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 도서

구름한잔
- 작성일
- 2020.1.22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 글쓴이
- 박진진 저
애플북스
아직 갱년기는 아닌 것 같은데도 평온하던 일상에 투덜거림이 늘었다. 서른 중반부터 함께하던 질병에도 자꾸만 없던 화가 났다. 머릿속으로는 나이든다는 건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세상과 나의 결투에서 자꾸만 나만 지는 것 같은 억울함이 있는 걸까.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살아냈을까 싶어 지인들과 대화를 해 본다. 오십, 육십을 잘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이 대단해 보이고 새삼 가까이 있는 부모님도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남들이 보면 나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싶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북칼럼니스트이자 연애칼럼니스트 박진진의 에세이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에는 마흔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마흔의 여자라는 틀 안에서 많은 생각과 감정에 공감해 보았다. 그리고 나와 다른 긍정적인 생각은 최대한 받아들여 내 것이 되도록 노력해보았다. 사실 비혼과 기혼,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 등의 개인차로 인해 나의 마흔과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마흔에 대해 느낀 당혹함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흐름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더 힘을 내고 있기도 하니, 제법 위안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박진진 작가는 이 책에서 <마흔에도 사춘기가 옵니다>, <내 얼굴에 대한 책임>, <돈 걱정은 끝이 없지만>등의 제목으로 마흔의 사랑과 아름다움, 노후대책, 죽음에 대한 자세, 우울증,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마흔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다가 작가 자신이 비혼이면서 프리랜서이기에 처한 상황도 엿볼 수 있었는데, <내 남자친구의 아내에게>에서는 비혼인 여성을 보는 세상의 시각을 일부 보여주기도 하고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를 통해서는 프리랜서를 바라보는 보모님의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또 <밸런타인데이를 신나게 보내는 법>에서는 미혼 여성이 보내는 기념일을 보여준다. 사실 개인적으로 비혼 여성의 자유로움을 그동안 부러워해왔기에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나에겐 색다름으로 다가왔고 나름의 처지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이었다. 어느 날 이유도 없이 너무너무 외로울 때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저자. 여자와 남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마음 어딘가의 허전함을 없앨 수 있는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어디를 가든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의심을 받을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필요에 의한 만남을 가지는 상황에서, 서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추구하며 사는지,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행간의 숨은 의미와 뉘앙스를 읽을 수 있으며, 굳이 친구나 다른 무언가로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과 외로운 밤에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또 <마지막 자존심을 위한 작은 배려>를 통해서는 안심되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수술대에 오를 것을 대비해 속옷에 신경 쓴다는 주변 여자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욕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던 자신의 일화를 꺼낸다. 하필이면 목욕 후 미끄러져 쓰러진 저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임에도 어쩔 수 없이 119에 전화를 했는데, 그런 여성 환자를 위한 그들의 대처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그동안 갖고 있던 걱정 한 조각 살짝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간디와 잔다르크 사이 어디쯤엔가>에서는 앞으로의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잔다르크처럼 살다가 간디처럼 살고자 노력했지만 힘들었다며, 온순하고 선한 노년이 아닌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나답게 오래 살고 싶다고 한다. 저자와 달리 꽤나 온순한 성격으로 살아온 나는 마흔이 되어 첫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듯 살고 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일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 모습 또한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기에 '나답게'라는 말이 위안이 되고 공감도 되었다.
길을 걷다 작은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면 다시 벌떡 일어나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마치 넘어진 채 마냥 넋 놓고 앉아 있는 느낌의 마흔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마흔이라는 그리고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공감할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북칼럼니스트이자 연애칼럼니스트 박진진의 마흔에 대한 에세이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흔을 앞두고 있거나 통과하고 있는 독자라면 작가를 통해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며, 복잡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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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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