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맘대로 책 리뷰

yjyj0702
- 작성일
- 2022.3.21
상냥한 폭력들
- 글쓴이
- 이은의 저
동아시아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려면, 성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전방위로 방어 태세를 취해야 한다. 성폭력을 당한 후에는 '완벽한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 너무 표정이 밝아도 안 되고, 남자와 술을 마시거나 태연하게 데이트를 해도 안 된다. 대체 언제까지 피해자가 '나는 성범죄를 당하지 않을 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공포 속에서도 최선의 저항을 하였음'을, '피해를 당한 후에는 피해자답게 행동했음'을 소명해야 하는 걸까."
#소년심판 의 마지막 사건이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이었는데, 피해자는 친한 친구 부모의 차가운 말에 손목을 그어야 하고, 가해자들은 "사실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냐?"라며 뻔뻔스럽게 말하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는데, 성폭력, 성추행 등의 고통 속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무고죄 혹은 명예훼손죄로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현재 진행형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은의 변호사도 대기업에 다니면서 겪었던 경험이 직장인에서 변호사로 인생을 바꾸게 한 사건이 되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많은 여성들에게 현실적이면서도 냉철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피해자를 변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도둑맞은 이에게는, 문을 잘 잠그지 않아 도둑이 들었으니 피해자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상해를 입은 이에게, 가해자를 화나게 했으니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는 다르다. '나는 성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세상의 시선에 추가 가해를 입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만 남겨지게 되는 상황을 보며, 이 땅에 사는 여자들이라면 언제까지 이런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할까 싶은 착잡한 마음이 든다.
더 이상 강간 피해자들에게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 및 협박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이 아닌 충격 받은 상태의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어야 하며, 사회와 법의 시선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 책을 많은 여성들이 널리 읽고 깨닫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좋은 게 좋은거다'는 개소리고,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한 시대를 살아가는 약자이자 여성으로서 내가 나를 지키고, 이 사회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반드시 들려줘야 한다.
"법은 세상이 소란스러운 이유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법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다면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세상의 인식과 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화가 온당하다면 묵직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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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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