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SHE>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느낀 충격은 대단했다. 2013년 개봉된 <SHE>는 AI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를 그리고 있는데 당시엔 사물속 목소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아주 초기단계였기에 이게 과연 가능한 미래인지, 이게 가능한 시대가 오면 진짜 저런 사랑을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영화는 현실이 되었다. 아침에 AI스피커가 알람으로 잠을 깨워주고 오늘의 날씨를 물으면 즉각 가르쳐준다. 2016년에 이세돌9단은 알파고에게 패했고 가전제품엔 이제 리모콘이 필요없어졌고 자율주행자동차도 나온다고 하니 AI의 보이지잃는 미래가 궁금해졌고 그 역습이 두려워졌다. 내겐 AI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고 때마침 이 책과 만났다.



인공지능은 인간이나 동물의 지적 능력을 가지는 컴퓨터 기술로 정의되며, 크게 특화된 인공지능(Specialized AI)와 범용 인공지능(General AI)로 구분된다. 특화된 인공지능은 특정 문제만 해결할수 있는 AI로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다. 그러나 바둑에 특화된 알파고는 바둑 이외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래서 시스템 스스로 인식하고,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심지어 감정을 느끼는 범용 인공지능이 대세다. 하지만 기계가 감정까지 느끼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다.

?

이 책은 고대, 중세로 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의 원조격인 기계로부터 컴퓨터가 등장하고나서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인공지능 발달사와, 결국은 입력하는 데이타로 좌우되는 인공지능의 기술, 현대로 오면서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교통통제등 실생활에 접목된 AI등을 통해 우리 곁에서 영향을 미치는 AI를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머신러닝,자연어처리, 자동화 로봇과 AI반도체등 인공지능의 전반적인 기술뿐 아니라 윤리까지 다양하게 다루며 인공지능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한다.



이젠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의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국가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완전자율주행으로 상상되는 미래는 엄청난 사회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이 생겨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과연 그후엔 어떤 사회적 현상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도 문제다.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는 AI의 몫인가, 그 AI를 제작한 회사의 몫인가?
결국 AI기술의 발달 만큼이나 그것을 만드는 이들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함께 발전해야 할 것이다.

?

인간은 과연 언젠가 스스로 판단하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AI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럼 그 AI는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줘야 할까? 그런데 이 책을 샅샅이 읽었음에도 난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인간의 신경과 감정선을 데이타 입력과 머신런닝등으로 과연 얼마나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을까? 같은 집안에 태어난 쌍둥이도 작은 경험의 차이로 생각이 다를수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보면 기술의 한계가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그럼에도 나중엔 그 한계마저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문장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맹렬히 발달하는 기술속에서 한번은 되짚어봐야 할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래의 인공지능은 과연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사실 우리 스스로 '과연 우리는 미래의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만들고 싶은가?'라고 반문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연구하고 개발합니다. 인공지능의 수준을 어디까지 발전 시킬지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제되지 않은 기술로 인류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수 있으며 이는 기술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보다는 잘못된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한 사람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