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느낀점

뽀리
- 작성일
- 2022.3.8
삶이 흔들릴 때 소크라테스를 추천합니다
- 글쓴이
- 소크라테스 외 1명
메이트북스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나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자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의 4대 복음서라는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향연'이 수록되어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에는 재판정에서의 소크라테스 모습이 잘 드러난다. 자식의 생사를 결정짓는 그 장소에서 비굴함이나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내용.
또한 신께서 이 소크라테스를 거명하신 것은 단지 나를 본보기로 삼아 이런 말씀을 하려고 하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희 인간들이여, 너희들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자는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이 지혜에 관한 한 진실로 무가치한 자라는 것을 깨달은 자이니라!"
-p.24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다른 신을 믿는다 등의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었지만, 자신은 신을 섬기고 신탁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하고 다녔다 이야기하며 자신은 죄가 없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고소장을 작성한 멜레토스와의 토론을 통해 다시 한번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은 죄가 없음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지도 않는다.
아테나이인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여러분보다는 신께 복종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숨을 쉬고 있고 또 그럴 능력이 있는 한, 나는 지혜를 갈구하고, 여러분에게 충고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여느 때처럼 다음과 같이 지적하는 일도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보시오, 가장 위대하고 지혜와 힘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 아테나이의 시민인 당신이 부와 명예와 명성은 되도록 많이 획득하려고 안달하면서도 지혜와 진리와 당신 영혼이 최선인 상태가 되도록 하는 데에는 관심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다니 부끄럽지 않소?"
-p.38
죽음을 앞에 두고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소크라테스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자신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힌다.
여러분, 내 아들들이 자라서 미덕보다는 돈이나 그 밖의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으면, 내가 여러분을 고통스럽게 한 것만큼 그 아이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줌으로써 복수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잘난 척하면, 내가 여러분을 나무랐듯이 그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고 나무라주십시오. 여러분이 그렇게 해주신다면, 나도 내 아들들도 여러분에게 정당한 대접을 받는 셈이 될 것입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 되었군요.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가는지는, 신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p.60
이 부분을 읽으며 소크라테스는 정말 아테나를 사랑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자식들에게 자신이 아테나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해주길 당부하는 소크라테스. 그의 마지막 말처럼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이었을까? 적어도 소크라테스가 훌륭한 위인들 중 한 명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2부 크리톤에서는 탈옥을 제의하는 크리톤을 소크라테스가 설득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모든 준비가 되어있고, 소크라테스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에 뒤따르는 불이익도 감수할 수 있다 하는 크리톤. 하지만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평생 그래왔던 것처럼, 무엇이 옳은지 따져보자고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크리톤: 솔직히 말해 자네에게 생긴 이 모든 일이 우리 쪽에서 비겁하게 처신한 것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보여서, 자네에게도 그리고 자네 친구들인 우리에게도 볼 낯이 없네. 소송이 벌어져서 자네가 서지 않아도 될 법정에 서게 된 것도 그렇고, 소송 자체가 지금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도 그렇네. 그리고 심지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도 다 우리의 비겁함 때문인 것 같네. 우리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으면서 우리가 자네를 구하지도 않았고, 자네도 자네 자신을 구하지 않았으니 말일세. 우리가 조금이라도 쓸모 있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소크라테스: 친애하는 크리톤, 나를 걱정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야만 그 가치도 높은 것일세.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나를 걱정해 줄수록 더욱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네. 그러니 정말로 자네의 뜻을 따를지 말지, 우리 한 번 잘 생각해 봐야 하네. 난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언제나, 깊이 생각해 보고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근거를 갖춘 것 말고는 아무것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세.
-p.69
간절하게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행동에 옮기자 말하는 크리톤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소크라테스. 자신이 말하고 다녔던 대로 행동하겠다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보며 그저 감탄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국법)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삼중으로 불의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우리는 말하지. 첫째는, 그가 자신을 낳아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가 자기를 길러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며, 셋째는 그가 우리에게 복종하기로 합의해 놓고는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네. 게다가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고치도록 우리를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으니 말일세. 우리는 그에게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가혹하게 다그치지 않고, 다만 우리를 설득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제의하는 것일 뿐인데, 그는 어느 것도 하지 않네.
-p.83
이런 대화를 통해 결국 크리톤을 설득하는 소크라테스. 그는 국법이 원하는 대로 할 것임을 말하며 대화를 마친다.
세 번째로 파이돈에서는 죽음 이후가 있는지를 다룬다.
심미아스와 케베스여, 내가 죽음으로써 우선 지혜롭고 선한 다른 신들 곁으로, 그다음으로는 이승의 사람들보다 더 훌륭한 고인들 곁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만약 내게 없다면, 내가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겠지. 하지만 알아두게. 나는 선한 사람들 곁으로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네. 이 점에선 내가 확신을 갖고 장담할 수는 없네만, 잘 알아두게. 내가 선하디 선한 주인들인 신의 곁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있네. 이런 종류에 관해서 내가 뭔가를 장담할 수 있다면, 난 단연코 바로 이 점을 장담할 걸세. 그래서 나는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후에는 어떤 미래가, 오래전부터 전해오듯 악인들보다는 선인들에게 훨씬 더 좋은 미래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네.
-p.105
이 때문인지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슬퍼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이들과 진지하게 토론한다. 죽음을 초탈한 자세라는 것이 이것이 아닐까 싶은 모습.
게다가 소크라테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배움이라는 것이 상기 이외의 다른 것은 아니라고 종종 주장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지금 상기하는 것은 필시 과거 언젠가 우리가 배웠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의 영혼이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나기 전에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합니다. 그 이론만 보더라도, 영혼은 불멸의 존재인 게 분명합니다.
-p.125
학창 시절 많이 들어본 지식의 상기설이 나온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혼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케베스. 추가적인 변론을 통해 마지막까지 영혼이 있음을 깨닫게 하고는 눈을 감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는 책이다.
마지막에 제시되고 있는 향연은 아가톤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에로스를 예찬하는 내용이다. 각각의 인물들이 에로스에 대해 찬미를 하고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가 찬미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소크라테스 이전까지의 인물들은 마치 연설을 하듯 예찬을 하며 에로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데, 소크라테스는 평소의 모습처럼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 대목.
내 생각에, 자네들은 그저 에로스가 이런 분이며 저런 혜택을 베푼다고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면서 그분에게 온갖 자질을 덧붙이는 것 같네. 그분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게 보이도록 말일세. 물론 모르는 자들에게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걸세. 아무튼 자네들의 찬사는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네. 그러나 사실 나는 찬미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알지 못했기에 나도 차례가 되면 찬미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네. 그러니 '약속한 것은 내 혀지, 내 마음은 아니었네'. 그러니 이 일은 잊어버리세! 나마저 자네들 방식으로 찬미하지는 않겠네. 솔직히 내게는 그럴 능력도 없다네. 그럼에도 나는 자네들만 좋다면 내 방식대로 진실을 말할 용의가 있네. 자네들 방식대로 했다가 공연히 내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말일세. 그러니 파이드로스, 그런 식으로 발언하는 것이 자네에게 도움이 될지, 말하자면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어휘와 어구를 배열하며 에로스에 관해 진실을 말하는 것을 자네가 듣고 싶은지 결정하게!
-p.270
이렇게 시작한 소크라테스는 만티네이아 여인 디오티마에게서 들은 에로스 이야기를 청중들에게 들려준다. 이렇게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로 마칠 것 같던 이야기는 갑자기 술 취해 들어온 알키비아데스의 등장으로 좀 더 진행된다. 그런데 그는 에로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소크라테스를 사모하는 마음이 어떻게 거절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그가 왜 훌륭한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는 알키비아데스. 이 부분을 읽으며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사모한 마음이 여기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저자는 플라톤이니.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죽었고, 그 이후에 어떤 일들이 논의되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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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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