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쑥쑥밤톨
- 작성일
- 2022.2.26
김형석의 인생문답
- 글쓴이
- 김형석 저
미류책방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全 직원에게 책을 선물하신 적이 있다. '백년을 살아보니'란 제목의 책이었다. 명절이나 직원 생일 때 주로 상품권으로 선물을 많이 주셨는데 책을 주신건 그 때가 유일했다. 정말 괜찮은 책이니 꼭 읽어보라고 하시면서...
하지만 당시의 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독서와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기에 그 책은 집에 고이 모셔두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도 어느덧 40대가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사색이 많아지는 요즘, 신간 중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
올해 103세가 된 철학자인 저자가 일반인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이라 하여 지금의 내가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저자의 모습과 이름이 웬지 낯익다 했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내 손길을 받지 못한채 책장 한구석에 외로이 꽂혀있던 바로 그 책의 저자와 동일인물이 아닌가..!
30대 중반의 나는 독서와는 참 거리가 멀었다. 이제 책 읽을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나이의 앞자리도 바뀌니 내게 주어진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종종 생각해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러한 주제의 책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20~60대 100명의 일반인이 질문한 내용들에서 공통되는 부분을 31가지 질문으로 추린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지금의 내'가 평소 가지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백년을 넘게 살아온 저자의 현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질문,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0세 시대인 요즘, 수명이 길어진 만큼 그 긴 시간동안 한번 뿐인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를 바라는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 내 육체 속 나의 정신(정신연령?)은 아직도 젊은 때 그대로인데 아들이 가끔씩 장난식으로 엄마 40대라고 늙었다고 나이를 상기시켜줄 때 내 반응이 딱 저랬다ㅎㅎ 우스운건 나도 어렸을 때 지금의 내 나이의 어른을 보면 엄청 나이 많다고 여겼는데 지금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내 안의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
남들의 그런 반응에 육체의 나이에 갖히지 않고 오히려 정년의 남은 기간 5년 동안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한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대부분 65세 정년퇴직과 동시에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30세까지는 교육받는 기간
65세까지는 직장에서 사회인으로 일하는 기간
90세까지는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 사회 속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사는 기간
저자는 세번째 단계가 인생의 열매를 맺는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시기라고 한다.
둘째를 임신하기 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후 전업주부가 되었고 나이가 40대에 접어들면서 평균수명으로 보면 아직은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종종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다. 내가 주부와 엄마로서의 역할 이외에 사회에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역할을 가지고 싶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용기가 점점 적어지는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100세가 넘어서도 여전히 강연과 책집필에 몰두 중이신 저자를 보면서 한편으론 반성하면서 더불어 큰 용기를 얻게 되더라!
책을 보다가 오랜 세월의 산 증인인 저자의 연세를 실감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중학교 때 같은 반에 윤동주 시인이 있었고, 선배로는 황순원 작가가 있었으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강연을 들은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역사적 인물들과 동시대에 살았던 저자의 백년을 살아온 경험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하니 책을 보는 내내 신기하면서도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큰 공감이 갔던 자녀 교육에 대한 질문과 답변.
아이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라는 것. 6남매를 키운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답변이라 신뢰가 갔고 나 또한 경험을 한 바 있어서 정말정말 공감이 갔다. 특히 객관식 형태의 퀴즈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 같은 목적으로 말을 해도 그냥 "이거 해!"할 때의 반응과 "1번, OOO 하기. 2번, OOO 하기. 이 중에 뭐 할거야?"하고 선택권을 줄 때 반응이 완전 다르다. 첫번째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 마음이 커지는데, 두번째 방식으로 선택의 자유를 주면 결과적으로 같은 것을 하게 되더라도 본인이 선택해서 한 것이므로 주도성을 가지고 기꺼이 하더라는 것.
그런데 사실 나도 머리로는 알지만 때론 실천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서 가능한 매순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보단 선택의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공과 행복은 인간으로서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둘 중에 경중을 따진다면? 성공과 행복 둘 다 원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저자는 성공의 의미를 '자기 기준'에서 찾는다. 남과 비교해서 더 많이 이루면 성공인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보다 더 많이 노력해서 큰 것을 이루었으면 그게 성공한 것이라고.
반대로 자기 기준이 없이 남과 끝없이 비교하면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어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이러한 감정을 많이 가졌던 듯 하다. 주위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열등감과 우울함에 빠져있던 시기도 있었다. 그 때 저자의 이러한 현답을 알았더라면 삶에 마이너스가 되는 감정들을 느끼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리라.
"당신이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라는 인사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한 성공을 한 것이다 란 저자의 말을 가슴에 새겨보았다. 그러고보니 행복과 성공은 멀리 있는게 아닌 듯 하다. "엄마가 있어서 참 좋아~"라고 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그보다 행복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아이에게 내가 있음으로 해서 행복감을 주고, 나 또한 아이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끼니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이대로만 건강하게 오래 지낼 수 있다면 그게 나의 행복한 성공인 것이다.
책을 보는 내내 마치 우리 할아버지가 곁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경험담을 자상하게 들려주시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저자의 육성을 최대한 살려서 책으로 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나보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이 먹어가는게 싫기도 하고 좀 슬프다고 느끼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백세가 넘은 나이에도 책과 강연 등 활발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더 이상 젊은 나이가 아니라고 치부하고 노력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은 내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저자처럼 오래토록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은 의지와 자신감이 생겼다.
집에 소장하고 있던 저자의 또 다른 보석같은 책도 이어서 봐야겠다. 그리고 저자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면서 계속해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러주셨으면 좋겠다.
김형석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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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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