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1. 리뷰어클럽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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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붉은 무늬 상자
글쓴이
김선영 저
특별한서재
평균
별점9.8 (71)
문학소녀

 작년 우연찮게 『시간을 파는 상점』이란 청소년 소설을 6학년이었던 막내 아들 덕분에 읽게 되었다. 학교 추천 도서라고 구입하라는 학교의 통지가 있었기에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된 책, 사실 청소년 추천 도서라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는데, 원래 기대가 없을 때 생기는 반전의 매력은 그 이상의 충족감을 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지은 김선영 작가에 대해서도 응당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본다.



 그런데 그녀가 새로운 주제로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자 새로운 책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과연 어떠한 문제점들이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힘들게 할까라는 새로운 기대감에 앞서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녀의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생기게 되는 마음일 것이다. 김선영 작가가 진정 우리 청소년들에게 삶의 깊고 컴컴한 터널을 지나온 어른으로서 말해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단박에 읽어버린 책. 하지만 읽고 난 뒤. 그 울림이 너무 깊어서 나름의 제의 절차를 갖고 숨고르기를 하면서 생각의 생각을 다듬어 보게 된 책, 바로 『붉은 무늬 상자』이다. 



 





『붉은 무늬 상자』, 김선영/ (주)특별한서재, 2022년 6월 15일

 



"이 소설을 쓰며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이다. 타인을 위해 나서고 오래된 편견에 맞설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본다."    (창작노트 중에서)



 김선영 작가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에서의 낯선 모습들에 영감을 받고 그것이 소설로 이어지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준다고 말이다. 우연히 발견한 낯선 폐가를 보면서 작가의 샘솟는 상상력은 폭주를 하게 되고, 그녀가 그 당시 생각하고 있던 '용기'란 주제와 결부시켜 『붉은 무늬 상자』를 탄생시켰다고 그녀의 창작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과연 붉은 무늬 상자에는 어떠한 가슴 아픈 사연이 서려 있을지, 먼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에 닿아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가 궁금해진다.



 



 이 책 『붉은 무늬 상자』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누군가의 비밀,



 끝나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아이들의 이야기!"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벼리는 심한 아토피로 고생을 하다가 공기 좋은 시골의 "이다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한창 자아 정체성이 무르익을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게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늘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과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벼리가 이 학교를 맘에 들어한 첫 번째 이유가 기숙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되어서이다. 그런데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한 시골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의 실태는 과히 충격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집단폭력의 피해자인 태규를 보호하려다 되려 집단 따돌림과 악성 루머(성적 모독)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세나, 이 소설은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는 세나와 벼리의 화해와 우정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뚫고 정면 도전하는 주인공들의 야심찬 도전 의식과 진정한 용기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가해자이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을 가해자로 지목할 수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있지만 특정할 수 없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가해자가 있을 뿐이다.   



 (p.82) -> 집단 폭력에 대한 인용문



 



 " 사실은 떠도는 말이 험해서 알아보는 게 두려웠다. 물어보기도 민망한 말이 날개를 달고 떠다니며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렇고 그런 아이야, 조심해. 가까이 하지 말고,"  말은 살아 있는 것처럼 내 입도 눈도 마음도 막았다." (p.53)  -> 악성 루머(성적인 모멸감과 모독)에 대한 인용문 



 



 김벼리는 중3 새학기가 시작되어 기숙사에 짐을 넣으러 엄마와 함께 가던 중에 우연히 폐가를 발견한다. 묘한 기시감에 끌린 벼리 엄마는 바로 은사리 폐가를 구입하게 된다. 그렇게 맺어진 묘한 인연으로 그 집을 수리하던 중에 작은 방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빨간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벼리 엄마는 마룻바닥 한 가운데 가지런히 놓여 있는 삭아가는 가죽구두 옆에 빨간 무늬 상자를 놓고 흰 국화꽃으로 한 맺힌 영혼을 달래주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열일곱살 난 딸이 죽었다고 벼리에게 이집이 폐가가 되어버린 이유와 사실을 밝힌다.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잘 살펴주고 위무해주고 싶다는 말은 엄마가 먼저 꺼냈고 평소에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기록을 맡겠다고 했다."  (p.33)



 



 벼리는 이 이야기 끝에 문득 생각난 세나가 걱정이 되었다. 사실 벼리는 아토피로 고생하면서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고, 그 아픔의 크기와 실체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선뜻 세나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꺼렸다. 전학 와서 세나에 대한 안 좋은 풍문을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붉은 무늬 상자를 마주하면서 세나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걱정이 앞선 벼리는 차갑게 닫혀진 세나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고, 붉은 상자 안에 들어 있었던 일기를 같이 읽으면서 깊은 우정을 쌓아간다. 누군가와 비밀을 같이 공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순간 왜 심장이 툭 내려앉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늘 속에 있던 세나의 얼굴이 훅 겹쳐왔다. 갑자기 세나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이 집에서 죽은 열일곱 살 난 딸과 세나가 왜 동일시되는지 모르겠다. 상자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구두가 더욱 유난하게 보였다." (pp.39-40)



 



 향나무로 만들어진 붉은 무늬 상자 안에는 죽음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이 낱낱이 기록된 여러 권의 다이어리와 시화집이 들어 있었다. 다이어리 갈피마다 여러 장의 사진이 있었고, 쪽지 편지도 끼워져 있었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 줄 피노키오 나무 인형과 털 인형까지 들어 있었다. 붉은 무늬 상자의 주인은 17년 전 누군가가 쓴 거짓 낙서(성적인 모독감과 수치심을 주는 내용) 때문에 악성 루머(성적 모독)의 피해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열일곱 살의 소녀 강여울이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은폐된 사건의 진실은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주인공인 벼리와 세나의 용기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다이어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어쩌면 먼 과거의 시간에서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남겨놓은 건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머물다 갔지만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겨놓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지금에서야 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p.98)



 



 "떠도는 이야기의 성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향이 있다. 스토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생각의 관습을 낳고, 전설은 반드시 증거가 있기 마련인데 바로 그 증거가 사람일 때는 이야기성이 강력해진다. 증거물이 존재하는 한 그건 전설이 아니라 팩트가 되는 것이다."   (p.41)



 



 고현은 무명으로 있다가 갑자기 유명해진 연예인이다. 고현은 비운의 첫사랑과 피노키오 인형에 대한 인터뷰로 여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죽음으로 끝난 첫사랑은 팬심을 자극하기에 아주 이상적인 스토리가 된다. 그런데 벼리는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고현의 첫사랑이라는 자막이 뜬 영상을 클릭했다. '비극적'이라는 자막이 자극적인 서체로 올라왔다. 뭔지 모르는 부당함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비극적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채우는 가십거리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화가 났다. 그래서 슬픔의 무게는 언제나,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p.112)





 



 이번 김선영 작가의 신간은 작금의 현실을 반영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기에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누구나 부모라면 이쁜 딸과 멋진 아들을 두고 있을 것인데, 이런 슬픈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공감하게 되고, 그 아픔의 무게에 짓눌리기까지도 한다. 김선영 작가의 글은 필력이 출중하기에 가독성이 좋고 단박에 읽히는 묘한 매력이 있는지라 이번 신간 역시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그런데 내 마음에 어떤 제동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리뷰가 쉽게 써지지 않았다. 아니, 이 소설의 벼리 엄마처럼 어떤 제의 절차를 거쳐야만 할 것 같아서, 나름의 숨고르기 시간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름다운 집에 살던 아름다운 사람들이 증발하듯 사라졌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니, 아무도 벌받은 사람이 없었다니......"  (p.185)



 요즘의 청소년들을 생각해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집단 폭력(악성 루머를 포함한 언어 폭력까지 아우름)과 집단 따돌림이다. "집단 따돌림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피해자들은 견딜 수 없는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비롯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이어지는 사태가 최근들어 종종 발생하고 있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은 날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이 주는 힘이 이런데서 발휘되는 것은 아닐까. 공존의 시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핵심을 찌르는 문제의식을 소설로 승화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공동의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돌림, 신체폭력, 언어폭력 등 한 명의 피해자가 있고 한 명의 가해자가 있을 때 교실 안에는 분명 그것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이 함께 있었다. 그 수많은 눈이 외면하고 침묵할 때 폭력은 더욱 거세지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누군가 용기를 낸다면 그 용기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폭력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창작 노트 중에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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