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캠페인] 세계문학전집을 읽자

yes24munhak
- 작성일
- 2015.12.18
한달에 한 권 고전 함께 읽기, 우선은 민음사루요- 12월은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였습니다!
이전에 어디선가 추천도서로 봤는데, 그 내용이 좋아서 기록해두었다가 이제야 읽어보았네요. 최근에는 페미니즘 관련해서 이 책 및 마누엘 푸익의 저서들이 이야기도 되곤 하길래 더 궁금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의 다른 책이 몹시 궁금해졌지만^^

아르헨티나 출신,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는 전체적 배경이 교도소 내의 수감중인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집니다. 정치사범 발렌틴과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동성애자 몰리나의 대화로 말이죠.
초반에 읽는 내내 좀 갸웃했던 건 몰리나를 책에서는 동성애자, 게이로 표현하고 있다는 건데요. 몰리나는 자신을 남성으로 인지하지 않고, 여성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남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비수술 트랜스젠더로 이해되는 게 몰입에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추측은 당시 트랜스젠더에 대한 개념은 지금과 같이 보편적 개념이 아니었기에 그런 면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는 ^^
초반에는 두 사람이 수감 중인게 설명되고, 영화 이야기를 해주며 이런저런 주고받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는건지, 혹은 옆으로 나란히 있는건지 혹은 공간이 따로 있는 건지 대화간, 그리고 두 사람간 거리 자체의 모호성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고 함께 읽은 이가 말했는데요. 이런 점은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유발해 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자체가 주는 재미도 컸고 말이죠 ㅎㅎ 영화들도 몹시 궁금해지고 ^^
그리고 이 소설은 간간히 나오는 각주가 굉장히 긴 호흡인데, 무언가 이야기 속의 또다른 이야기, 전문성의 이야기가 풀어진 느낌이랄까요. 문학 속의 문학 같은 ^^ 이 지점은 제각각 좀 달랐는데, 소설 자체의 몰입에 그 각주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이도 있었고 말이죠 ㅎㅎ
마누엘 푸익의 생애를 보면 몰리나에게 그가 투영된 것들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어요. 몰리나가 어머니에게 가진 애착(애정)이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실제 마누엘 푸익에게도 영화는 '유일한 위안'이라고 표현되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어머니와의 각별함도 그렇구요. 그는 정말 몰리나를 써내려가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소설은 전반적 내용은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자신이 좋아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재구성됩니다. 몰리나의 기억에 따라서 말이죠. 그러면서 발렌틴과 몰리나는 의견을 나누고, 이견을 나누며 서로의 이견의 벽이나 가치 등을 교환하고, 신뢰를 쌓게 됩니다. 관계 역시 앞서나가구요. 점차 그렇게 함께한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는 신뢰만이 쌓인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들도 표출되는 등 솔직해지기도 하죠. 이런 과정은 사람은 누구나 모두가 여러 모습들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케이트 본스타인의 젠더무법자와 같진 않을지라도 거미여인의 키스에서도 젠더 영역의 모호성 혹은 그 경계 무너뜨리기를 보입니다.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 그것은 성별의 경계, 가치와 사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소통하게 하고 이해되는 과정을 갖게 됩니다.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역시 이분법적 성별로만 이해되는 세계가 전부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별을 넘어서 모든 형태의 사랑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그저, 그대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적어도 일생에 한번은 진정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는 의미니까”
관계. 관계 맺기. 그것이 우정이든 사랑이든 친밀이든 어떤 것으로 불리어도.. 이것만이 맞아, 이것이 옳아- 라고 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그러한 것들에 대한 나의 인지. 바로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진짜 준비가 되는 게 아닐까요?
소설 속 또다른 이야기인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하며 두 사람에 모습에 미소짓거나 하며 재밌게 읽었던 <거미여인의 키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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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