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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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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7일
글쓴이
이사카 코타로 저
웅진지식하우스
평균
별점8.4 (43)
루이스메이

가장 좋아하는 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듣기, 남의 일에 무심해 보이고 돌아오는 대답은 엉뚱할 때가 많으며 늘 장갑을 끼고 있다. 이사카 코타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신의 특징이다. 대개 지명을 이름으로 적당히 사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치바라고 불리는 사신은 어쩐지 친근감이 있다. 일을 대충 때우는 걸 싫어해서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게 임하는 성격인데다 호기심이 많아 자신이 담당한 사람에게 닥치는 상황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이나 뭐 그런 걸로 이끌려 ‘보류’를 남발하지는 않는다. 이미 ‘가’로 정해진 수명이라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 사유는 그다지 없다는 주의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오니까. 다만 불의의 사고라는 변수 때문에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건 그저 자연의 법칙일 뿐. 그러나 자신이 ‘가’로 보고해 8일 후 죽을 사람이라고 해도 치바는 7일 동안 착실하게 곁에 있어준다. 사신의 ‘일’이 바로 그런 거니까.



 



전작 <사신 치바死神の精度>가 6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면, 후속작 <사신의 7일>은 한편의 장편소설이다. 자신이 담당하게 된 소설가 부부와 함께 하는 동안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주일을 보내는 사신 치바. 정작 본인은 시종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그들에게 힘을 보태는 결과를 낳았음에는 분명하다. 아니, 그것도 다 정해진 운명인 걸까. 잔혹하게 살해당한 어린 외동딸의 복수심에 불타는 소설가 부부 야마노베와 미키. 범인은 무죄로 풀려나고 부부는 법적 조치보다 더 고통스러운 형벌을 원한다. 몰려든 기자들 틈을 뚫고 불쑥 나타난 치바라는 남자가 정보를 갖고 있다며 문을 두드리고, 부부는 얼떨결에 이 정체불명의 이방인과 행동을 함께 하게 된다. 야마노베와 미키, 치바가 한 팀이 되어 벌이는 사이코패스와의 악전고투. 선천적으로 착한 사람들이 양심이라는 게 없는 작자와 과연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치바가 담당하고 있는 상대는 남편일까, 아내일까. 그리고 일주일의 조사 후 치바가 내린 결과는? ‘경의란 귀찮은 일을 해달라는 뜻이다.-파스칼’ 사신 치바에게 경의를 보내는 바이다.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시각은 조금 독특하다. 그의 작품에 언뜻언뜻 등장하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비추어보면, 중간세계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다보는 듯한 제3자적인 분위기가 있다. 이사카 월드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나 할까.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고는 해도 전지전능한 입장이 되려 하지 않을뿐더러 현실에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에 지나치게 얽혀들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사실을 바라보고 일의 진행은 순리에 맡기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 절망과 희망이, 이상과 현실이, 환상과 이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밸런스가 참 좋은 작가다. 또한 딱히 미스터리소설이라고 장르를 규정하기는 미묘하지만, 철저하게 추리소설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 이사카 코타로 작품의 묘미다. 특히, 앞에서 나온 대화나 행동이 차후 어떤 순간에 연결되는데, 복선이라는 냄새를 풍기지 않는데다 반전 같은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참신하고 의외성이 있다. 원제가 어찌하여 ‘사신의 부력死神の浮力’이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20년간의 수명보장’에 있다. 정보부의 실수로 최근 젊은 사람들이 요절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바람에 균형이 맞지 않게 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고안해낸 정책이 20년간 수명을 보장해 주는 대안이다. 하지만 ‘보류’가 아닌 이상 사고가 나면 산송장이 되어 돌아오는 불상사가 생긴다는 게 함정. 죽는 것만 못하다는 게 이런 경우일 듯. 작가는 끊임없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는 건 무섭지만, 무서운 건 아니다.’ 묘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살아간다는 건 힘든 일이나 무서운 일이 계속되는 거니까. 죽는다는 건 그중 가장 큰 거잖아. 게다가 무섭게도 그 가장 무서운 죽음은 누구에게든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까 오늘을 잡아야 해. 어차피 죽을 테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그런데 미국 사람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은 양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는 진짜일까? 이른바 사이코패스라는 인간이 그렇게 흔하다니 과연 보통 사람들이 그들이 벌이는 지배 게임에서 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문득 요즘 인기몰이중인 ‘오징어게임’이 떠올랐다. 죽기 전에 열심히 시간을 즐긴 사람도 있지만, 살아남는 것에만 전력을 다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모두가 오늘을 잡았다고 할 수 있을는지, 와타나베 선생과 파스칼 님은 뭐라고 말씀하실지, 어쩐지 철학에 입문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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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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