하며 '왜 그러냐고'고 물었었다. 뭐가 왜 그러냐고, 우린 서로 집이 머니깐 여기서 헤어져서 각자 집에가자고, 그래야 내일 출근을 하지 않겠냐고 하자 그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묻자 "서울에서는 그냥 데이트 하고 각자 헤어져? 청주에서는 택시 타면 어디든 2-30분이면 가니깐 절대로 여자를 혼자 보내지 않거든." 이라고 대답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서울 문화라고 묻는 그의 말이 천진난만해보였고, '남자는 여자를 데려다줘야해'라는 그 마음이 마초같아 보이면서도 귀여워보였다. 나야 그의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함께 가는 동안 그와 함께 더 있을 수 있어 좋았고, 데려다주는 호의 자체가 나에 대한 애정 표시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으니 말이다.


 


S를 만나기 전 만났던 남자는 '집에는 당연히 각자 가야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너네 집은 너무 멀고, 데려다주는 것보다 최대한 늦게까지 같이 있다가 각자 집에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끔 이벤트처럼 "오늘은 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라고 말하며 날 집에 데려다줬다. 서운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지만 데려다 주고 내는 생색은 좀 보기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는 나를 세 달 만나는 동안 두 번인가 데려다주고 헤어졌다. 그와 나의 집의 거리는 지하철로 40분, 킬로수로 따지면 20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다. 


 


여자란 원래 작은 곳에서 감동을 받기 마련이다. 이성적으로 따지면 집에 데려다주는 문제는 아주 비효율적이다. 간 길을 되돌아와야 하니 시간 낭비, 체력 낭비, 돈 낭비. 하지만 그 낭비를 알면서도 그 길을 자처하고, 늘 기꺼이 자처하며, 자신의 연인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주니 여자는 당연히 감동을 받을 수밖에. 남자가 여자를 당연히 데려다줘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자는 그런데서 사랑을 확인받고 감동받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데려다주기가 매번 반복되며 고마운 마음이 당연한 마음으로 바뀌게 될 즈음, 그가 일산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일산까지야 그를 보러 가지만 그가 입원을 했으니 집에는 당연히 혼자가야 하는 일. 그날 난 집까지 돌아오며 다시금 우리의 물리적 거리를 확인하며 잊고 있었던 그의 배려와 사랑에 눈물이 흘렸다. 가끔은 지긋지긋했을 이 거리를 단 한번의 내색없이 견뎌왔다니. 내가 참 멋진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며 우리가 나누었던 제일 첫 마디는 "이제 데려다 줄 필요 없겠네"였다. 함께 돌아올 집이 있으니, 시간과 돈과 체력을 낭비할 일도 없어졌다. 그래도 가끔은 그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운전석에 앉은 그에게 뽀뽀를 해주고 집에 올라가 씻고 잘 준비를 마치며 그의 '잘 도착했어'라는 문자를 기다릴 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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