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1. 기록과 단상 공간

이미지



지식인이 무엇을 다 창조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도자기를 만든 사람만 하더라도 지식인이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 문제는 어떤 미적 의식이에요. 이것은 신앙과도 통하는 거예요.



이런 창조적인 면에서 우리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서 조금도 뒤떨어진다 할 수 없어요.



따라서, 우리도 자존심이라 할까, 자기에 대한 존엄성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존엄성이라는 것은 오만과는 달라요.



이것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욕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이에요.



아까 우리의 역사가 치욕스러운 역사가 아니라는 것도 이 존엄성과 관련이 있어요.



 



또, 한 가지 주목할 일로 농부들의 문제가 있어요. 한국의 여건은 외국과 달라서 농(農)이란 것이 상당히 중시되었어요.



 



일본도 보면 농이 상(商)의 다음이고, 러시아 같은 경우 농노의 숫자로 재산을 따졌고 서구에서는 창원 제도하에서 농노가 있었지요. 이들 나라에서는 농부라는 것이 노예에 가까운 신분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달랐어요. 물론 핍박을 받았지요. 가난하여 보리죽을 끓여 먹었지만, 사회적 신분으로 볼 때는 상인 위였거든요.



유교가 농민들에게도 흘러갔던 것입니다. 제사라든지, 의식 구조라든지, 조상 숭배라든지 이 모든 것이 농부들에게 흘러갔는데, 이것은 농부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식시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보면 제일 창피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부모의 기일에 물을 안 떠 놓는 것이었어요. 물론, 형식에 흐른 것은 나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우리나라 농민들은 손님이 오면 옷을 갈아 입고 맞았으며, 제삿날에는 정장을 하였지요. 



이러한 예의 범절은 우리 농민에게 미의식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농부에게 이처럼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저는 토지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용이라든지 영팔이 같은 인물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했던 것입니다.



비록 농부지만 범접할 수 없는 자의식, 이런 것을 그네들에게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보리죽을 먹어도 인간으로서의 비천한 짓을 못한다는...



 



<박경리, 작가와의 대화, 신동아 1981.5>





박경리 선생님은 인터뷰를 통해 일제에 짓밟혀 있던 우리민족의 존엄성을 높이고, 미적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여기서 박경리 선생님은 미의식이란 범접할 수 없는 자의식을 이야기하고 계세요. 자의식(존엄성)이란 자신을 가치있게 여기는 깨어있는 마음, 즉 자각(自覺)인 것이지요.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식민사관에 길들여진 우리의 정신이 높은 자의식을 통해 존엄성을 갖길 바라는 선생님의 간절한 바램이 인터뷰 내용에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램을 토지의 작중 인물인 용이와 용팔이에게 투영시켰다고 하지요.



 



무려 26년간의 집필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과 풍파가 있으셨다고 합니다. 긴 세월 집필을 하면서 겪으셨을 수많은 세월의 부침들과 고뇌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렇게 한국문학의 어머니로 불리시는 박경리 선생님은 우리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토지"를 탄생시키셨습니다.



 



토지 1부를 쓰는 중에 암을 선고받고 투병중에 있으면서도 집필의 열정을 불태우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집필의 열정과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 있어 발췌해보았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없었다. 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보름 만에 퇴원한 그 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토지』 원고를 썼던 것이다."



 



<토지 1부 자서(自序)>



 





<출처: 네이버 이미지 발췌>



얼마 전 토지 20권을 전부 다 완독하신 이웃님 블로그에서 토지의 완결편인 마지막 리뷰를 보면서 느낀 점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너무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지요.



 



장작 20 권이라는 책의 권수와 책 한 권에 약 4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담겨 있는 책을 완독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여간해서는 책 한권을 다 읽는 것도 쉽지는 않지요. 물론 저라면 말이지요. 요즘들어 독서력이 너무 떨어져서 걱정입니다. 몸의 근력을 만들듯 독서하는 데도 근력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특히, 토지를 완독하신 이웃님이 더욱 존경스러웠던 점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의 지난했던 굴곡진 역사의 이야기를 다룬 대하소설을 끝까지 다 완독하셨다는 거지요. 우리의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고 살피는 일은 솔직히 다른 거 없잖아요. 제대로된 역사책이나 역사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정신과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가다듬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 다음세대에게도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일이야말로 애국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빛을 잃지 않도록 유지해 나가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독립운동가 분들의 위대한 민족정신을 이어가는 일만큼은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컸기에 이렇게 박경리 선생님의 살아생전 인터뷰 내용을 곱게 담아 정리해보았습니다.



 



참고로, 박경리 선생님은 일본 문예지의 편집장과의 인터뷰 당시에 자신을 "반일 작가"라고 소개했다고 해요.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집 중에 《일본산고日本散考》라는 책에서 일본에 대한 서슴없는 비판과 전쟁에 대한 일본의 양심에 각성을 요구하는 글도 실려있다고 합니다.



 



말이 글이 되고, 글이 책이 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말과 글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우리나라의 민족정신의 대를 끊기 위해 한글 말살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조상들은 대를 이어 민족정신을 고수하였고, 우리나라의 고유한 말과 글을 지켜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된 역사 의식을 갖고 있는 진실한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끝으로 동아일보에 게재되었던 대하소설 『토지』에 대한 박경리 선생님의 소회를 밝힌 글이 있어 발췌해보았습니다. 이 글이 많은 분들에게 큰 울림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문학성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보다는 지난 역사를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이 글을 끝까지 마무리 짓게 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나는 이 소설이 역사의 숲을 헤쳐 나가는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토지 1~20 세트



박경리 저

다산책방 | 2023년 06월





<토지> : 고 박경리 선생님께서 무려 26년간(1969~1994) 집필하신 대하소설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최 참판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사이자 민족사를 다룬 역사소설. 작품 속에는 동학농민전쟁, 을사늑약, 청일전쟁, 간도협약, 만주사변 등 우리 근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경장 직후인 1987년부터 1945년 광복까지를 배경으로, 한 가문의 몰락에서 재기에 이르는 과정을 경남 하동군 평사리와 용정, 진주와 서울, 일본, 만주 등 동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그려냈으며 등장인물만 무려 600여 명에 이른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발췌)


좋아요
댓글
14
작성일
2023.04.26

댓글 14

  1. 대표사진

    문학소녀

    작성일
    2023. 9. 20.

    @추억책방

  2. 대표사진

    모나리자 공식계정

    작성일
    2023. 9. 20.

  3. 대표사진

    문학소녀

    작성일
    2023. 9. 20.

    @모나리자

  4. 대표사진

    ne518

    작성일
    2023. 9. 21.

  5. 대표사진

    문학소녀

    작성일
    2023. 9. 21.

    @ne518

문학소녀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7.10

    좋아요
    댓글
    16
    작성일
    2024.7.10
  2. 작성일
    2024.6.8

    좋아요
    댓글
    12
    작성일
    2024.6.8
  3. 작성일
    2024.6.8

    좋아요
    댓글
    5
    작성일
    2024.6.8

사락 인기글

  1.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6.25
    좋아요
    댓글
    101
    작성일
    2025.6.2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6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6.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6
    좋아요
    댓글
    135
    작성일
    2025.6.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