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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9.17
신비 섬 제주 유산
- 글쓴이
- 고진숙 저
블랙피쉬
최은영, 하루키 신간을 비롯 재미있는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내 눈에 들어온 또 다른 책이 있었다. 바로, 고진숙의 <신비섬 제주 유산>이다. 믿고 읽는 '블랙피쉬' 출판사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부제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제주 여행을 몇 번쯤 가봤을까. 태어나서 가장 먼저 타본 비행기가 제주행이었고, 스무 번 가까이 가봤던 것 같다. 처음 갔을 때는 야자나무가 곳곳에 서있는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에 반했고, 이후로 제주시와 서귀포의 주요 관광지를 다녔다. 여름, 겨울 한라산 등반을 해봤고 우도를 다섯 번쯤 가본 뒤로는 더 이상 제주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알 것이 없다는 교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신상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가보아도 즐거움은 그때뿐이었다. 더 이상 제주를 떠올리면 예전처럼 설레지 않았다.
그때 <신비 섬 제주 유산>이란 책을 발견했다.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을 제대로 알게 되면 제주를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은 적중했다.
책을 쓴 저자가 제주 사람이라는 것도 신뢰가 갔다. 책은 월 별로 장을 나누고 각각 자연, 역사,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마치 '제주 백과 사전'처럼도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제주에 무지했냐면, 제주 갈옷이 감으로 염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천연 염색인 것은 알았지만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우선 색상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좀 올드한 느낌도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신비섬 제주 유산'에서 갈옷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다음 제주 여행을 가면 무조건 갈옷을 한 벌 사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갈옷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옷'이니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에 집집마다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내가 유의 깊게 안 봐서 그렇지 귤 나무만 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감은 먹는 단감이 아니라 떫은 토종감으로 염색을 할 때 좋다고 한다. 7-8월에 딴 풋감을 으깨서 면직물에 염색하면 갈색빛을 띠는 갈옷이 되는데, 무엇보다 '방수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게다가 자외선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데 다 항균성까지 있어 이슬 맺힌 풀밭에서 일을 할 때 최적의 옷이라는 거다. 한 마디로 제주인들의 지혜가 담긴 옷이랄까.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 돌담 이야기다. 집집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제주 돌담이 나는 다 '현무암'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돌의 종류가 다르고 돌담을 쌓은 목적도 다양했다.
"다양한 용도의 제주 돌담"
축담- 집을 지을 때
밭담- 농작물 보호
산담- 무덤을 보호
원담- 바닷물을 가둠
포구담- 방파제 구실
잣담- 목장에서 말이나 소가 길을 잃지 않게
성담- 왜구로부터 마을 보호
울담- 집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
올렛담- 집으로 가는 골목에
?구멍이 숭숭 떨려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렝이 공법'은 바람을 통하게 설계하여 태풍에도 끄떡없다. 돌담을 완성한 후 석공(돌챙이)들은 다 쌓은 돌담을 한쪽 귀퉁이에서 흔들어 보며 안전성을 확인한다고 한다. 울담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쌓아서 바람을 비껴가게 하고, 하늬바람이 휘몰아치는 북서쪽은 높게, 해가 뜨는 동남쪽은 낮게 과학적으로 설계했다.
앞으로 제주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하는 달의 내용을 한 번 더 읽고 가면 되겠다 싶었다. 마치 여행 가이드북처럼,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제주의 새로운 면모(정확히는 내가 몰랐던 것)를 어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 제주에 가면 책에서 추천한 '돌담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돌담을 자세히 관찰하고(산방산 부근에서는 현무암이 아닌 회갈색 조면암으로 쌓은 돌담이 많다고) 어떤 용도로 쌓은 것인지, 특징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시원한 가을 쯤, 도보 여행이 적당할 것이다.
그 밖에도 '제주 삼다수'의 기원이 된 서귀포 용천수, 해녀(잠녀) 이야기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해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았지만 역사적인 배경과 그녀들의 애환을 읽자 존경심이 일었다. 점점 그들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면서.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나처럼 제주에 흥미가 떨어진 사람, 해마다 두어 번은 제주 여행을 떠나는 사람, 꼭 제주가 아니더라도 평소 여행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스럽게 읽을 것이다.
지금까지 제주 여행을 몇 번쯤 가봤을까. 태어나서 가장 먼저 타본 비행기가 제주행이었고, 스무 번 가까이 가봤던 것 같다. 처음 갔을 때는 야자나무가 곳곳에 서있는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에 반했고, 이후로 제주시와 서귀포의 주요 관광지를 다녔다. 여름, 겨울 한라산 등반을 해봤고 우도를 다섯 번쯤 가본 뒤로는 더 이상 제주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알 것이 없다는 교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신상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가보아도 즐거움은 그때뿐이었다. 더 이상 제주를 떠올리면 예전처럼 설레지 않았다.
그때 <신비 섬 제주 유산>이란 책을 발견했다.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을 제대로 알게 되면 제주를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은 적중했다.
책을 쓴 저자가 제주 사람이라는 것도 신뢰가 갔다. 책은 월 별로 장을 나누고 각각 자연, 역사,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마치 '제주 백과 사전'처럼도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제주에 무지했냐면, 제주 갈옷이 감으로 염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천연 염색인 것은 알았지만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우선 색상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좀 올드한 느낌도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신비섬 제주 유산'에서 갈옷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다음 제주 여행을 가면 무조건 갈옷을 한 벌 사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갈옷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옷'이니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에 집집마다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내가 유의 깊게 안 봐서 그렇지 귤 나무만 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감은 먹는 단감이 아니라 떫은 토종감으로 염색을 할 때 좋다고 한다. 7-8월에 딴 풋감을 으깨서 면직물에 염색하면 갈색빛을 띠는 갈옷이 되는데, 무엇보다 '방수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게다가 자외선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데 다 항균성까지 있어 이슬 맺힌 풀밭에서 일을 할 때 최적의 옷이라는 거다. 한 마디로 제주인들의 지혜가 담긴 옷이랄까.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 돌담 이야기다. 집집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제주 돌담이 나는 다 '현무암'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돌의 종류가 다르고 돌담을 쌓은 목적도 다양했다.
"다양한 용도의 제주 돌담"
축담- 집을 지을 때
밭담- 농작물 보호
산담- 무덤을 보호
원담- 바닷물을 가둠
포구담- 방파제 구실
잣담- 목장에서 말이나 소가 길을 잃지 않게
성담- 왜구로부터 마을 보호
울담- 집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
올렛담- 집으로 가는 골목에
?구멍이 숭숭 떨려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렝이 공법'은 바람을 통하게 설계하여 태풍에도 끄떡없다. 돌담을 완성한 후 석공(돌챙이)들은 다 쌓은 돌담을 한쪽 귀퉁이에서 흔들어 보며 안전성을 확인한다고 한다. 울담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쌓아서 바람을 비껴가게 하고, 하늬바람이 휘몰아치는 북서쪽은 높게, 해가 뜨는 동남쪽은 낮게 과학적으로 설계했다.
앞으로 제주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하는 달의 내용을 한 번 더 읽고 가면 되겠다 싶었다. 마치 여행 가이드북처럼,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제주의 새로운 면모(정확히는 내가 몰랐던 것)를 어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 제주에 가면 책에서 추천한 '돌담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돌담을 자세히 관찰하고(산방산 부근에서는 현무암이 아닌 회갈색 조면암으로 쌓은 돌담이 많다고) 어떤 용도로 쌓은 것인지, 특징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시원한 가을 쯤, 도보 여행이 적당할 것이다.
그 밖에도 '제주 삼다수'의 기원이 된 서귀포 용천수, 해녀(잠녀) 이야기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해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았지만 역사적인 배경과 그녀들의 애환을 읽자 존경심이 일었다. 점점 그들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면서.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나처럼 제주에 흥미가 떨어진 사람, 해마다 두어 번은 제주 여행을 떠나는 사람, 꼭 제주가 아니더라도 평소 여행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스럽게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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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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