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
  1.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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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경험과 캠핑장비는 아직 완전초보 딱지를 붙이고 다녀야 할 수준이지만 마음만은 우리 국토를 넘어


대륙를 횡단하는 제 마음을 "핸들은 남동쪽, 마음은 북서쪽"이란 은유적 표현으로 그려보았었습니다.


 


도시생활자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언제부턴가 주말에 훌쩍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모임에 참석하거나 누군가의 안내를 받지 않고 그냥 혼자서 훌~쩍~.


 


그래서 구입한 오프로드 투어안내서 상권 "구름따라 오른 전국 내륙 오프로드"의 첫번째 소개코스


"양평 어비계곡"과 "유명산"을 제가 혼자 떠나는 첫 투어코스로 삼았습니다. 


물론 혼자서는 아닙니다. 제 분신인 아들 "마파람"이 코드라이버로 함께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집을 떠나 팔당대교를 거쳐 6번 국도에 진입했습니다. 그리 심한 정체는 아니더군요.


우리는 달리면서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가격이 자본주의 경제의 최종 산출물이라면 가격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살아있는 경제공부라는 이유를 만들어가며.


무연휘발유 1리터당 1,630원~1,680원까지 다양하게 가격이 형성되어 있더군요.


빙고! 우리는 한 S-Oil 주유소에서 1,599원의 가격을 찾아 연료통을 가득채웠습니다.


양평 부근에 다가가니 도로옆 철길로 경춘선 열차가 지나갑니다.


"경-춘-가-도-" 하던 국어교과서의 어느 싯구절을 떠올리며 도시에서의 해방감을 품에 안고 달리던


6번 국도에서 옥천방면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네비에 설정한 목적지는 "설매재자연휴양림"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옥천냉면집을 지나 유명산 기슭에 다다르니 목적지 부근에 도달했습니다.


유명산의 유명한 억새장관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유명산 진입로는 튼튼한 바리케이트로 막혀있고 지금은


돈 내고 ATV를 빌려 타는 "유명산 ATV 체험코스"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이 사유지였나 봅니다.


주인장은 멋진 경관을 밑천으로 돈 잘 벌고 있겠다 싶었습니다.


10여 변이 지난 안내서이니 어쩌겠어 하며 우리는 비포장 구간을 따라 어비계곡으로 행했습니다. 


다녀온 뒤 GPS 로그를 이용해 구글어스에 투영한 어비계곡 진입루트입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산으로 둘러싸인 좁고 긴 분지에 조그만 마을이 있습니다.


제가 본 안내서에 소개된 갈현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제법 모양새를 갖춘 농촌마을이었을텐데


지금은 쓸쓸하기만 합니다. 세월이란 이런 것이겠죠.


옛 마을입구가 아니었을까 싶은 낡은 콘크리트 기둥이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보니 농촌마을은 없어지고 펜션과 전원주택만 있습니다.


1:50,000 지도에 나와있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 하나를 넘어보겠다고 사유지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여차하면


닫혀버릴 것같은 철문도 뒤로하고 산기슭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전 같으면 엄두도 못낼 산길을 전후륜락을 넣고 용감히 들이대 보았지만 이곳에서 돌아가야겠습니다.


지금은 일몰 1시간 전, 이런 식으로는 건너편까지 안전하게 도달할지 미지수입니다.


모처럼 시작한 투어를 망칠 수는 없었습니다.


 



마파람의 기념사진


 



저도 기념사진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나오는 길에 옛집들과 함께 서구풍의 전원주택이 함께 서 있습니다.


이런걸 조화로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색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바라본 어비계곡의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갈현계곡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구경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하류에 있어야 할 물고기들이 폭포위에 있으니 필경 물고기가 날아서 왔다고


하여 어비계곡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안내서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경북 봉화 오지투어에서 구마계곡에서 보았던 다리와 모양이 똑같아서 너무 반가왔습니다.


 



 


어비계곡을 빠져나오며 마지막으로 돌아 본 모습입니다. 이곳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있더군요.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몰려드는 도시 사람들을 상대로 식당과 민박, 펜션을 운영하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생업임이 분명합니다.


 



 


어비계곡을 나와 국도 37호선과 만나기 직전 우람한 안내문이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이곳 어비계곡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란 무엇인지 궁금함을 남기고 다음 코스를 잡았습니다.


 



 


어비계곡 통과루트와 나름 들이대 본 산길코스가 함께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지도를 보며 어비계곡에 진입하는 방법이 "설매재자연휴양림" 방면에서도, "유명산자연휴양림" 방면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에 나와보고서야 늦가을에 해가 일찍 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해질녘은 다가오는데 초보캠퍼의 숙소는


아직도 미정입니다. 지도를 보며 "명달리"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이 오씨 정기모임을 가졌다는 그 명달리라면


하룻밤 야영할만한 곳도 있을테지" 하면서요. 그곳이 그곳인지 지금도 저는 잘 모릅니다.


 


제법 강원도 분위기 나는 도로를 따라가니 마파람이 체험학습 다녀와봤다는 "중미산천문대"가 나타납니다.


명달리라는 곳에 도착해서 펜션들 사이로 계곡을 따라 들어가니 사유지라고 막힌 비포장 도로를 만났습니다.


다시 돌아나와 산속으로 들어가는 임도를 찾았습니다. 산 속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표지판이 우리를 막아섰습니다. "취사금지", "벌금 100만원"


 


그렇다고 첫 모험에서 민박 신세를 질 수 없어 어둠속에서 찾아낸 곳이 전원주택 공사장.


포크레인이 공사중인 흙길을 차고 올라가 정상에 서니 사방이 눈에 들어오는 무주공산을 찾은 셈입니다. 


첫 야영치고 마음에 안차지만 어쩌겠습니까. 해는 지고 배는 고픈데. 물을 끓여 햇반을 데우고 삽겹살을 구었습니다.


저녁을 먹고나니 겨우 저녁 7시 반. 잠시 후 우리의 지바겐은 트랜스포머의 변신처럼 이동숙소로 변신했지요.


저녁 8시가 안되어 잠을 청한 건 지난 20년만에 처음입니다.


어둠이 물러갈때까지 거진 12시간의 취침으로 허리가 끊어질 듯 했습니다.


 



 


보조배터리를 이용한 난방. 정말 훌륭합니다. 추운 밤도 등짝 따뜻하게 잘 수 있다는 거.


그래도 농촌이라고 새벽녘에 어찌나 닭들이 울어대는지. "아 이녀석들아 난 더 일찍 일어났어.


해가 떠야 뭘 해볼꺼 아냐" 하다가 7시가 넘어 밖이 환해진 다음 기어나왔습니다.


 



 


기온은 뚝 떨어져있고 창문엔 성에가 잔뜩 끼어있었습니다. 침구를 정리하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는데


온몸은 덜덜덜, 손 끝은 꼿꼿 입니다. 프랑크 소시지와 계란으로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추위에 밥 생각은


달아나고 빨리 차를 덥혀 몸을 녹일 생각만 들었습니다.


 



 


밥은 굶어도 오프로드를 빼놓을 수는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신조 입니다.


어제 저녁에 봐두었던 명달리 등산로를 따라 산길을 올라보았습니다.


통방산과 삼태봉을 오르는 길이라고 이정표가 알려주었습니다.


 



 


흐르는 물이라 얼어붙지는 않았지만 전혀 만져보고 싶지 않은 차가운 계곡물에 추워 떨고 있는 옷 벗은


나뭇가지가 우리와 같은 신세였지요.


 



 


날도 추운데 빗방울도 한 두 방울씩. 누군가는 랠리 구간이라고 말 할 비포장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산의 정상에 거의 다다랐다 싶은 고개를 넘으려는 순간 철제 가로막이 우리를 막아섰습니다.


아마도 그 넘어로 내려가면 다른 마을로 갈 수 있을터인데 외진 산에도 흐름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군요. 아쉽지만 우리의 마지막 오프로드 코스를 기념했습니다.


 



 


내려오는 길. 건너편 산은 따뜻한 햇님의 미소에 활짝 웃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과 산, 낙엽송과 비포장길, 그리고 우리의 모빌이 함께 담겼으니 일타오피입니다.


이번 사진은 대부분 코드라이버인 마파람이 찍었습니다.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올 겨울 첫 빙판길을 만났습니다.


오씨 정기모임 장소인 명달리는 명달계곡의 어디쯤이겠지하며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북한강변을 따라가면 식당들이 많이 있을테니 그곳에서 국밥이나 한 그릇 먹기로 했습니다.


명달리에서 북한강변으로 가는 지름길은 이항로 선생의 생가가 있다는 코스였습니다.


 



 


간밤에 우주인이 공격을 했는지 무슨 펀치볼마냥 움푹 파진 저 형상이 무엇인지...


자연속에서 파괴의 흔적은 여간 거슬리는게 아닙니다.


 



 


이곳이 이항로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 입니다. 사진 속 건물은 별도의 기념관인 듯 합니다.


 



 


명달리 비포장 임도에서 이항로 선생 생가를 거쳐 북한강변으로 나오는 이 코스.


한 마디로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순정 사륜구동 차량은 물론 운전만 조심하면 일반 승용차로도


가능한 코스입니다. 이항로 선생 생가를 돌아나오는 길은 아직 구길이지만 아늑하고 한편에 계곡이 흐르는


양지바른 지형이라서 자연주의를 꿈꾸며 은퇴를 계획하는 사람에겐 멋진 곳이 될 것같습니다.


이미 많은 은퇴형 주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합니다.


 


혼자 생각이지만 주말을 이용해 자녀들과 이 코스를 다녀간다면 산길 오프로드도 달려보고,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등산도 해보고, 이항로 선생 생가를 거쳐 역사공부도 하고, 중미산 천문대에서 별자리 구경도 하고...


참 좋은 코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헤메다 마음씨 넉넉한 아주머니가 끓여주신 부대찌개와 간고등어 구이로 늦은 아침을 먹고 도도히


흐르는 북한강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상이 짧은 1박 2일의 전체코스입니다.


"물 맑은 양평"을 찾아 나선 하늬와 마파람의 첫번째 오프로드캠핑. 준비되지 않은 초보캠퍼의 좌충우돌 여행


이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행복하기만 합니다.


아들과 함께 작은 소망을 빌어 봅니다. "우리의 삶이 즐거운 것이 되기를..."


 


[참고] 첨부파일에 구글어스에서 띄워 볼 수 있는 GPS 로그파일과 제가 제작한 지도영상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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