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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비둘기
글쓴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6 (73)
yoodolp
4,5년전 쯤인가 한때 쥐스킨트의 소설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향수'가 사람들에게 읽혀지면서 그 충격에 사람들은 계속 그의 소설을 찾았고, 그 이후 '좀머씨 이야기'는 또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좀머씨 이야기'보다는 이 '비둘기'라는 글을 더 좋아한다.

'비둘기'는 4년 전에 읽었다. 큰 기대만큼이나 괜찮은 글이었다. 지금 다시 읽으니 그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 있다. 인간군상의 천태만상만큼 한 사람안에도 수만가지의 얼굴이 있다는데.

50평생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온 조나단에게, 비둘기 한마리가 가져온 혼란은 엄청났다.(비록 하루만에 끝나긴 했지만) 30년을 살아온 보금자리에서 쫓겨나고, 한치의 어긋남도 없던 근무태도를 망쳐놓고, 하찮게 여겨온 거지의 모습에서 위안을 받게 되고,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게되고. 하지만 그 비둘기는 이렇게 조나단의 평화를 깨는데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단지 문앞에 잠시 앉아 똥을 싼게 전부이다.

그러나 조나단은 스스로 관념적 함정에 빠져 자신의 모든 평화를 스스로 하나씩 깨버리고 만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모든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과정이 너무도 익숙하다. 그가 악천후가 있던 하룻밤을 호텔에서 지낸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둘기 똥은 치워져 있었고 물론 비둘기는 없었다. 비둘기가 나타나기전 그 아침과 변한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1997년 3천5백원 하던 책이 4년만에 6천5백원이 되버렸다.

[인상깊은구절]
그 순간 그는 새똥이 단지 한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저곳 여러 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시야에 잡히는 복도 전체가 시푸르뎅뎅하고 축축하고 번들거리는 똥으로 지저분하게 더럽혀져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구역질 나는 것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자 역겨움이 더 심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의 이상한 반응이 생겼다. 만약에 새똥이 하나만 있고 깃털도 하나뿐이었다면 그는 필경 뒷걸음질 치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영원히 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둘기가 전체 복도를 오물로 더럽힌 이상-가장 혐오스러운 모습이 보편화되었다는 점에서-새로운 용기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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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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