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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1.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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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나는 파괴되지 않아
글쓴이
박하령 저
책폴
평균
별점9.7 (12)
솔바람

얼마 전 리뷰단으로 읽은 책에 자신이 주도하던 일이 잘못되면 상황탓을 하고, 남이 잘못하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탓을 한다는 말에 엄청 공감한 적이 있었다. "나는 파괴되지않아"라는 책을 읽으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 꽤 자주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어려서 생각(능력)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일을 망쳤다고 예단하며 일단 꾸짖는 경우가 많았음을 깨달았다.



나연이는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대접받지 못 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을 펼쳐보이지도 않는 여린 감성의 청소년이다.  하지만 나연이도 교실 돌아가는 권력관계를 모두 알고 있고, 가족들의 상황과 여건이 어떤지 모두 알고 있기에, 말해도 안 된다는, 말해도 통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사는 아이다. 그 사이, 나연이 마음의 두께는 더 얇아지고, 마음의 벽은 더 높아져간다.



하지만 루 오빠의 견디기 힘든 요구와 루 오빠 가족에서 경제적 종속관계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처지 속에서 힘겹게, 나약하게 물들어갈 때, 주홍샘과 학교밖아이 시아를 통해 자신이 어항속에서 뛰쳐나온 금붕어처럼 용기를 내기로 한다.  



나연이의 독백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연이가 겪는 사건들은 엄청난 상처와 좌절, 슬픔과 고통의 이야기인데, 각각의 사건마다 분노할 때, 신기할 때, 행복할 때, 억울할 때, 난감할 때가 있었는데 감정이 거세된 것 처럼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것이 한편으론 주변 눈치로 숙달된 애늙은이의 시선처럼 세상일에 무감한 듯, 통달한 듯 애달프게 느껴지기도 하다가, 거꾸로 작가가 아이의 인생에 직접적 감정이입 안 하려고 애쓴 흔적인가 애써 이해해 보려고 애쓰게도 만든다.  



일상적 언어폭력, 정서폭력에 길들여 자존감, 자신감이 없던 아이가 믿었던 사람에게 성적 폭력까지 당하고, 부모조차 자기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3자인 주홍샘과 시아의 이야기에 힘입어, 가장 절망의 순간에 오히려 자기의 삶을 자기의 시선으로 보기로 맘 먹고, 그간의 자신의 일을 독백처럼 말하는 순간의 말투는 허망함, 담담함, 결연함이 섞인 묘한 힘을 가진다. 



아이라고 존중하지 않는 어른들의 무례함, 방문과 노크가 주는 자기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이로운 거짓말, 언어폭력에 자기 탓만 하던 일상에서 구세주처럼 활용되는 3인칭의 힘, 때로 어떤 순간에 갑자기 나를 찾아오는 나도 모르는 나라는 존재, 그 누구의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나 자신의 쓰담쓰담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을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나연이의 이야기는 내 주변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아이들의 그 입장, 그 처지, 그 상황을 알려하지 않았기에, 우리 아이들이 더 외롭고, 더 힘겹게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동시에 우리가 보이는 작은 관심과 정성으로 아이들이 엄청 큰 변화의 계기를 갖고 용기를 낼지도 모른다. 주홍샘이 어쩌다 영화관에서 본 작은 움직임으로 관심을 보인 것 처럼.  



작은 일에도 눈물을 보이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말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후줄끈한 인생을 살던 나연이가 또각또각 자신의 구두발자국 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살아낼 것으로 믿으며 크게 응원하고 싶어진다. 



 아이들이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 읽기를 신청했었다. 이 역시 아이들 탓만 하는 어른의 시선이었다.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있었음을, 아니 내가 드러내고 싶을 만큼 믿음직한 어른으로 비춰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또한 누군가의 삶을 겉핥기로 바라보면서 이해, 공감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하야 함을 느낀다. 어쩌면 나연이가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  yes24 리뷰어클럽 리뷰단 선정으로 쓴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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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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