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1.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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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치유의 언어 (상)
글쓴이
최기재 저
인간사랑
평균
별점9.6 (15)
문학소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많은 지식과 정보들을 접하면서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생각들을 체계화하고 관습화시킨다. 어느 순간 들어온 지식과 정보들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내면화되어 우리의 의식체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켜켜이 쌓인 의식체계는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게도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편견을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다. 좋은 양서를 고르는 안목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안목을 기르는 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생기는 경험적 결과이기에 그 과정 속에서 생기는 편견의 파편들은 마치 북극의 빙하처럼 거대하게 굳어버린 고정관념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래서 세월의 나이테가 많이 쌓일수록 딱딱하게 굳어버린 관념과 생각들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동양 고전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 또한 그동안의 경험들이 만들어낸 선험적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현대인들의 사고방식과 동떨어진 사상과 이념들, 낡은 관념과 체면치레를 중시 여기는 유교 방식등을 강요하며, 한글 위주의 서술 체계가 아닌 한문 위주의 난해하고 다소 현학적인 문자 해석으로 진입장벽을 높였던 것도 사실 동양고전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이 만든다. 북극의 빙하처럼 꽁꽁 얼어붙은 관념과 인식체계를 허물어버릴 만큼 신선한 어법과 꾸밈없는 생각들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책, 수많은 사상과 생각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만나볼 수 있도록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 아닐까란 나름의 견해들을 풀어 놓는다. 에세이만 읽어왔던 내가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양고전을 에세이처럼 힐링하면서 읽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내가 느꼈던 신선한 감동과 힐링을 함께 나누고픈 좋은 책이 있어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하려 한다.



 





『치유의 언어-상권:논어와 함께 노자, 열자, 장자 읽기』, 최기재/도서출판 인간사랑, 2023년 12월 20일 

 



 이 책 『치유의 언어-상권』의 저자 최기재 작가는 어문 교육학 박사로 5.18 최초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와 함께 하숙하며 전라고에서 동문수학했다. 계간『미래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여행 그림자의 노래』,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고교생들의 그리스인 조르바 읽기』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온전한 자유를 추구하는 진정한 인문학은 현대인들의 삶을 치유한다. 공자의 다그치는 삶의 방식에 노장의 언어는 숨통을 트이게 한다. 치유의 언어, 은유와 상징의 언어가 노자와 열자와 장자에서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쉰다."   (머리말 中)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차 전 서문에는 머리말과 일러두기로 전체적인 책의 내용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저작자의 철학과 사상을 깊이있게 알 수 있도록 저작 의도를 밝히고 있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해석은 씹는 맛이 나고, 그 맛은 풍부하면서도 순수하다." (일러두기 中)라며 당시 언어의 풍미를 즐기며 해석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의역(번역자의 생각이 가미된?)이 아닌 순수한 직역으로 이 책을 번역했음을 독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1장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혼란한 시기였던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한 제자백가 중 노자와 장자 그리고 공자에 대해 사마천과 한비자의 작품들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 이들의 중심사상인 도가와 유가를 이루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후대에 끼친 영향을 비롯해서 각각 이들에게 내린 평가들을 통해 노자, 장자, 공자를 심도있게 기술하고 있다. 2장은 노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노자의 『도덕경』을 상,하편으로 나뉘어 총 81장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3장은 위작 논란이 있는 열자의 책 중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총 8편의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는 『열자』 와 함께 열자(열어구)의 생애와 중심사상과 함께 위아설(爲我雪)을 제창한 양주의 사상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다. 각 장별로 수록된 저자의 해석과 감상, 필사하기와 <논어>와 빗댄 『도덕경』과 『논어』로 우리 삶의 균형찾기"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위대한 사상은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처방이다. 춘추전국시대(BC 770~BC 221)는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한 시기였으며, 잦은 전쟁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했다. 특히 제자백가 중 인(仁)과 의(義)를 강조한 공자의 유가사상과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한 노자, 열자, 장자의 노장사상 그리고 개인의 삶과 생명을 존중하는 묵적의 겸애설(兼愛說)과 양주의 위아설(爲我說)이 백성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노자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나라인 소국과민(小國寡民)『도덕경 제80장』은 적은 백성과 작은 나라로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이상적인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대국주의를 지향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행복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노자의 비판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도가사상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문명에 대한 거부로 읽힌다. 전쟁을 거부하고 명예를 멀리하여 불로장생의 신선을 꿈꾸는 노자 철학의 중요한 원칙은 무위(無爲)이다. 즉 무슨 일이든 인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중요시 여긴 노자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상은 대국(大國)을 꿈꾸며 무자비하게 약소국들을 침략하여 백성들의 삶을 짓밟고 살생을 밥먹듯 즐기는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노자의 생명존중 사상은 수많은 전쟁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에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사회를 경계하고, 공자는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 



 



 도가사상은 춘추전국시대의 어려운 상황에서 민중들의 생존방식을 비유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노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글로 표현하는 방식인 역설로 "도(道)"를 표현했으며, 열자와 장자는 역설과 우의적인 글들 덕분에 문학작품으로 향유되고, 문학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역설은 표면상 모순의 형식을 띠는 것으로 불교와 도교의 경전이나 그밖에 인류의 경구에도 사용된다. 도가사상은 자본주의에 찌든 현대인들의 피폐해진 인간 본성을 되찾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노자는 도덕을 수련하였고, 그의 학문은 스스로 은거하여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힘썼다. 수양의 핵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음비우기"이다. 노자는 비움의 철학으로 허정(虛靜)을 말하고 있다. 고요하고 비어있다는 뜻으로 아무런 사심과 욕심이 없는 상태를 허정(虛靜)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은 순환하며 반복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자고이래 불변의 원칙을 일깨워주는 노자의 무위자연의 철학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주나라에서 오래 살던 노자는 나라가 쇠퇴해지자 주나라를 떠나려고 할 때 관령 윤희가 책을 지어 달라고 부탁을 해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오천여 자로 이루어진 『도덕경』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 노자는 우주생성의 자연법칙을 "도(道)라 불렀으며, 이것이 도가사상의 기원이 된다.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성질이나 모양을 가지지 않으며,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항상 어디에나 있다. 『도덕경』에 반영된 노자 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며, 인위적인 법률과 관습 등에 얽매이지 않고, 지고지순한 양심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며 살아갈 때 비로소 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곧 집착하지 않는 삶, 기교 없이 과시하지 않으며, 물처럼 유하게 순리대로 사는 삶, 말을 아끼며 욕심은 비우되 사랑으로 채우며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 『도덕경』은 당시의 문명이나 문화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인류 최초의 문명 비평서이자 철학서이다.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요 名可名非常名(명가명비상명)



도(道)를 도(道)라 할 수 있으면 영원한 도(道)가 아니다.



이름을 이름이라 할 수 있으면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p,73)



(도덕경 상편, 도경(道經), 제1장)



 첫 두 문장은 『도덕경』에서 가장 유명하다. 이 표현은 표면상 모순이지만 그 속에 깊은 진리를 담고 있는 역설적 표현이다. 도(道)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친 사람은 말이 없다. 언어로는 도(道)의 실체나 본질을 표현 할 수 없다. 상(常)은 불변의 도(道)를 말하며, 불변의 도(道)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上德不德(상덕부덕)하니 思以有德(사이유덕)이요  (상덕은 덕이라 하지 않아 덕이 있고)



(도덕경 하편, 덕경(德經), 제38장)



 덕(德)은 득(得)이다. 덕이란 도를 획득하는 것, 체득한 도를 말한다. 노자의 도는 인간을 초월한 자연의 도를 뜻하며, 유교의 도는 군자의 도, 인륜의 도, 인간의 도를 말한다. 상편(上篇)의 첫 장인, 제1장은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하편(下篇) 덕경(德經)의 첫 장인 제38장은 상덕부덕(上德不德)으로 시작한다. 이를 합하여 도덕경(道德經)이라 한다.  (p.193) 『도덕경』은 주석과 번역이 가장 많은 책으로 『도덕경』을 가장 먼저 풀이한 사람은 한비자이다. 한비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던 순자의 제자이다. "군주가 신하들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야 신하를 부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비자는 『도덕경』을 해석하고 이용한다. 도(道)는 우주의 근본 원리, 덕(德)은 삶 속의 작용, 경(經)은 경전을 뜻한다. 곧 우주의 원리와 삶에 대한 경전인 것이다. 『도덕경』은 지명이나 인명 대신 아(我) 또는 오(吾)로 "나"라는 1인칭 대명사로 표현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영원한 진리, 보편적인 진리를 드러내는 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고전 가운데 아마도 가장 유명한 책은 유가의 기본 경전을 총칭한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하나인 『논어』 가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유교를 나라의 지배질서로 삼고, 백성들까지도 유교의 영향으로 효를 중시하고, 체면을 중시 여겨왔다.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공자의 유가사상은 우리에게 규범을 가르치고, 강조하며 숨통을 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한문 시간마다 숱하게 배워왔던 공자의 『논어』는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장녀로서의 효를 강요당하고 자라난 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400여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나 하는 부담감도 사실 없지 않아 있었지만, 괜한 기우(杞虞)였다. 이 책은 그런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이 공자의 『논어』는 노자의 『도덕경』을 더욱 빛내주는 서브메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동안 유가의 사상적 문화에 길들여져왔던 시류에 빛을 보지 못했던, 그래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노장(노자, 장자, 열자)의 사상들이 이 책을 통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고, 이 책을 읽은 나는 드디어 광명을 찾은 것처럼 『논어』에서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공자는 평생 벼슬을 위한 학문을 익혔으며,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지금도 중국은 공자를 자신들의 위신을 지켜주는 위대한 성인으로 떠받들고 있으며, "충서(忠恕)"로 그들의 공산주의 체제를 더욱더 확고히 다지려고 한다. 많은 나라들이 공자의 유가사상을 이용해서 나라의 지배질서를 유지하려고 했음을 파악한 노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돌아가 문명을 거부한 채 자유로운 신선의 삶을 살아갔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에게 동양의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이 책의 작가가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이 되었다. 이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듯 힐링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작가는 어문학 박사로서 출중한 필력으로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논하면서 서양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가져와 이야기를 빗댈 만큼 스토리텔링에도 천부적인 기질을 갖추고 있어서 책의 가치를 더욱 높였던 것 같다. 동양의 철학과 서양의 철학과 문화를 조화롭게 콜라보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책을 읽는 즐거움까지 선사해주고 있어서, 노자의 도(道)처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읽다보니 완독을 두 번씩이나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감동과 깨달음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음을 노자의 『도덕경』은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하편(下篇)인 <장자 편>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절대 자유의 유토피아를 구가하는 인문학으로서 도가사상은 인류를 치유하며 동서양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진정한 인문학은 현대인의 삶을 치유한다. 개인의 삶은 처한 상황에 따라 언제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형국일 수 있다. 이 책은 그 상황에서 지혜의 불빛이 될 것이다."



(머리말 中에서)



 



 



 



 "이 책은 도서출판 인간사랑으로부터 지원받아 솔직하게 쓴 개인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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