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naruse
  1. movie talk

이미지

겨울 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 장르가 있다. 바로 멜로, 로맨스 영화이다. 추운 겨울, 성탄절, 그리고 연말이라는 특수성은 극장에서 연인 또는 배우자와 함께 가슴 따뜻해지는 훈훈한 로맨스 영화 한편을 보는 쏠쏠한 재미를 얻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킨다. 그리고 겨울 시즌에 보기 힘든 장르는 다름아닌 호러, 공포 영화이다. 가뜩이나 날씨도 추운데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영화는 정서에 그다지 좋지 못함에 그리고 한 해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활기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찰나에 정신 산란해지는 공포영화를 굳이 극장에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보고 싶은 욕구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겨울 시즌에 물과 기름처럼 대조되는 멜로/로맨스 장르와 호러/공포 영화가 한 영화에서 한데 어우러져 마음껏 비벼져 나온 영화가 선을 보였다. 얼핏 쉽사리 맛을 보는게 내키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맛있는 영화가 탄생하였다. 다름아닌 제목 그대로 오싹한 영화, '오싹한 연애' 이다.


 


남들과 쉽사리 어울릴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여자 여리(손예진)는 호러 전문 마술사인 조구(이민기)의 제안을 받고 마술쇼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그녀는 마술쇼 단원들과 일년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식 자리에는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는 미스테리한 여자이다. 그리고 회식자리를 마다하고 홀로 집에서 생일 케이크를 맛깔스럽게 샴페인과 먹으면서 자축하고, 노르웨이에 나가 있는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집안의 거실에 텐트를 쳐놓고 그 곳에서 자야 잠을 청할 수 있는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텐트 안에서조차 그녀는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없다.


 


생활 자체가 공포스런 여리의 모습을 보면서 초반부에는 혹시 "I see dead people"을 하염없이 되뇌이는 영화 '식스센스'의 소년이 연상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미 질리도록 써먹은 단골 소재를 이 영화의 연출자이자 시나리오를 맡은 황인호 감독이 차용했을리는 없다 생각했다. 의뭉스러운 여리는 조구의 집요한 공세에 결국 회식자리에 참석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조구에게 온갖 주사를 부리면서 결국 필름이 끊기고 만다. 조구는 보면 볼수록 호기심이 가득해지는 여리에게 차츰 관심을 갖게 되고, 서서히 여리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조구는 등꼴이 오싹해지지만 점점 여리에게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는 생각지도 못하게 오싹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역시 영화 속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는 밤에 으쓱하게 찾아오는 그리고 긴 생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감추다가 머릿결 사이로 오싹한 눈빛을 드러내는 귀신이다. 공포영화의 정통 귀신을 차용한 여러 장치들은 생각지도 못한 공포감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그 강도가 예사롭지가 않다.


 


여리에게 죽은 자들이 서슴없이 찾아오게 된 사연은 다름아닌 그녀가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갔다가 버스가 물속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잠시 의식을 잃게 되었고,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그녀는 바로 옆에 자신의 절친 주희가 서늘하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후 그녀는 주희의 영령에 시달리게 되고, 절친 주희는 여리에게 평생동안 귀신처럼 살것을 늘 요구하고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들 심지어는 가족들 앞에도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결국 여리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외톨이로 살게끔 만든다. 심지어는 가족들마저 주희만 남겨두고 노르웨이로 이민을 가게 된다.


 


사연많은 여인,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여인, 때로는 달콤 살벌하기까지 한 여인 여리역을 맡은 손예진은 그야말로 10년 연기력의 내공이 허투루 쌓인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코믹과 감동코드의 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2001년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이후 초창기에는 '연애편지', '클래식' 등의 영화를 통해 비련의 청순한 캐릭터를 도맡아 했던 그는 시간이 지날 수록 청순가련 캐릭터의 한계를 넘어 개성 넘친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손예진의 아우라가 새롭게 형성된 터닝 포인트는 2005년의 '작업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청순가련 캐릭터로 일관되었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코믹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추가시킨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업의 정석에서의 엉뚱하고 귀여운 이미지에 때로는 동정을 유발하게 하는 연기로 관객들의 감정코드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작품 전체의 흐름을 쥐락 펴락 한다고나 해야 할까.


 


2009년 '해운대'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후 올해 여름에 개봉한 '퀵'에서 단독 주연의 가능성을 선보인 이민기는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듯 하지만 실상은 여리고 여린 남자 조구 역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만의 특유의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여리라는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자각하고 공항에서 떠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셔들게 한다.


 


영화는 호러, 멜로, 코미디, 멜로, 호러,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관객들의 감정선을 밀었다 댕겼다 한다. 마치 연애의 고수처럼 말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한 힘은 다름아닌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덕분이라 여겨진다. '시실리 2km', '도마뱀', '두 얼굴의 여친' 등의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황인호 감독은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 흥행 홈런을 터뜨렸다.


 


그 동안 로맨스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호러를 결합시켜 보는 재미를 한층 극대화한 것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손예진이란 배우가 영화를 이끌 충분한 내공이 있음을 입증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 '식스 센스'에서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쥐고 있는 그 유명한 대사 "I see dead people"을 패러디하여 이 영화를 본 소감을 표현해 본다. "I see 손예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naruse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14.2.1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4.2.1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14.2.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4.2.2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14.2.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4.2.2

사락 인기글

  1.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2시간 전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2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1시간 전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1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naughtybae1993
    작성일
    22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2시간 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