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류북
- 작성일
- 2021.5.23
당신을 이어 말한다
- 글쓴이
- 이길보라 저
동아시아
나는 우리집 통역사였지만 세상의 모든 걸 통역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의 경험을 나누기에 동생은 어렸고, 엄마는 장애인 당사자였다. 이길보라 작가는 코다(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로서 말한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게 기대되는 역할 수행을 하지 않겠다고. ‘도움과 수혜에 감사하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하고 착한 장애인 혹은 그 가족’이 되라는 사회적 각본을 그는 거부한다. 대신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어 통역과 같은 ‘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정부의 ‘덕분에 챌린지’를 비롯해 잘못된 의미를 전달하는 수어 캠페인을 보면서는, 당사자인 농인을 고려하지 않을 때 수어는 기호화되어 소비될 뿐이라고 말한다. 수어 캠페인을 통해 “소수자의 언어를 존중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는 자긍심만을 챙긴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나도 그랬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응답이 하나둘 모이면 물결이 되고 공동의 경험이 된다. ---p94.우리는 이기고 있다 중에서
작가는 그런 순간과 시도를 마주할 때마다 희망이 생긴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각자가 가진 고유성을 인정하기에 ‘장애’라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쓰지 않아도 될 때. 그런 분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 ‘다수’가 ‘소수’에게 매번 자신의 소수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게 된다. p138) 장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을 때, 그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의 수많은 부딪힘을 재해석하는 힘이 생겼을 때,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혁명’을 맞이하는지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삶을 직접 통해 보여줍니다. 258만5,876명 (2018년) 등록된 장애인의 숫자입니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을 이어 말합니다.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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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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