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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글쓴이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저
지경사
평균
별점8.3 (7)
yerangs00

  나는 과거 '노인과 바다'가 삶의 허무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존경하는 분이 말씀하기를 미국의 정신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노인과 바다'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 책을 정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멕시코 만에서 외롭게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 산디에고는 84일 동안 물고기 한 마리도 낚지 못한다. 85일 되던 날 바다에 나가 사투를 벌인 끝에 18피트짜리(약 5미터) 대어를 낚아 배 곁에 매달고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들이 고기에 달려든다. 노인은 상어와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뼈만 남은 고기를 가지고 돌아온다.


 


  나는 먼저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노인과 바다'


 


  첫째 질문: 왜 하필 노인이 주인공인가? '청년과 바다' 라고 하면 안 될까? 왜 주인공이 패기 넘치는 청년이 아니라 늙은 노인인가...


 


  둘째 질문, 왜 하필 ‘노인과 바다'인가? '노인과 다랑어', '노인과 상어'가 될 수는 없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아보았다.


 


  첫째, 왜 주인공이 노인이여야 하는가? 주인공 산디에고는 가족도 없는 외로운 늙은이다. 그는 한때 힘이 넘쳐 하루 밤 새도록 팔씨름을 하며 챔피언이던 청년이었다. 물고기를 잘 잡던 베테랑 어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84일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한 실패한 어부다. 다른 어부들을 부정 타게 하는 실패자였다. 그의 곁에는 그를 따르는 한 소년이 있을 뿐이다. 그 조차도 아버지의 반대로 노인과 함께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못한다. 이런 노인은 외롭고 고독한 인생을 대표한다. 인생의 실패자요 패배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실패자요 패배자가 먼 바다에 나가 악전고투하며 운명과 싸운다. 거대한 물고기와 싸우고, 난폭한 상어와 싸운다. 이런 점에서 '노인'은 가장 약하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위대한 인간 정신을 대표한다.


 


  둘째, 왜 ‘노인과 다랑어’가 아니라 ‘노인과 바다'인가? 이 작품에서 노인의 상대역은 물고기가 아니라 바다이다. 바다는 거대한 세상 혹은 역경 가득한 인생을 뜻한다. 노인은 바다에서 84일 동안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도 또 다시 바다로 나간다. 노인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일까?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노인은 항상 바다를 ‘라 마르’라 생각했다. 이 말은 바다에 대해 호감을 가질 때 쓰는 스페인 말이다. ...젊은 어부들... 돈을 많이 벌어 모터보트를 사들인 사람은 바다를 남성으로 ‘엘 마르’라 불렀다. 그들은 바다를 투쟁의 대상이나 일터, 혹은 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노인은 항상 바다를 여성으로, 큰 호의를 베풀거나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으며 바다가 사납거나 나쁜 짓을 하는 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작가는 노인에게 바다가 사랑의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바다는 노인이 힘겹게 싸우는 싸움의 현장이다. 그런데 노인이 바다에 나가는 이유는 바다가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 작품에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바다가 여성형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처럼 '노인과 바다'는 노인과 바다의 사랑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치열한 삶의 현장, 목숨을 건 사투의 현장 '바다'가 동시에 사랑하는 '연인'과 같다? 이것은 대단한 모순이요 아이러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보자. 노인은 낚시를 물은 큰 물고기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야, 고기야 나는 너를 사랑하고 또 굉장히 존경한다. 그러나 오늘 중에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테다” 또 고기와 사투를 벌이던 중 배가 고파 곁에 있는 고기 조각을 먹으며 생각한다. “고기에게도 뭘 좀 먹였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녀석도 내 형제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 녀석을 죽여야 한다.” 이런 모순된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운명과 싸우면서도 그 운명을 사랑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즉 '사랑하며 동시에 싸우는'것이 인생이란 것이다. 저자는 1,2차 세계 전쟁의 현장을 누비며 인간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했다. 그는 인간의 폭력성을 잘 알았다. 그러나 인생을 허무한 것으로 여기며 삶에서 도피하지 않았다. 그는 삶을 싸움으로 받아들였고, 그런 삶을 사랑한 것이다. 노인은 인생의 이 싸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지. 인간은 목숨을 빼앗길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이런 그의 자세는 작품의 마지막에 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물고기를 들고 나타난다. 그는 너무 지쳤고 이제 운이 다 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때 소년이 말한다.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께 배울게 아직 많잖아요. 이제 할아버지랑 같이 바다에 나갈거에요.” 노인은 대답한다. “그러자꾸나. 그러려면 좀더 좋은, 고기를 쉽게 죽일 수 있는 튼튼한 창을 준비해야 돼.” 여기서 저자는 노인이 실패했지만 패배하진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인생의 바다에서 싸움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 극명히 나타난다.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고 있었다.” 노인의 사자 꿈은 소설 중간 중간에 등장한다. 노인이 사자 꿈을 꾼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가 운명의 바다에서 실패를 할지라도 결코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는 약하지만 밀림의 제왕 사자를 꿈꾼다. 그는 운명의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결코 꿈을 잃지는 않는다. 가장 참담한 실패의 날 변함없이 사자 꿈을 꾸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실패를 경험하지만,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위대한 인간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결코 인생의 허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바다란 결코 허무한 곳이 아니다. 그곳은 치열한 싸움이 있는 곳이다. 때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사랑의 대상이며 포기치 말고 싸워야 할 장소이다. 노인은 바다를 사랑했고 바다에서 그가 싸우는 대상들을 사랑했다. 심지어 자신을 좌절시킨 상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놈은 예쁘고 고상하고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놈이라구”


 


  우리의 삶의 바다에는 많은 고난과 시련이 다가온다. 그러나 삶의 현장을 떠나 도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삶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며 또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결코 승리의 꿈을 포기하지 말고 또 운명에 도전해야 한다. 이것이 헤밍웨이가 그리고 있는 ‘미국의 정신’이 아닐까?


 


  얼마 전 미국 사람들은 버지니아 총기 참사로 큰 슬픔을 겪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유족들이 통곡하며 대학 총장, 경찰청장 멱살 잡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흐느끼며 슬픔을 참았다. 그리고 "렛츠 고 호키스!" 슬픔을 딛고 전진을 다짐하였다. 911 테러 사건 때도 그러했다. 그들은 과거 신대륙을 개척하고 서부를 개척했을 때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결코 운명에 패배하지 않았다. 시련을 딛고 또 다시 삶의 바다로 나갔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을,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 되게 한 정신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 이런 위대한 정신을 그린 작품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 소설은 운명 앞에 슬픔과 한을 그린 것들이 많은 듯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통해 미국 정신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우리가 글로벌 시대에 미국과 경쟁을 하려면 이런 미국의 정신을 깊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 그들의 위대한 점을 잘 배워야 할 줄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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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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