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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메이
- 작성일
- 2021.10.21
키네마의 신
- 글쓴이
- 하라다 마하 저
예담
요즘 고전영화를 즐겨보는 중인데 우연찮게 읽게 된 작품이 하라다 마하原田マハ의 [키네마의 신キネマの神樣]이다. 키네마Kinema란 영화를 의미하는 단어 시네마Cinema의 독일식 표현으로, 제목 ‘키네마의 신’이란 주인공의 아버지가 멋대로 만들어낸 영화의 세계를 관장하는 신을 가리킨다. 마작과 경마에 심취해 빚만 가득인 구제불능 아버지이지만, 또 하나의 취미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영화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계속된 아버지의 영화에 대한 열렬한 애정, 그 마음은 딸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 소설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이자 세상의 영화에 바치는 러브레터다. 작가가 전하려 하는 영화 예찬이 절절하게 전해지는 가운데, 영화를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서서히 관계를 회복해가는 모습에 마음이 따스해져온다.
여든 살의 아파트 관리인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 수술을 받게 되자, 마침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딸 아유미는 맨션 관리를 대신 맡게 된다. 17년 동안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일에만 전념하던 그녀가 암담한 기분일 때 관리인 일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건 아버지의 영화 감상문이었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글, 비평이라고도 감상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노인의 혼잣말 같은 문장들에 끌려들어갔다. 아버지가 퇴원하기 전날 마지막 페이지에 충동적으로 자신의 감상을 끄적거린 종이를 끼워 놓았는데, 영화잡지 ‘에이유映友’의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아버지가 딸의 글을 투고한 것. 덕분에 영화잡지사에서 근무하게 된 아유미. 그리고 아버지도 회사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는데, 쪼들리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건 바로 그 블로그 ‘키네마의 신God of Cinema’이었다. 미지의 인물 ‘로즈버드’가 아버지 ‘고짱’의 글에 달아놓은 비판성 댓글로 인해 이후 대결의 장이 된 블로그가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한편 아버지의 지인으로 오랫동안 운영해온 소극장 ‘테아트르 은막’이 폐업위기에 처한다. ‘키네마의 신이시여, 테아트르 은막을 구해주소서!’ 과연 아버지와 딸의 기도는 이루어질까?
일본에는 ‘메이가자’라는 전국개봉이 끝난 영화를 재상영하거나 명작을 다시 상영하는 극장이 있어, 대개 극장주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해 동시상영의 형태를 취한다고 한다. 그러나 복합영화상영관에 밀려 존속이 어려워지는 추세에 있는 듯하다. 사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집에서 편히 감상하는 안방극장시대에 돌입해 있으므로 극장 관객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니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또한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야말로 영화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법. 작가는 극중 영화비평가의 입을 빌어 이렇게 강변한다.
“좋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본다. 그러지 않으면 진정한 가치를 모른다. 최근의 할리우드 사람들은 DVD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관에서 반복 상영하여, 몇 번이고 극장을 찾아와 봐줄 만한 명작을 만들지 않으려면 영화 제작은 때려치워라.”
서울에도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다.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 극장’. ‘어르신들을 위한, 어르신들에 의한, 어르신들의 극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운영되는 실버영화관이라고 하는데, 고전영화는 어르신들이 보는 거라고 누가 정했나? 명작은 언제든 빛을 잃지 않는 법이다. 좋은 영화일수록 모든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진 영화관에서 보아야 제대로 전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극장에서 감상할 때를 놓친 이들에게도 또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좋지 않을까. 내년에는 독립, 예술, 고전영화 등 비상업영화 전용관을 보유한 ‘서울시네마테크’가 건립될 예정이라는데, 그때쯤이면 이 지독한 바이러스에서도 해방되기를 ‘키네마의 신’께 기도해보자.
관객은 반드시 영화관으로 돌아올 것이다. 영화관은 일급 미술관인 동시에 무대, 음악당, 가슴 뛰는 축제의 현장이기도 한 것이다. 이 세상에 영화가 있는 한, 사람들은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혼자 눈물 흘리고 싶을 때는 그냥 혼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가슴 뛰는 한순간을 찾아, 인간은 틀림없이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p.27
이 작품에 등장하는 영화 몇 편이나 보았나? 과연 다시 보고 싶어지고, 안 봤으면 찾아보고 싶은 명작들이다. 작가의 일번 추천작은 <시네마 천국>인데, 갑자기 ‘당신의 인생 최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바로 딱 한편만 짚어낼 수 있을까? 영화도, 책도, 음악도, 내게는 무리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 자체가 싫어진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어떤 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노래는? 드라마는? 영화는? 최고로 꼽는 여행지는? 등등 말이다. 그때 그때 달라요!!! 변덕이 심한 것도 있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원래 그런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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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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