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소설

루이스메이
- 작성일
- 2020.8.19
보츠와나 인생
- 글쓴이
- 알렉산더 맥콜 스미스 저
문학수첩
아프리카 보츠와나를 배경으로 하는 이색적인 탐정소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The No. 1 Ladies' Detective Agency’ 시리즈의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국내 출간된 총 7권 중 한권을 빼먹은 것이 영 마음에 걸리던 차에 드디어 다섯 번째 작품 [보츠와나 인생 The Full Cupboard of Life]을 읽었다. 저자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Alexander McCall Smith’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기 때문인지 지역의 문화와 풍경과 풍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리얼하게 담아낸다. 체격도 가치관도 아프리카 전통을 지키고 있는 주인공 ‘음마 라모츠웨 Mma Ramotswe’의 문제해결 방식은 늘 그렇듯이 푸근하고 명쾌하며 따뜻하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그녀의 현명함이 빛나는 이 시리즈 소설은 별 것 아닌 이야기임에도 시리즈를 자꾸만 찾아 읽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이번 작품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여인이 자신의 구혼자들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며 시작된다. 흔히 있는 이야기다. 재산만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들이란 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의 속마음을 쉽게 판단할 수도 없는 문제인 만큼 음마 라모츠웨는 신중하게 접근한다. 한편 사람 좋은 약혼자 마테코니는 포토콰네 부인의 교묘한 술수에 넘어가 후원 이벤트의 일환으로 낙하선을 타고 뛰어내리는 역할을 떠맡게 된다. 남자의 기를 살리는 방법으로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라모츠웨는 기지를 발휘하는 한편, 오랫동안 미루어온 결혼에도 성공하는 계획을 세운다. 마쿠치의 활약이 미미한 것이 아쉽기는 해도, 그간 형편이 좋아져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에 들어오는 의뢰란 여느 미스터리처럼 폭력으로 점철된 스릴 넘치는 범죄사건이 아니다. 바람난 상대의 뒷조사나 어디선가 새어나가는 돈의 출처 같은 일상의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탐정의 역할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리하여 정보를 모으고 차를 함께 마시며 진실을 마주보게 하는 일이다. 그러는 동안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사는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여자들만 쫓아다니며 작업은 건성인 수습공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 마테코니. 보보농에 있는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마쿠치. 보육원을 꾸려가는 지혜와 수완이 대단한 포토콰네 부인. 그들 주변 사람들과 넉넉한 정을 나누는 라모츠웨.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이 시리즈는 단순히 코지 미스터리라고 단정 짓기에는 특별한 풍미가 있다.
사람들은 별로 조언이 필요하지 않고, 결국 무슨 이야기를 듣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릴 때도 조언을 구한다는 진리를 떠올렸다. 그것은 모든 경우에 적용되었다.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진실이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거의 잘 모르는 점이기도 했다.
p. 2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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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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