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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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글쓴이
박완서 저
현대문학
평균
별점8.6 (188)
산티아고

타샤튜더의 『맘 먹은 대로 살아요』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일까, 난 작가들의 '산문'을  ‘소설’보다 즐겨 읽는다. 산문을 읽고 그 작가의 소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故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이다. 글이 담백하고 소담스럽다. 옆에서 엄마나 언니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내가 맨 처음 읽은 박완서 작가의 책은 『자전거 도둑』이라는 동화집이다. 5~6년 전 쯤 아이들이랑 같이 읽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아파트 상가 점포정리하는 ‘도서대여점’에서 헐값에 건져온 책 중 하나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이다. 이 책은 유년을 그린 자전적 소설인 만큼, 산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힘이 안 들어가고, 치장이 없는 깔끔한 글이 참 잘 읽혔다.


 


'외출했다가 자투리 시간을 영화보기로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되고부터는 그걸 즐기기 까지 하게 되었다'는 구절을 읽으며 공감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또는 큰  맘먹고 가는 곳이 극장이었다. 언젠가부터 '극장'은 '멀티플레렉스 상영관'으로 바뀌었고 '영화'는 카페에서 커피마시 듯,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에 좋은 아이템이 된 듯하다. 물론 내가 그런 생활 속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바뀐 사회 분위기는 절감한다. DVD로 지난 영화를 볼 때,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생애 밑줄(p.142)'을 읽으면서는 개인적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웃음이 났고, 가장 공감하며 읽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많이 긋는 편인데,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도 무심코 밑줄 그으면서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읽다가 남들이 밑줄 그어 놓은 흔적을 발견하면, '이 구절에 공감하며 읽었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기에, 나는 그렇게까지 무식한(?) 행동인 줄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들이 밑줄 그어 놓은 책을 만나면 읽을 때 얼마나 방해가 되는 줄 아느냐'고 핀잔하는 딸램들 말을 듣고는, 대여한 책을 읽을 때는 조그만 낙서라도 특별히 조심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읽은『자전거 도둑』에는 유난히 밑줄이 많다. 밑줄 안 친 문장보다 밑줄 친 문장이 많을 정도다. 얼마 전에 그 책을 다시 들춘 적이 있는데, 객관적으로 밑줄 그을 만한 문장이 아닌데도 밑줄 쳐진 경우가 많았다. 박완서 작가의 말처럼, 밑줄에는 사연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 구절이 명문이라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그 시절에 처한 상황과 바로 그 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나의 경우도 결혼해서 책과 담쌓고 살다가, ‘꾸준히 체계적으로 쌓아오지 못한 아이들 학습의 구멍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안개 속 같은 길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문장들 마다 '단비'였을 것이다. 전에 공지영작가의 책에서 몇 년 동안 글을 안 썼더니,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이 담긴 구절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외국어도 꾸준히 지속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림은 어떤가. 어릴 적엔 모두다 화가였는데, 자라면서 그림 그리는 법을 잊어버린다. 어느 글에서 '그림 그리는 법을 모르는 어른이 있단 말이에요'라는 구절을 보고,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늘 잘났다 뽐내던 어른들이 다섯 살짜리 꼬마들도 다 그릴 줄 아는 그림을  못 그린다니, 어린아이 눈에는 얼마나 이상했을 것인가.



그러니, '밑줄 그을 만한 가치가 있는 명문장인가'하고 남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있을까? 
세월이 흐른 후, 그 밑줄은 개인이 걸어 온 추억과 역사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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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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