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관계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어려운 것 같아요. 가족 관계, 친구 관계, 동료 관계 등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 지 고민이 될 때가 많은데요. 그래서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읽으며 뭔가 힘든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비법같은 것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서평도서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이 책에는 다양한 관계 속의 고민과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임상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해결책이 나오는데요. 주로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통한 통합적인 자기감을 경험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애착의 본질과 변화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어요.

부모의 입장이다 보니 첫 번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와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에 대한 내용을 인상적으로 읽었는데요. 애착 관계와 심리적 문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며 부모로서 나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고, 혹여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어요.

저자는 애착이라는 정서적 유대는 양육자가 아이를 독립되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때에만 성립한다고 말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나는 아이를 나와 제대로 분리하고 있었나 반성이 되더라구요. 아이에게 종종 "다 너를 위한거야"라고 말하며 제 의견을 강요(?)하면서도 아이가 당연히 엄마의 선의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이고, 아이와 저를 분리하지 못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저자는 아이를 규정하는 낙인은 어떤 것이든 아이의 잠재력을 억누른다고 설명하며 유년기에 찍힌 낙인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데요. 저도 모르게 아이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던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아이가 제 의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낼 때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말대꾸를 한다고 기분 나빠했었는데,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내용을 읽으며 좀 더 아이를 존중해야할 필요가 있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과 죄책감마저 느껴졌는데요. 저자는 애착관계가 심리적 문제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단지 애착에 대한 이해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실마리가 될 수 있고, 노력과 개입으로 새로운 애착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애착관계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요.

그리고 '대상관계이론'을 주장한 위니캇의 충분히 좋은 엄마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보통 엄마, 그만하면 좋은 엄마라는 말을 인용하며 결국 나 자신이 되는 것과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라고 말해요. 부모로서의 내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감정적 돌봄도 필요함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어요.

<본 도서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